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볼까 무섭던 ‘19금 전단지’ 일망타진의 비결…‘두 얼굴의 동네’ 지키는 동대문서의 ‘밀착 생활치안’ [우리동네경찰서]

대한민국 경찰의 창경 81년,
헤럴드경제는 서울의 31개 경찰서를 소개합니다.

우리 동네 경찰서 (10) 서울 동대문경찰서


이재훈(왼쪽부터) 경사, 김준영 경사, 이명원 서장, 정창윤 경감이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35만명의 주민이 사는 서울 동대문구는 서로 다른 얼굴을 가졌다. 청량리·제기동에는 전통시장이 밀집해 고령층을 중심으로 유동 인구가 많은데, 경희대·한국외대·서울시립대가 있는 회기·이문동에는 젊은 20대, 특히 외국인 유학생들도 많이 산다.

청량리는 서울 동부의 교통 중심지기도 하다. 1974년 개통한 서울 최초의 지하철 1호선(개통 당시 종로선)이 청량리와 서울역을 이었고 현재는 경의·중앙선과 수인분당선, 경춘선ITX, 강원도로 향하는 KTX가 지난다. 앞으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도 개통될 예정이다.

동대문경찰서 소속 826명의 경찰관과 직원들은 동대문 곳곳의 치안을 책임진다. 고령층 주거지역과 대학가가 맞닿아 있는 만큼 생활치안부터 신종범죄 대응까지 폭넓은 치안 수요를 담당하는 것이 동대문서의 특징이다.

1957년 청량리경찰서로 출범한 동대문서는, 2006년 혜화경찰서 관할로 있던 일부 구역(신설동 등)을 넘겨받으며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경찰서의 모습. [동대문경찰서 제공]


올해 6월 부임한 이명원 동대문경찰서장은 동대문구의 가장 큰 치안 특징으로 ‘지역별 편차’를 꼽았다. 이 서장은 “청량리 시장과 제기동 쪽은 노인 인구가 많고 전통시장과 상업지구가 있지만 이문·회기동은 대학들이 몰려 있고 젊은 1인 가구가 많다”며 “경계를 두고 완전히 다른 치안 여건이 나타나는 것이 동대문구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가장 신경 쓰는 분야는 가정폭력·교제폭력·스토킹을 포괄하는 ‘관계성 범죄’다. 그는 “관계성 범죄는 사소하게 시작한 사건이 중범죄로 이어질 수 있어 하루에도 여러 차례 조치 내용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서는 지역 주민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자율방범대·모범운전자회·지역 학교 학부모 등 100명을 경찰서로 초청해 치안 업무를 설명하고 의견을 들었다. 대학가가 많은 지역 특성을 반영해 외국인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안전간담회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서장은 “경찰만으로 치안을 책임지는 시대는 지났다. 주민·구청·관계기관이 함께 움직일 때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동대문서는 2024·2025년 2년 연속 치안종합성과평가 S등급을 받았고 지난해 서울경찰청이 실시한 직무만족도 조사에서는 서울 31개 경찰서 중 1위를 기록했다. 일선 경찰서 중 처음으로 24시간 무인편의점을 설치했다. 직원들의 익명 건의를 받아 개선하는 ‘직원들의 불편, 버그로 간주합니다’ 제도도 운영 중이다.

동대문경찰서 지하 1층에 마련된 무인 편의점. 한강 라면과 각종 음료수·아이스크림·과자 등을 언제든지 살 수 있다. 편의점이 있는 경찰서는 동대문서가 유일무이하다. 정주원 기자


[동대문경찰서의 얼굴들]
눈 내린 새벽 배봉산서 79세 노인 살렸다

김준영 형사과 실종팀 경사가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는 모습. 임세준 기자


2024년 12월 14일 밤 배봉산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이날 오전 11시께 79세 남성이 아내와 다툰 뒤 휴대전화를 두고 집을 나갔다. 밤늦도록 귀가하지 않자 아들이 오후 11시30분께 실종 신고를 했다. 경찰은 가족 진술과 공중전화 발신지, 폐쇄회로(CC)TV를 추적해 남성이 배봉산으로 들어간 뒤 내려오지 않은 사실을 확인했다.

