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김병진 대구경북취재본부장] |
정부가 내놓은 ‘8·13 주택공급 대책’의 중심에는 수도권이 있다. 정부는 신규 택지 10만 가구를 포함해 수도권에 23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추가 공급하고 기존 공공택지의 착공도 앞당기기로 했다.
서울 강서와 경기 남양주·광주 등 신규 공공주택지구가 수도권에 집중됐고 조기 착공 사업장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이자 지원 등 금융 인센티브도 제공된다.
수도권 집값 안정을 위한 사실상 ‘공급 총동원령’이다.
수도권의 주택시장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공급 확대는 필요한 정책이다. 특히 2022년 이후 착공 감소의 영향으로 향후 입주 물량이 줄어들 가능성을 고려하면 공급 시기를 앞당기는 방향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지방이다. 이번 대책에는 수도권의 ‘23만 가구+α’라는 구체적인 공급 목표가 제시된 반면 대구·경북의 주택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해법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구·경북이 겪는 문제는 수도권과 정반대다. 주택이 부족해 가격이 급등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어진 집조차 팔리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이 누적되면서 지역 건설업계의 경영난은 물론 PF 부실과 금융시장 부담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를 단순히 ‘공급 과잉’으로만 규정해서도 안 된다.
대구의 주택시장 침체에는 과거 집중적인 공급, 경기 부진, 인구 감소와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주택 문제를 넘어 지역경제와 인구 문제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미분양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미래의 공급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주택사업은 부지 확보와 인허가, 금융조달, 착공, 준공까지 수년이 걸린다. 지금 미분양이 많다는 이유로 신규 사업을 지나치게 위축시키면 몇 년 뒤에는 공급 부족이라는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현재의 미분양과 미래의 주택 수요를 동시에 고려하는 장기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따라서 지방에 필요한 것은 수도권과 같은 신규 택지 공급 경쟁이 아니다. 이미 발생한 미분양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악성 미분양 사업장의 금융 부담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실수요자의 주택 구매를 지원할 금융·세제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수도권은 공급 부족과 집값 상승이 문제라면 지방은 수요 부족과 지역경제 침체가 핵심이다. 같은 주택시장이라도 지역별 상황에 따라 정책의 처방은 달라야 한다.
대구·경북이 요구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다. 지역의 현실을 주택정책에 반영해 달라는 것이다. 수도권의 집값 안정만큼 지방의 주택시장 붕괴를 막는 것도 국가 주거정책의 중요한 과제다.
정부가 ‘국민이 원하는 주택을 원하는 곳에 충분히 공급한다’는 목표를 실현하려면 수도권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
서울에서는 집값 안정, 대구에서는 미분양 해소와 지역경제 회복, 경북에서는 인구와 산업을 붙잡을 수 있는 주거 기반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결국 8·13 대책이 수도권에는 ‘속도’를, 지방에는 사실상 ‘관망’을 주문하는 정책으로 남아서는 안 된다.
수도권 과열과 지방 침체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지역 맞춤형 주택정책이 필요하다. 대구·경북의 주택시장 역시 대한민국 주택시장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집값을 잡는 것만큼 지방의 주택시장 붕괴를 막는 것도 중요하다. 수도권의 과열과 지방의 침체를 동시에 해결하는 균형 잡힌 정책이 나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