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데뷔전’ 통해 존재감 보인 조유진 영등포구청장·류삼영 동작구청장 ‘행보’

조유진 구청장, 주거지역 내 데이터센터 건립 제한 제안…류삼영 구청장, 500세대 미만 정비구역 지정 권한 자치구 이양 건의


지난 12일 열린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정기회의 기념 촬영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6·3 지방선거를 통해 당선된 초선 서울 구청장들은 취임과 동시에 구정 현안을 파악하고 직원들과 소통하느라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특히 서울시나 자치구 행정 경험이 없는 구청장들은 복잡한 행정 절차와 조직 운영을 익히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조유진 영등포구청장과 류삼영 동작구청장이 서울시구청장협의회라는 정책 무대에서 지역 현안과 관련한 제도 개선안을 잇달아 제시하며 성공적인 ‘정책 데뷔전’을 치러 눈길을 끈다.

조유진 구청장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건립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데이터센터가 주거지역에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 개선안을 제시했다.

류삼영 구청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 위해 500세대 미만 소규모 정비사업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이양해 달라고 건의했다.

물론 두 구청장의 제안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서울시 조례 개정과 관련 법률 개정 등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그러나 취임한 지 한 달여밖에 되지 않은 초선 구청장들이 지역의 주요 현안을 파악하고 구청장협의회를 통해 구체적인 개선 방안까지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조유진 영등포구청장


조유진 영등포구청장 “제2·3종 일반주거지역 데이터센터 건립 제한해야”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은 주거지역에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있는 데이터센터로부터 주민의 생활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섰다.

AI 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데이터센터는 필수 기반시설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전력 소비와 냉각수 사용에 따른 전력·용수 부족, 소음과 열 발생 등으로 주민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현재 영등포구에서 데이터센터 건립이 추진됐거나 추진 중인 곳은 모두 8개소다. 완공 1개소, 공사 진행 2개소, 건립 예정 1개소, 건축허가 또는 건축심의 접수 4개소다.

현재 추진 중인 데이터센터 외에 추가 건립 신청이 이어질 경우 영등포구 내 7개 변전소만으로는 전력 공급이 부족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구의 판단이다. 이 경우 일반 건축물은 물론 재개발·재건축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러나 현행 법령상 데이터센터는 방송통신시설로 분류돼 제1종 일반주거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별다른 건립 제한을 받지 않는다.

자치단체가 지역의 전력 공급 여건이나 주민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데이터센터 건축허가를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조 구청장은 지난 12일 열린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제203차 정기회의에 데이터센터 건립 관련 제도 개선안을 공식 안건으로 제출했다. 이 안건은 참석 구청장들의 만장일치로 의결됐다.

영등포구는 우선 서울시 건축위원회 운영기준을 변경해 데이터센터 건립 시 자치구 건축심의를 의무적으로 거치도록 서울시에 건의할 계획이다.

또 서울시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해 제2·3종 일반주거지역에서도 데이터센터 건립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준주거지역과 준공업지역, 상업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때도 지역 여건에 따라 건축허가를 제한할 수 있도록 건축법 개정을 촉구할 방침이다.

조유진 영등포구청장은 “주거 밀집 지역에 데이터센터가 들어서는 것에 대한 주민들의 우려가 높다”며 “기후위기와 전력·용수 문제 등을 고려해 관련 법령과 조례를 시급히 개정하고, 자치구가 지역 여건에 따라 건축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삼영 동작구청장(왼쪽)이 500세대 미만 지구 지정 권한 자치구 이양에 대한 제안 설명을 하고 있다.


류삼영 동작구청장 “500세대 미만 정비구역 지정 권한 자치구로”

류삼영 동작구청장은 지역 여건과 주민 수요에 맞춰 도시정비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소규모 정비사업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이양해 달라고 서울시에 공식 제안했다.

류 구청장은 지난 12일 서울시청 기획상황실에서 열린 제203차 서울시구청장협의회 정기회의에 ‘정비구역 지정 및 변경에 대한 자치구 권한 이양’을 정식 안건으로 제출했다.

현재 서울에서는 신속통합기획을 비롯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지속해서 늘고 있지만 도시정비사업에 관한 주요 권한이 중앙정부와 서울시에 집중돼 있어 자치구가 주민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류 구청장의 판단이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 권한은 서울시가 갖고 있다. 면적과 건폐율, 용적률 등 자치구가 자체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정비계획의 경미한 변경 범위도 10% 이내로 제한돼 있다.

류 구청장은 이런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500세대 미만 소규모 정비사업의 정비구역 지정 권한을 자치구에 위임하고, 자치구가 자체 처리할 수 있는 경미한 변경 범위를 현행 10% 이내에서 20% 미만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소규모 정비사업은 대규모 개발사업보다 주민 생활환경과 더욱 밀접한 만큼 현장 사정과 주민 수요를 가장 잘 파악하고 있는 자치구가 사업 초기부터 지역 특성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정비구역 지정 권한이 자치구로 이양되면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줄이고 사업 기간을 단축하는 한편 주민이 체감하는 정비사업의 속도와 행정 대응력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류삼영 동작구청장은 “속도감 있는 도시정비사업 추진은 구민들이 가장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가 될 수 있다”며 “구민이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할 수 있도록 동작구가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겠다”고 말했다.

조유진 구청장과 류삼영 구청장이 제시한 정책은 각각 AI 산업 확산에 따른 새로운 도시 문제와 주민들의 최대 관심사인 재개발·재건축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

두 초선 구청장의 첫 정책 제안이 서울시 조례와 정부 법령 개정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