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기미술관 “인명피해 방지, 은행나무 제거 요청”…구청 공문 회신 [서울N]

환기미술관 측, 종로구 자료 요청 공문에 답신
“구청 공문 제안·민법 240조 의거, 제거 간곡 요청”
생육환경 개선·전문가 안전 진단 자료도 첨부
종로구 측 “안전 관련 자료 먼저 요청한 적 없어”’
미술관-區, 은행나무 제거 요청 여부 놓고 의견 갈려


14일 서울 종로구 환기미술관 담장 옆 은행나무. 은행나무 둘레에는 펜스가 쳐져 있다. 박병국 기자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환기미술관이 서울 종로구의 은행나무 관련 공문에 회신하는 과정에서 담장 안전을 우려하며 논란이 된 은행나무 제거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환기미술관 측은 은행나무를 제거해 인명피해를 미연에 막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종로구는 요건이 충족이 안돼 제거는 힘들다고 회신했다.

다만 은행나무 제거 요청 배경을 놓고는 종로구 측과 환기미술관 측의 입장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환기미술관 측은 종로구 측이 위험수목 정비 지원을 검토 하고 있다고 먼저 밝혔다며, 이에 대한 자료 제공 요청에 답을 하는 과정에서 은행나무 제거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종로구 측은 위험수목 관련 자료 제공 요청을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종로구 조례에 따르면 ‘생활주변 위험수목 정비 지원’은 동물이나 해충 서식지 또는 자연현상으로 지역 주민의 안전이나 건강과 주거 환경을 해치는 나무를 가지치기, 벌채 등의 방법으로 처리 또는 제거하는 것을 뜻한다.

17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환기미술관은 종로구에 공문을 보내 은행나무의 위험성을 언급하면서 “이에 환기미술관은 종로구청에서 2026년 7월 24일 공문으로 제안한 내용에 있는 ‘종로구 생활주변 위험수목 정비 지원 조례(이하 위험수목 정비 지원 조례)’에 따른 고사지 정비 등 수목 정비 지원 내용과 민법 제240조에 의거해 시급한 대책을 적극 검토해 주시고, 본 사안의 은행나무로 인해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심각한 안전사고 방지와 사고 발생시 일어날 수 있는 인명피해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도록 은행나무의 제거를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환기미술관 측은 은행나무 제거를 요청하며 민법 제240조와 제214조를 함께 언급했다. 민법 제240조는 나무가지와 나무 뿌리 제거권을 규정하는 법으로, 이에 따르면 인접지의 수목 가지가 경계를 넘은 때에는 소유자에 대하여 가지의 제거를 청구할 수 있다. 또 청구에 응하지 아니한 때에는 청구자가 그 가지를 제거할 수 있다. 다만 뿌리의 경우 청구없이 임의로 제거할 수 있다. 민법 제214조는 소유권을 방해하는 자에게 방해 제거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미술관은 담장 안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전문가 의견 등이 담긴 자료를 함께 첨부했다.

환기미술관 관계자는 이날 본지와 통화에서 은행나무 제거 요청과 관련해 “종로구가 아름다운 나무 지정과 위험 수목 지정 두 가지를 다 검토한다고 해서 관련된 자료를 제공하고, 수목 제거를 간곡히 요청드린 것”이라며 “특히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어 지난 10년간 쌓은 안전 관련 자료를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담장 주변이) 인명 피해가 생길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라며 “논란 속에 안전문제가 간과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종로구는 지난달 24일 보낸 공문을 통해 “1. 귀 재단(환기미술관 운영 환기재단) 회신문(2026. 7. 3)과 관련, “2. 부암동 210-4에 위치한 은행나무는 보전 및 주민 안전 확보를 위해 ‘종로구 아름다운 나무 지정 및 관리에 관한 규칙’과 위험수목 정비 지원 조례에 따른 고사지 정비 등 수목 정비 지원에 대한 토지소유자의 의견을 조회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3. 우리 구에서 의뢰한 전문가 자문의견과 귀 재단에서 조치한 수목생육환경 개선 내용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대상목의 관리 방안을 수립할 예정”이라며 “4. 귀 재단에서 해당 수목에 대해 시행한 구체적인 조치 내용 및 관련 자료에 대해 2026년 7월 29일까지 우리 구에 제공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환기미술관 측은 종로구의 자료 요청 과정에 답하는 과정에서 제거 요청을 했다고 밝히고 있지만 종로구 측의 입장은 다르다. 종로구 관계자는 공문에 있는 토지 소유자의 의견 조회에 대해 “제초제 피해 가지 등이 고사해 낙하할 경우를 대비하여 정비에 대한 동의를 받기 위함”이라며 “(환기미술관 측에) 자료를 제공해 달라고 요청한 것은 수목 환경에 대해 조치한 내역”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종로구는 은행나무 소재 토지 소유자들에게 보낸 공문에서 ‘가. 종로구 아름다운 나무지정’과 ‘나. 고사지 정비 등 위험수목 정비 추진’에 대한 의견을 물으면서 “조례에 따라 인근 피해를 줄 수 있는 수목의 정비를 지원하고 있다. 추후 대상목의 고사지 낙하 등 피해가 우려될 경우 신속히 정비해 주민 안전을 확보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종로구 관계자는 “은행나무 제거 검토를 위해 내역을 달라고 한 건 아니다”며 “제거해달라는 의사를 표명하는 것은 미술관의 자유지만 사건 발생 이후 흐름을 따져볼 때도 제거를 목적으로 행정력을 움직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위험수목 정비 지원 조례에 따르면 종로구청장은 주민에 대한 피해가 발생했거나 발생될 우려가 있는 위험수목 정비에 필요한 조치를 강구해야 한다. 위험수목 정비지원 신청자는 구청장이 지정하는 기간에 생활주변 위험수목 정비 지원 신청서를 작성, 구청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또 신청자가 생활주변 위험수목의 소유자가 아닌 경우는 해당 위험수목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위험수목 정비에 대한 세대원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종로구청장은 해당 조례 제1항에 따른 위험수목 정비 지원 신청에 대하여 현장 확인 등을 통해 그 내용을 검토 후 지원 여부를 결정하고, 그 결과를 신청자에게 통지해야 한다.