김준영 경사(형사과 실종팀)는 “고령의 실종자가 영하의 날씨에 이미 오랜 시간 산에 머문 상황이라 생명이 위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실종팀 직원 2명과 지역경찰 4명은 대형 랜턴을 챙겨 구청 관제센터와 동선을 공유하며 수색에 나섰다.

약 4시간 뒤인 다음 날 오전 3시40분께 남성은 등산로를 벗어난 수풀에서 발견됐다. 김 경사는 “몸이 얼어 거동과 대화가 어려운 상태였다”며 “겉옷을 벗어 덮어준 뒤 119를 불렀고, 차량이 들어올 수 없는 곳이라 구급대원들과 함께 들 것으로 산에서 내려왔다”고 했다. 남성은 이후 대학병원으로 옮겨졌고 안정을 되찾았다.

김 경사가 속한 실종팀은 치매환자·아동·지적장애인 등 실종 취약계층부터 성인 실종 사건까지 담당한다. CCTV와 휴대전화 위치정보, 탐문 등을 통해 동선을 추적하고 필요하면 실종경보문자도 발송한다.

특히 실종 업무는 계절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한겨울 한파 뿐 아니라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여름엔 고령자와 치매환자가 장시간 외부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생명에 위협이 된다. 실종팀은 실제 CCTV에 잡히지 않는 동선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이동 경로를 추적한다.

김 경사는“실종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한 신고와 초기 대응”이라며 “‘조금 더 기다려보자’고 생각하기보다 평소와 다르게 연락이 되지 않는다면 바로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

정창윤(왼쪽) 질서계 경감과 이재훈 경사가 11일 오후 서울 동대문경찰서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주민들과 함께 불법전단지 제작자까지 일망타진

거리에 뿌려지는 전단지 한 장도 동대문서에는 주요한 치안 대상이다. 지난 2월 신설동과 장안동 일대에 불법 대부업 전단지가 너무 많다는 민원이 이어지자 동대문서 범죄예방과 질서계는 주민들과 함께 대응에 나섰다.

이들은 상인회와 인쇄업체 등 29곳을 찾아 안내문과 연락처를 나눠주고 전단지 살포자를 발견하면 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주민 합동순찰도 병행했다. 이후 주민들의 두 차례 목격 신고가 결정적인 단서가 됐다. 주민들이 시간·장소·살포자 인상착의까지 구체적으로 알리며 경찰은 CCTV를 통해 살포자를 특정하고 제작 경로를 추적해 3월30일 제작자까지 검거했다. 회수한 전단지만 2100장에 달했다.

정창윤 동대문서 질서계장은 “살포자만 단속하면 다른 사람이 투입돼 다시 전단지를 뿌릴 수 있다”며 “주민들이 구체적으로 신고해 준 덕분에 제작 단계까지 추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예방활동 이후 주민 불편도 줄었다. 관련 국민신문고 민원은 93건에서 54건으로 감소했고, 풍속 관련 신고도 248건에서 222건으로 줄었다.

질서계는 ▷유실물 관리 ▷즉결심판 ▷총포·화약 관리 ▷풍속업소 단속 등 시민 생활과 밀접한 업무를 담당한다. 동대문서의 연간 유실물 업무는 6661건으로 서울 경찰서 가운데 14위, 즉결심판은 318건으로 6위 수준이다.

단속 환경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 청량리·장안동에서는 거리 호객이나 밀집된 업소가 주요 단속 대상이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으로 손님을 모집하거나 오피스텔 등 폐쇄적인 공간에서 영업하는 방식이 늘었다. 이재훈 경사는 “최근 풍속범죄는 온라인이나 폐쇄적인 공간을 이용해 점점 은밀해지고 있다”며 “현장 단속뿐 아니라 실제 운영자와 불법영업 구조까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계장은 질서계 업무의 보람은 거창한 사건보다 주민들이 일상의 변화를 체감할 때 찾아온다고 했다. 그는 “전단지 단속 뒤 주민들이 ‘거리가 깨끗해진 것 같다’고 말하거나 유실물을 되찾고 감사하다고 할 때 보람을 느낀다”며 “시민들이 별다른 불편 없이 평범한 하루를 보낼 수 있도록 생활 주변의 작은 위험을 줄이는 것이 질서계의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