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주택공급 밀어붙일 수 있을까?…특별법·서울시·주민 반발 ‘산 넘어 산’

용산공원특별법 개정 없이 본체 부지에 주택 건설 어려워
서울시 동의가 법적 필수조건은 아니지만 도시계획·기반시설 협의 난관
용산구 직접 저지 권한은 제한적…주민 여론·국회 대응이 핵심 변수


생성형 AI가 만든 용산공원 일대


[헤럴드경제=박종일 선임기자] 정부가 용산어린이정원을 넘어 용산공원 전체를 주택 공급 후보지로 검토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실제 실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용산구는 15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이 같은 추진 방향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강력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는 “용산공원은 120년 만에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서울 도심의 마지막 대규모 국가공원”이라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미래를 담아낼 국가의 상징공간을 ‘주택 공급에 활용할 수 있는 땅이 있는가’라는 관점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용산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국토부는 발언이 논란이 되자 “공원 전체에 주택을 짓겠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체 부지 가운데 주택 건설에 적합한 곳이 있는지 검토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장관도 국회와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등과 협의해야 한다고 인정했다.

그렇다면 용산구가 정부의 계획을 막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용산구가 정부의 주택 공급 계획을 독자적으로 저지할 법적 권한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현행법과 각종 행정절차, 서울시와의 공동 대응, 주민 여론 등을 활용해 사업 추진을 상당 기간 지연시키거나 사실상 무산시키는 것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강력한 방어막은 현행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다.

이 법 제4조 제2항은 국가가 미군기지 본체 부지 전체를 용산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또 본체 부지를 공원 외 목적으로 용도 변경하거나 매각 등 처분을 하지 못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별법상 ‘본체 부지’에 대규모 공동주택을 짓기 위해서는 현행법 개정이나 이에 준하는 별도의 입법 조치가 선행돼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행정계획만 변경해 곧바로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는 얘기다.

그러나 국회가 특별법을 개정하면 상황은 달라진다. 용산구에는 국회의 법률 개정을 거부하거나 국가 소유 부지의 활용 방안을 최종 결정할 권한이 없기 때문이다.

용산구가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주로 계획 변경과 사업승인 과정에 집중된다.

국토부가 용산공원정비구역 종합기본계획이나 공원조성계획 변경에 나설 경우 구는 공식 의견을 제출하고 공청회와 주민 의견수렴을 요구할 수 있다. 토양오염 정화와 교통 대책, 상하수도·학교 등 기반시설 설치 문제도 집중적으로 제기할 수 있다.

특히 용산기지 부지는 토양오염 정화와 미군기지 반환 절차가 얽혀 있어 실제 주택 건설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계획 변경이나 사업승인 과정에서 위법성이 발견되면 행정소송이나 집행정지 신청도 검토할 수 있다. 다만 용산구에 소송을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될지, 실제 승소할 수 있을지는 구체적인 처분 내용에 따라 달라진다.

용산구의회 결의와 주민 서명운동, 국회 청원 등을 통해 특별법 개정을 저지하는 정치적 대응도 가능하다. 결국 법 개정을 막을 수 있는 결정적 주체는 용산구가 아니라 국회인 셈이다.

서울시와의 공동 대응도 중요한 변수다.

서울시가 반대하면 도시계획과 교통·환경·기반시설 협의 과정에서 정부가 적지 않은 난관에 부딪힐 수 있다. 다만 공공주택지구 지정에 서울시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게 국토부 입장이다. 오세훈 서울시장 역시 법적 권한보다는 국가공원과 도심 녹지를 지켜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반대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결국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사업을 강행한다면 용산구와 서울시가 이를 법적으로 완전히 차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특별법 개정부터 미군기지 반환, 토양오염 정화, 각종 계획 변경, 기반시설 마련, 주민 반발 해소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

용산공원이 지닌 역사성과 상징성, 서울 도심의 녹지 부족 문제까지 고려하면 국민적 공감대 없이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기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의지를 밝혔지만 실제 첫 삽을 뜨기까지는 법률적·행정적·정치적 난관이 겹겹이 놓여 있다. 용산공원 주택 공급이 정부의 검토 단계 구상에 머물지, 특별법 개정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국회와 서울시, 용산구, 주민 여론 사이의 힘겨루기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