종로구 관계자는 환기미술관의 제거 요청과 관련해 “위험수목 정비 지원 조례에 지원을 받으려는 자가 소유자가 아닌 경우 해당 수목 소유자의 동의를 얻어 위험수목 정비에 대한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이번 사례는) 이 같은 요건이 충족하지 않아 제거가 불가하다. 해당 수목에 대한 지역 주민 등의 요청으로 수목 보전과 생육환경 개선 관련 가능한 행정조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나무가 심어진 땅은 총 1850㎡로, 땅 소유자는 46명이다. 구는 13일 환기미술관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발신했다.

종로구는 특히 나무병원의 자문에 근거, 해당 은행나무를 ‘위험수목’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위험수목 정비 지원 조례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종로구 관계자는 “(환기미술관) 담장 균열의 원인을 은행나무라고만 보기엔 무리가 있다”며 “전체적인 담장 노후도를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또 환기미술관이 언급한 민법 조항에 대해서도 “민법은 사인 간 권리와 의무를 다루는 법으로, 이를 근거로 종로구에 은행나무 제거를 요청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했다.

14일 환기미술관 담장 옆 은행나무. ‘은행나무를 지키겠다’는 글과 사진을 담은 팻말들이 붙어있다. 박병국 기자


부암동 은행나무 논란은 올해 5월 미술관 담장 옆 사유지 도로에 있는 은행나무에 제초제가 주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불거졌다. 종로구는 관련 민원을 접수한 5월 22일 현장을 찾아 훼손 상태를 살폈다. 이어 같은 달 26일 나무병원을 통해 진단한 결과 약제 성분으로 수관부 고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견이 나왔다. 환기미술관은 조경업체 등을 고용해 제초제를 투입한 사실을 시인했다.

논란은 ‘독살 의혹’으로 번졌다. 환기미술관은 6월 1일 홈페이지에 ‘사과드립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환기미술관은 사과문에서 “은행나무와 관련하여 부암동과 환기미술관을 아끼는 분들께 심려를 끼쳐 깊이 사과드린다”며 “은행나무의 회복과 포괄적인 관련 상황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며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사안의 엄중함을 고려해 다각도로 접근하는 과정 중이니 너그러운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이어 “해당 나무(나무뿌리)의 현황으로 미술관 담장이 붕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며 “사안의 중대함을 사유로 관련 상황을 해결하고자 했으나, 이 과정에서 부암동과 미술관을 아끼는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종로구 측이 지난달 1일 재물손괴 혐의로 환기미술관 측을 고발한 것도 확인됐다. 시민단체(서울환경연합)에 이은 해당 은행나무 관련 두 번째 고발 사례다. 앞서 6월 2일에는 부암동 주민, 각계 인사, 서울환경연합이 참여하는 ‘부암동 은행나무 살리미 60인’이 박미정 미술관장과 환기재단을 재물손괴, 토양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이들은 “CCTV를 통해 5월 22일 오전 9시쯤 작업자 두 명이 환기미술관 담벼락 밖 은행나무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제초제를 넣는 장면을 확인하고 미술관 측에 항의했지만 적절한 대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종로구는 6월 4일 부암동 은행나무 생육환경개선 조치 이행을 독려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미술관 측은 지난달 6일 공문을 통해 회신했으나, 종로구는 같은 달 23일 은행나무에 대한 구체적인 조치 내용과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한 차례 더 보냈다.

종로구 관계자는 “첫 번째 회신에서 수목생육환경 개선을 위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만 답변해, 7월 23일 수목에 대해 시행한 구체적인 조치내용과 관련자료를 요청하는 공문을 다시 보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