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 “교육시설 맘대로 설치 못 해”
서울 공립초 5곳 중 1곳 국유지 사용
대토 후보지 4곳 제시했지만 결론 못내
행안부 추가 조건에 내달 현장 확인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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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 운동장의 모습. 이우중 수습기자 |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이우중 수습기자] 서울 세종대로를 따라 늘어선 고층 오피스 빌딩 사이에 자리 잡은 덕수초등학교. 1912년 문을 연 이 학교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지만 정작 학생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의 소유권자는 학교나 서울시교육청이 아닌 행정안전부다.
덕수초 운동장 한쪽에는 정부서울청사가 관리하는 화훼시설이 있고, 관리 차량과 근로자들이 학교 운동장을 통해 출입한다. 학부모들은 차량 출입 전면 통제·별도 출입구 설치·화훼시설 이전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부터 피켓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곳은 1990년대 정부 기관 간 부지 교환과 국유재산 관리전환 과정에서 총무처(현 행안부) 소유가 됐다. 당시 서울시교육청이 법무부가 관리하던 동대문구 휘경동 휘경공고 부지를 확보하기 위해 덕수초 운동장 교환을 추진했고, 이후 국유지 관리 주체가 총무처로 바뀌었다. 1998년 내무부와 총무처가 통합(행정자치부)되면서 지금까지 행안부 땅으로 유지되고 있다. 행안부는 “국유재산 관리 체계 개편 과정에서 이뤄진 기관 간 토지 교환의 연장선”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이 땅을 국가고시 응시원서 접수장 등으로 사용하다 학교 요청에 따라 2006년부터 운동장으로 무상 사용하도록 허가했다. 이후에도 덕수초 운동장은 행안부 소유라는 이유로 민주화운동기념관 후보지로도 검토된 적도 있다. 하지만 학생 학습권과 교육환경 문제 등이 제기되며 후보에서 빠지는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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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덕수초등학교 항공사진. 학교 부지 안에 운동장과 행안부 화훼시설이 함께 자리 잡고 있다. [카카오맵] |
학교가 국유지를 사용하는 것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서울에 있는 공립초등학교 569곳 가운데 109곳이 국유지를 점유하고 있다. 전체 학교용지 1361개 필지(약 708만㎡) 가운데 국유지는 223개 필지(약 34만㎡)로 면적 기준 4.9%다.
다만 대부분은 덕수초처럼 학교 용지 가운데 일부 필지만 국유지가 섞인 형태다. 학교용지 전체가 국유지인 공립초등학교는 서울에서 4곳(북부 연촌초·강동 신천초·강동 풍성초·성동 행당초)뿐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자치가 시작되는 과정에서 소유권 인수인계가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으면서 교육청이 사용하는 국·공유지와 국가기관이 사용하는 교육청 소유 토지가 혼재돼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모들은 ‘학교 운동장’이라는 공간의 성격을 강조한다. 외부 근로자와 차량이 학생 생활공간에 들어오는 만큼 일반 행정시설보다 엄격한 안전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교 보안관을 현재 2명에서 3명으로 확대하고 보안관 쉼터도 세우려고 학교와 학부모들이 계획했으나 행안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덕수초 비상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학교에서 아이들 안전을 위해 보안관을 (추가) 배치하려는데 이동할 수 있는 작은 쉼터조차 설치할 수 없다고 한다”며 “교육활동과 관련이 있는지는 학교가 판단할 문제인데 땅이 행안부 소유라는 이유로 제약받는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행안부 소유의 화훼시설에 드나드는 근로자들의 성범죄, 아동학대 경력도 조회해 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초등학생들이 머무는 공간이라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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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 도서실에서 열린 ‘덕수초 운동장 부지·학생안전 간담회’. 이우중 수습기자 |
하지만 행안부는 이미 학생과 근로자의 동선을 분리해 운영하고 있고 공무원들이 출입하기 때문에 보안관을 추가로 둘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근로자들의 신원도 부처에서 직접 확인했기에 문제가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행안부 정부서울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작업자들이 마음대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학교에 미리 연락해 승인받고 학생들이 없는 시간대에 들어가 작업한다”며 “일주일에 정해진 시간에만 작업하는 상황에서 별도 보안관까지 필요한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교육청 역시 지금과 같은 ‘동거’ 구조를 장기적으로 유지하기보다는 소유권을 정리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정근식 서울시 교육감은 지난달 28일 덕수초를 찾아 행안부 소유 운동장과 교육청이 보유한 다른 토지를 맞바꾸는 ‘대토’를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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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00년부터 서울 중구 덕수초등학교 운동장 부지에 들어선 정부 화훼시설의 모습. 이우중 수습기자 |
이에 지난 13일 행안부·서울교육청·중부교육지원청이 처음으로 대토 후보지를 놓고 실무협의를 진행했다. 교육청은 후보지 4곳을 제시했다. 행안부는 덕수초에 있는 화훼시설을 옮겨야 하기에 ▷일조권 확보 ▷주변 시설과의 떨어진 거리 ▷정부서울청사에서 차량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 등 몇 가지 조건을 요구했다. 교육청의 마련한 4곳의 대체지는 이 조건을 모두 만족하진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화훼시설 면적은 1200㎡쯤 되는데 행안부는 이보다 작은 부지라도 적정한 수준에서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후보지를 추가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기존 4개 후보지도 배제하지 않고 함께 현장 점검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양측은 다음 달 초 후보지 현장 점검을 벌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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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본부 화훼시설에 비닐하우스 등 시설물들이 자리 잡고 있는 모습. 이우중 수습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