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 전용기’에서 ‘美대통령 전용기’로…카타르 에어포스원, 기존 전용기와 뭐가 다를까[디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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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일 미국 사우스다코타주 공군기지에 도착해 카타르 정부가 기증한 새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중동의 왕족을 태우던 초호화 전용기가 미국 대통령의 하늘 위 집무실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카타르 왕실이 기증한 대통령 전용기인 신형 보잉 747-8 기종을 임시 에어포스원으로 개조해 사용하고 있다. 다만 ‘진짜’ 에어포스원인 기존 대통령 전용기와 비교하면 방어 능력부터 인테리어까지 곳곳에서 차이가 난다.

현재 미국에는 대통령 전용기로 사용되는 보잉 747 항공기가 3대 있다. 이 가운데 2대는 조지 H.W. 부시 행정부 시절부터 운용된 VC-25A 기종이다.

카타르 정부가 기증한 나머지 한 대는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미국 독립 250주년인 지난달 4일 이전 투입을 목표로 긴급 개조됐다. 개조 비용만 약 4억달러가 투입됐다고 미 공군은 밝혔다.

이 항공기는 현재 ‘VC-25B 브리지(Bridge)’로 불리며, 올가을 추가적으로 개조할 계획이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튀르키예 방문 당시 방어 능력 부족을 이유로 기존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한 이후 후속 보강이 결정됐다. 백악관은 추가 개조 기간을 약 한달로 밝혔으나, 국방부는 비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은 한 달 만에 방어 능력을 추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카타르 기증 항공기는 지난달 여러 차례 대통령 해외 순방에 투입됐으며, 비상 상황에 대비해 기존 에어포스원이 함께 운항했다. 대통령이 탑승하는 항공기에는 항상 예비 항공기가 동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와 함께 방탄 리무진과 마린원(대통령 전용 헬기)을 수송하는 화물기들도 함께 움직인다.

핵 방호·공중급유 없어…방어 능력은 기존 기체가 압도적


가장 큰 차이는 방어 능력이다. 기존 VC-25A는 핵폭발 시 발생하는 전자기파(EMP)를 견디도록 설계됐지만, 카타르 기증기는 기체와 전자장비에 고강도 방사선 차폐 설계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중급유 기능도 카타르 기증기에는 없다. 다만 미 공군은 차세대 대통령 전용기 개발 과정에서 이미 공중급유 기능을 요구 조건에서 뺀 상태다.

기내 구조도 차이점이 있다. 기존 VC-25A는 대통령이 재임 중 사망할 경우 관을 기내에 실을 수 있도록 대형 출입문도 설치돼 있는데, 카타르 기증기에는 이 기능이 없다. 다만 향후 나올 차세대 VC-25B에는 다시 설치될 예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일 메릴랜드주 앤드루스 합동기지에서 카타르 정부가 기증한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AFP]


지상 접근성도 다르다. 기존 전용기에는 앞뒤 두 곳에 자동 전개식 계단과 자체 수하물 적재 시스템도 갖춰 지상 장비 도움이 덜 필요하지만, 카타르 기증기는 내부 계단이 한 세트뿐이라 공항에서는 이동식 계단을 여러 개 동원해야 한다.

외관은 트럼프 디자인…내부는 ‘왕실 전용기’


지난해 4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에 위치한 팜비치 국제공항에서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


기존 VC-25A는 1960년대부터 이어져 온 흰색과 하늘색 도색을 유지하고 있다. 이 디자인은 재클린 케네디 여사가 산업디자이너 레이먼드 로위에게 의뢰해 완성한 상징적인 디자인이다.

반면 카타르 기증기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고른 빨강·흰색·남색 조합으로 도색됐으며, 꼬리 날개에는 물결 모양의 대형 성조기가 그려져 있다.

카타르 정부가 기증한 VC-25B 브리지 항공기가 지난 6월 앤드루스 합동기지에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


기내 구성도 크게 다르다. 기존 VC-25A는 ‘하늘 위의 백악관’을 목표로 설계돼 회의실과 대통령 참모진, 기자단 전용 공간이 마련돼 있지만 카타르 기증기는 전용 기자실이 없다. 대신 기자단은 두꺼운 커튼으로 참모진과 공간을 나눠 쓸 예정이다.

지난달 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함께 참모진들이 카타르 정부가 기증한 에어포스원에 탑승하고 있다. [AFP]


다만 원래 왕실 전용기로 제작됐던 만큼 대형 가죽 침대형 좌석은 그대로 남아 있다. 시간과 비용을 고려해 미 공군이 기존의 고급 인테리어를 상당 부분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해외 순방에서는 식품 안전도 매우 중요하다. VC-25A에는 객실 아래 대형 냉장시설 5개가 설치돼 장거리 비행용 식량을 넉넉히 실을 수 있지만, 카타르 기증기는 냉장시설이 적어 대통령 식량 일부를 지원 항공기가 나눠 실어야 할 가능성이 있다.

두 기종의 가장 큰 공통점은 통신 능력이다. 미 공군에 따르면 두 항공기 모두 대통령이 비행 중에도 국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최고 기밀 통신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타르 기증기에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도 설치돼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