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이치, 금리인상 경계…日 경기회복 피해 우려
베선트, 엔화 약세 해소 위해 통화 긴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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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오른쪽)과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 [로이터]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엔화 약세 저지를 두고 외환시장에 이례적으로 공동 개입했던 미국과 일본이 금리 인상 속도를 둘러싼 시각차를 드러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1년간 엔화 약세를 해결하려면 일본은행(BOJ)의 통화 긴축이 중요하다고 보는 반면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빠른 금리 인상이 경기 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일본은행은 다카이치 총리가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후 금리 인상을 두 차례 단행했다. 현재 일본의 기준금리는 1%다.
14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시장에선 지난달 미국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엔화 매수 개입에 나선 이후 BOJ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정책 효과를 극대화할 기회를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피터 바살로 BNP파리바자산운용 미국법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일본은 당시에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며 "일본이 엔화 매수에 나섰지만 통화정책에서는 금리를 동결하는 엇갈린 신호를 보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지난달 미일의 외환 공동 개입에도 최근 달러당 160엔대에 육박하는 점을 들어 일본은행이 오는 9월이나 10월쯤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다카이치 총리가 경기 부양을 위해 확장적 재정정책을 추진해온 만큼 통화정책에서는 지나치게 빠른 금리 인상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 요약본에서도 정책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강해질 위험을 지적했다. 일본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 수개월간 다소 둔화했지만 지난 4년 대부분 기간 동안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반면 베선트 장관은 일본은행의 대응이 이미 늦었다는 입장이다. 앞서 그는 지난해 8월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해 “대응이 뒤처지고 있다”고 지적했고, 같은 해 10월에는 다카이치 정부에 일본은행이 인플레이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 운용의 여지를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베선트 장관은 미·일의 공동 엔화 매수 개입 당일에도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이달 말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와 만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후 베선트 장관은 미국의 엔화 매수 개입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엔화 약세를 바로잡기 위한 “일본의 단호한 시장·통화정책 조치”를 지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마크 다우딩 RBC글로벌자산운용 채권부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다카이치는 성장을 극대화하기 위해 완화적인 정책을 유지하고 싶어하지만 엔화 약세가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면 지지율에 타격을 줄 수 있다”면서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지 않은 채 엔화가 추가로 약세를 보인다면 외환시장 개입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다카이치 총리 역시 최근 들어 추가 금리 인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생활비 부담에 대한 국민의 우려가 커지면서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이 최근 몇 주간 하락한 데다 일본은행 내부에서도 물가 상승 위험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짚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는 일본 정부가 일본은행의 조기 금리 인상에 우호적인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13일 보도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지난달 31일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앞두고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에게 기자회견에서 매파적인 발언을 해도 좋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블룸버그는 “다카이치 정부가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을 억제할 경우 일본 재정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오히려 키울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라며 “재정 불안이 커지면 다카이치 총리가 성장 전략의 핵심으로 추진하는 14년짜리 투자 계획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고바야시 신이치로 미쓰비시UFJ리서치앤드컨설팅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다카이치 총리는 평소라면 금리 인상을 선호하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 상황을 고려해 금리 인상을 받아들이려는 태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