압구정4구역은 28년까지 조기 멸실 추진
인근 전셋값 급등할 수 있단 우려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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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단지내 모습. [헤럴드경제DB] |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정부가 초고가 주택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높이는 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시계가 앞당겨지면서 대규모 이동이 예상된다. 압구정에서는 종부세 과세 기준일 이전에 주택을 멸실하기 위해 사업 일정을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가운데 대치동 은마아파트까지 내년 상반기 이주를 예고하면서 강남권에서 수천 가구가 한꺼번에 이동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17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조합은 최근 세입자를 대상으로 이주 희망 시기와 예정 지역 등을 파악하는 조사에 들어갔다. 조합은 2027년 상반기 이주 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은마처럼 세입자 비중이 높은 단지는 재건축 이주가 주변 전월세 시장을 넘어 서울 다른 지역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에 임차 거주하면서 다른 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돌아갈 경우 기존 세입자까지 다시 집을 구해야 하는 ‘연쇄 이주’가 나타날 수 있어서다.
4424가구 규모인 은마아파트에서 세입자가 거주하는 주택은 전체의 약 50%인 2200가구로 추산된다. 대치동 학원가를 이용하려는 교육 수요가 많아 다른 지역에 집을 보유하고 은마에 전월세로 거주하는 가구도 상당한 것으로 정비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 세제개편안이 시행될 경우 이 같은 거주 형태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개편안에는 실제 거주하는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 혜택을 확대하는 대신 보유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공제를 축소하는 방안이 담겼다.
은마에 거주하던 집주인이 세 부담을 이유로 기존 보유 주택에 들어가면 그 집에 살던 임차인은 계약이 끝난 뒤 다시 주택을 찾아야 할 수 있다. 은마 2200여 가구의 이동이 단순히 대치·도곡·개포 등 인근 지역의 임대 수요 증가로 끝나지 않고 서울 곳곳에서 추가적인 이주 수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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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성동구 달맞이공원에서 바라본 강남구 압구정동 아파트의 모습. [헤럴드경제DB] |
압구정에서는 세입자가 아닌 재건축 조합원들의 ‘조기 이주’ 움직임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부가 고가 주택에 대한 종부세 부담을 강화하기로 하면서 2028년 6월 1일 이전에 이주와 철거까지 끝내려는 조합들이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
보유세는 매년 6월 1일을 기준으로 부과된다. 이때 건물이 철거돼 주택이 멸실된 상태라면 기존 주택 대신 토지나 조합원 입주권 형태로 남게 돼 주택분 종부세 과세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압구정4구역 조합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안내문 발송을 통해 정부의 종부세 개편을 사업 일정 단축의 배경으로 직접 제시했다. 조합은 “2027년 말 관리처분인가를 거쳐 2028년 1~5월 이주와 멸실을 마치는 일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다른 압구정 재건축 구역에서도 2028년 상반기 멸실을 목표로 사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에 조합은 사업 일정 단축을 최우선에 두고 삼성물산과의 도급계약 쟁점 일부를 특약으로 넘기기로 했다. 오는 31일 계약부터 우선 체결한 뒤 2027년 12월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이듬해 1~5월 이주와 철거까지 끝낸다는 구상이다.
문제는 강남권 대단지들의 이주 시기가 비슷한 시기에 겹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8년까지 서울에서 재개발·재건축으로 이주가 예정된 주택은 8만3630가구다. 특히 2028년에만 4만5256가구가 예정돼 있다. 은마와 압구정뿐 아니라 잠실주공5단지 등 대규모 사업장도 앞으로 이주 절차를 밟게 된다.
전문가들은 세제개편이 재건축 사업의 속도를 끌어올리는 촉매가 되면서 예상보다 짧은 기간에 이주 수요가 집중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정비사업 이주가 한꺼번에 몰리면 지자체가 시기 조정에 나설 수 있어 사업장끼리 이주를 먼저 시작하려는 속도 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올해는 서초·반포 일대에 대규모 입주 물량이 공급되면서 상승세가 일정 부분 눌렸지만, 강남권 이주가 본격화하면 대체 주거 수요가 반포 등 인근 지역으로 몰리면서 전세 가격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