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의 역설…“영화관, 다시 젊은이 문화 됐다”

글로벌 영화시장, 올해 1조원 이상 매출 올린 영화 5편
“디지털 콘텐츠 세대가 역설적으로 영화관 핵심 고객”
“소셜미디어가 젊은 관객들 다시 극장으로 끌어들여”

영화를 둘러싼 문화가 다시 젊은이들의 문화가 됐다.

영화 데이터 분석가 스티븐 팔로스
영화 ‘오디세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터스]


지난 2022년 ‘미니언즈2’ 개봉 당시 시민들이 정장 차림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이른바 ‘젠틀미니언(GentleMinions)’ 열풍이 불었다. [SNS]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넷플릭스와 유튜브, 틱톡 등 플랫폼에 익숙한 Z세대(1997∼2011년 출생자)가 다시 영화관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5편의 영화가 전 세계 박스오피스에서 10억달러(약 1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3편은 5억달러(약 7000억원)를 넘어서는 등 글로벌 영화시장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매체는 “디지털 콘텐츠에 가장 익숙한 세대가 역설적으로 ‘아날로그적 경험’인 영화관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며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을 끝없이 스크롤하는 대신 어두운 공간에서 대형 스크린에 집중하고 다른 관객들과 같은 경험을 공유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가치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 ‘어벤져스: 둠스데이’ 포스터. [SNS]


전체 영화 티켓 판매량은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밑돌지만, 올해 세계 박스오피스 매출은 35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7%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영화 ‘어벤져스: 둠스데이’와 ‘듄: 파트 3’ 등 대작도 올해 말께 개봉을 앞두고 있어 박스오피스 매출은 더욱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런 가운데 영화관 회복세를 이끄는 주역으로 Z세대가 거론되고 있다. 영화 예매 사이트 판당고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Z세대의 87%가 영화관을 적어도 한 차례 찾았다.

이는 다른 연령대와 비교했을 때 가장 높은 방문율이다. Z세대는 연평균 7편의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해 1965~1980년생인 X세대(6.1편)와 1964년 이전 출생자인 베이비붐 세대(5.7편)를 웃돌았다.

이코노미스트는 “한때 업계에서는 Z세대와 밀레니얼세대가 영화관의 쇠퇴를 앞당길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극장 대신 집에서 넷플릭스를 보거나 유튜브·틱톡을 이용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는 예상이었다”면서도 “하지만 실제로는 젊은 층이 영화관의 핵심 고객으로 자리 잡고 있다”고 분석했다.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 포스터. [소니 픽처스]


Z세대의 영향력은 최근 흥행작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는 북미 개봉 첫 주말 3억6000만달러(약 5100억원)를 벌어들이며 종전 개봉 첫 주말 최고 기록을 세웠던 영화 ‘어벤져스: 엔드게임’(2019년·3억5700만 달러)도 앞질렀다.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개봉 첫 주말 관객 가운데 약 3분의 2는 18~34세였다.

영화 ‘오디세이’ 스틸컷 [AP]


이 밖에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 ‘오디세이’를 비롯해 ‘더 드라마’, ‘프로젝트 헤일 메리’, ‘폭풍의 언덕’ 등 다양한 장르에서 젊은 관객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특히 공포영화 ‘옵세션’은 Z세대의 지지를 바탕으로 전 세계에서 4억9000만달러(약 6900억원)를 벌어들였다. 이는 제작비의 650배가 넘는 흥행 수입이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 포스터. [애니플러스 제공]


미국 뿐만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Z세대가 영화관의 주요 관람객으로 자리 잡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인도에서는 30세 미만 관객이 힌디어 영화 박스오피스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영화 관객의 3분의 2가 34세 미만이며 베트남에서는 청년층 비중이 최대 90%에 달한다. 일본에서도 지난해 여름 청년층들이 영화 ‘귀멸의 칼날: 무한성편’을 보기 위해 극장으로 몰리면서 일본 영화 역사상 최고 수준의 개봉 첫 주말 흥행 기록을 세우는 데 힘을 보탰다.

영화 역사상 최초로 장편 극영화 전편을 IMAX 70mm 필름으로 촬영한 작품 ‘오디세이’의 한 장면. 한국 젊은층들도 IMAX 체험을 위해 영화관으로 향하고 있다. IMAX관 티켓이 연일 매진이 되면서 웃돈을 얹은 암표나 현장에서 취소된 티켓(취켓팅)을 사려는 관람객들도 늘고 있다. [유니버셜 픽처스 제공]


이에 대해 이코노미스트는 “역설적으로 영화관의 쇠퇴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됐던 소셜미디어가 젊은 관객을 다시 극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짚었다.

유럽 청년층의 절반 가량은 틱톡을 통해 새로운 영화를 접한 뒤 영화관을 찾고 있다. 특정 영화가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되면 이를 직접 관람하기 위해 극장으로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영화 ‘마인크래프트’ 포스터. [SNS]


실제로 지난 2022년 ‘미니언즈2’ 개봉 당시에는 정장 차림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젠틀미니언(GentleMinions)’ 열풍이 불었다. 지난해 ‘마인크래프트 무비’가 개봉했을 당시에는 특정 장면에서 관객들이 함께 소리를 지르고 자리에서 뛰어오르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를 기록하고 리뷰를 공유하는 플랫폼도 극장 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영화 기록·평가 애플리케이션 레터박스의 전 세계 이용자는 3000만명으로 3년 전보다 약 3배로 늘었다. 가장 활발한 이용자층은 18~24세다.

[게티이미지]


Z세대에게 영화관은 친구들과 경험을 공유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판당고에 따르면 전체 영화 관객의 92%가 다른 사람과 함께 영화관에 가는 것을 선호했으며 특히 Z세대는 친구와 함께 관람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영화 관람 전후에 친구들과 식사하거나 술을 마시는 등 극장 방문 자체를 하나의 이벤트로 만드는 경우도 많다. 특별 제작 팝콘통이나 리클라이닝 좌석, 프리미엄 상영관 등 부가 상품과 서비스에도 적극적으로 지갑을 열고 있다. 판당고에서도 MZ세대(밀레니얼과 Z세대의 합성어)가 영화 관람과 외식·음주 등을 결합하는 경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의 한 영화관의 모습. [게티이미지]


판당고는 “Z세대가 영화관의 ‘공유되고 공동체적인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영화관이 젊은 층의 사회적 공간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