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음만 빨라도 뇌가 젊어진다?…치매 위험 절반 ‘뚝’

80대인데 걸음은 50대…치매 위험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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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나이가 들어서도 남들보다 훨씬 빠르게 걷는 사람은 치매 등 인지기능 저하를 겪을 가능성이 절반가량 낮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설령 기억력이나 사고력이 저하되기 시작했더라도 진행속도가 더 느렸으며,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도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고령에도 빠른 걸음걸이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뇌 건강까지 좋은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미국 스토니브룩대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Neurology’에 발표한 연구에서 이같은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진은 80세 넘었는데도 걷는 속도가 50대 수준인 사람에게 ‘슈퍼 무버(Super Mover)’라는 이름을 붙였다.

세계 여러 고령층 건강 데이터베이스에서 80세 이상 남녀 약 5000명의 보행 속도와 인지기능 검사를 했으며, 일부는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까지 진행했다.

그 결과 보행 속도가 가장 빠른 상위 5~8%가 슈퍼 무버로 분류됐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보다 30~40세 어린 사람들과 비슷한 속도로 걸었다. 팔순 노인이 50대 걸음을 걷는 셈이다.

분석 결과 슈퍼 무버는 연구 참여 후 약 5년 동안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날 위험이 다른 사람보다 48% 이상 낮았다. 나이와 성별, 일부 생활습관을 보정한 뒤에도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또 인지기능 저하가 나타나더라도 악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다.

뇌 구조에서도 차이가 확인됐다. 기억을 담당하는 핵심 부위인 해마의 부피가 느리게 걷는 사람들보다 더 컸다. 걸음이 빠른 사람의 뇌는 기억 저장 공간이 조금 더 컸던 셈이다.

연구를 이끈 조 버게스 스토니브룩대 신경과 교수는 “걷기 자체가 뇌를 끊임없이 사용하는 복합적인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보행은 단순히 다리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나가는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게 피해고, 길을 찾고, 울퉁불퉁한 바닥을 감지하며, 차량과 신호를 확인하는 등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이 같은 과정이 뇌를 지속적으로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운동하는 동안 근육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도 혈액을 통해 뇌로 이동해 신경세포 기능을 개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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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연구진은 섣부른 결론은 경계했다. 이번 연구만으로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슈퍼 무버들이 지병이 적고 영양 상태가 좋았거나, 유전적 요인이 뛰어나고 사회·경제적 환경이 우수했을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즉 빠르게 걸어서 뇌가 건강해졌는지, 아니면 원래 뇌가 건강했기 때문에 빠르게 걸을 수 있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또 이들이 언제부터 빠르게 걷기 시작했는지, 젊었을 때부터 운동을 꾸준히 해왔는지도 이번 연구에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핵심 메시지만큼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버게스 교수는 “나이에 상관없이 활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걷기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운동”이라고 말했다.

거창한 마라톤이나 등산이 아니어도 된다. 그는 건강상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평소 걷기가 편안해졌을 때 조금씩 속도를 높여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