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국경 없다”…BTS 초강수에 그래미 ‘아시안 팝’ 빗장 푸나

그룹 방탄소년단이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린 월드투어 ‘아리랑’에서 무대에 걸터앉아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하이브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그래미 어워즈 출품 보이콧 선언이 미국 팝 음악계의 견고한 벽을 뒤흔들고 있다.주관사인 레코딩 아카데미가 신설을 예고했던 ‘베스트 아시안 팝 뮤직 퍼포먼스(Best Asian Pop Music Performance)’ 부문의 개편과 재검토를 시사했다.

레코딩 아카데미의 하비 메이슨 주니어(Harvey Mason Jr.)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일부 아티스트들이 해당 부문이 자신들의 각고의 노력으로 빚어낸 음악을 온전히 대변하지 못한다고 여긴다는 점이 명확해졌다”며 “음악인 출신으로서 이러한 목소리를 결코 가볍게 넘기지 않고 무겁게 수용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현재 그래미의 시상 부문이 100개를 넘어선 만큼, 신규 부문 개발 및 도입 절차 전반을 재검토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파장의 도화선이 된 것은 지난 6월 레코딩 아카데미가 발표한 아시안 팝 부문 신설 계획이었다. K-팝, J-팝, C-팝 등 아시아권 언어 기반의 음악을 별도 카테고리로 묶겠다는 취지였으나, 음악계 안팎에서는 아시아 아티스트들을 본상인 제너럴 필드(General Field: 올해의 앨범·레코드·노래 등) 및 주요 팝(Pop) 부문 후보군에서 배제한다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이에 방탄소년단은 지난달 29일 제69회 그래미 어워즈(69th Grammy Awards)에 신보를 출품하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리며 보이콧의 포문을 열었다.

멤버들은 “음악이 특정 지역이나 언어로 구획되기보다 음악 그 자체의 예술성으로 향유되기를 바란다”며 인위적인 범주화에 선을 그었다. 글로벌 팝 시장의 최정상 아티스트가 시상식 구조 자체에 문제를 제기하며 전면적인 거부를 선언하자 주최 측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고 현지 매체들을 보고 있다.

레코딩 아카데미는 현재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하이브를 비롯해 한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주요 아시아 음반 관계자들과 긴급 연쇄 회동을 진행 중이다. 전체 이사회와 후보선정위원회를 소집해 해당 부문의 명칭 및 심사 기준 재조정에 착수했다.

빌보드와 버라이어티(Variety), 롤링스톤(Rolling Stone) 등 유력 외신은 이번 사태를 두고 “방탄소년단의 독보적인 글로벌 파급력이 그래미의 보수적인 시스템에 직접적인 균열을 냈다”고 진단했다. 다만 오는 8월 21일로 다가온 제69회 출품 마감 일정을 고려할 때, 당장 2027년 2월 시상식에서 해당 부문이 전면 백지화될지 혹은 명칭과 운영 방식의 세부 수정에 그칠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