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금·잔금대출 막힐까 걱정했는데”…입주 실수요자 숨통 트이나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1.5%→3% 상향
집단대출, 금융회사별 총량 한도서 제외
‘순증 제로’ 상호금융도 추가 취급 여력
일반 주담대 한도 확대 효과는 제한적


서울 은평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붙은 빌라 매물표.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아파트 입주를 앞두고 중도금·잔금대출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던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정부가 올해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를 기존 1.5%에서 3%로 높이고 집단대출을 금융회사별 총량 한도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다. 대출 한도가 사실상 바닥난 농협·신협·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도 집단대출을 추가로 취급할 여지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1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당국은 금융권에 가계대출 총량 한도를 추가 배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가계대출 관리 실적이 부진해 올해 대출 순증 한도를 0~1%로 제한받은 상호금융권도 배분 대상에 포함된다.

현재 새마을금고와 신협은 가계대출 순증이 사실상 금지돼 있다. 농협도 지난해 말 잔액보다 1% 이내에서만 대출을 늘릴 수 있다.

강도 높은 규제에도 상호금융 가계대출은 가파르게 증가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1~7월 상호금융권 가계대출 증가액은 10조600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액과 맞먹는다.

연초 은행권이 가계대출 문턱을 높이자 비은행권으로 수요가 몰리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데다 상호금융권이 대출 억제에 나서기 전 약정한 집단대출이 순차적으로 실행된 영향이 컸다.

금융당국은 이번 대책을 통해 집단대출을 금융회사별 총량 한도와 분리해 관리하기로 했다. 이주비와 중도금, 잔금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금융회사들이 한도 초과를 우려해 선제적으로 대출을 줄이면서 실수요자 피해가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시내 한 은행 창구 모습. [연합뉴스]


정부는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상향으로 추가 확보되는 약 30조원의 대출 여력 중 상당 부분을 집단대출에 배정할 방침이다. 해당 물량은 개별 금융회사 한도가 아닌 금융당국이 관리하는 ‘유보분’에서 별도로 관리한다.

현재 가계부채 총량 목표는 금융회사별 한도와 정책대출, 유보분 등 세 항목으로 구성된다. 집단대출을 전체 증가율 3% 안에는 포함하되 금융회사별 한도에서는 빼 가계부채 관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실수요자의 대출 차질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새 기준은 하반기 집단대출 공급 예상액을 토대로 적용되며 상반기 실행분에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금융회사가 총량 한도 부담 때문에 실수요자의 대출을 취급하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추가 확보된 30조원의 여력으로 입주 예정 가구의 집단대출 수요를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집단대출을 제외한 일반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까지 문턱이 크게 낮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상호금융회사 상당수가 이미 기존 총량 한도를 넘어선 상태여서 추가 한도를 받더라도 막아둔 대출을 곧바로 재개하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한 상호금융기관 관계자는 “대출 총량이 늘더라도 이미 한도를 초과한 곳이 많아 기존에 중단한 대출을 다시 풀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호금융권은 연초부터 신규 영업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출 잔액을 관리하고 있다. 기존 대출의 상환도 이어지면서 월별 순증 규모는 점차 감소하는 추세다.

은행권의 대출 여력이 확대되면 상호금융권에도 간접적인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입주자가 은행에서 잔금대출을 받아 상호금융권의 중도금 대출을 갚으면 그만큼 상호금융권에 새로운 대출 여력이 생길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