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매출 2억’ 홈플 재개장에도 못 웃는다…기로에 선 입점업체

“본사는 연락 두절”, “9월 4일 이후 안내만”
퇴점 업체 불안 호소…원상복구 갈등도 지속
재개장 67개점 입점업체, 매출 12.9% 줄어


임시휴업에 들어갔던 홈플러스가 67개 점포를 재개장한 13일 오전 서울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시민들이 개장에 맞춰 매장에 입장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헤럴드경제=김진 기자] “8월 31일자로 매장을 비워달라고 하는데, 홈플러스 본사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않습니다.”

파산 문턱까지 갔던 홈플러스 67개점이 13일부터 영업을 재개한 가운데 웃지 못하는 이들이 있다. 퇴점이 결정됐거나, 퇴점을 앞둔 홈플러스 입점업체들이다. 임대차 계약상 원상복구 의무를 둘러싼 갈등에 더해 본사와 소통 단절에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홈플러스 연수점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했던 A씨는 이달 말 퇴점 위기에 놓였다. 연수점은 지난 7월 최종 폐점이 결정된 홈플러스 37개점 중 한 곳이다. 연수점 운영이 중단되면서 입점업체들의 본사 협의도 단절됐다. A씨의 매장은 연수점이 들어섰던 건물이 해당 층 리모델링을 계획하면서 8월 말 퇴점 통보를 받았다.

A씨는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수억 원을 투자하며 홈플러스에 입점했는데 2년 6개월 만에 문을 닫았다”며 “이전에 문을 닫은 홈플러스 점포 입점업체들은 영업 손실과 시설투자비 등에 대한 보상이 이뤄졌는데, 현재 본사는 아무런 연락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8월 말까지 매장을 비우면 보증금은 받을 수 있지만 그간의 피해는 어떡하냐”며 “당장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다”고 울먹였다.

영업이 재개된 67개점에 속한 업체들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그중 8월 입점 계약이 만료되는 점주들은 그간의 영업 손실과 관련해 본사와 씨름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지점은 원상복구 의무다.

계약 당시 취지는 퇴점 이후 새롭게 입점할 업체를 위해 기존 점주가 매장 내부를 원상복구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7월 13일 홈플러스 67개점 영업 중단 이후 한 달간 매출이 급락한 데다,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최종 시한이 9월 4일로 정해지면서 원상복구 의무를 요구하는 본사에 대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원상복구에 필요한 비용은 영업면적에 따라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대로 알려졌다.

67개점에 속한 부산 아시아드점에서 식음매장을 운영했던 B씨는 7월 말 퇴점 결정 이후 본사와 연락이 끊겼다. B씨는 “본사에 퇴점 절차를 문의했지만 ‘원상복구 등 폐점 관련 절차는 9월 4일 이후 안내하겠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원상복구를 해야 하는지, 어느 범위까지 해야 하는지, 비용은 얼마나 드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입점점주 협의회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화려한 영업 재개 홍보의 뒤편에서 매장을 지켜온 입점업체들은 본사의 부실경영 여파로 폭락한 매출 때문에 하루 일당조차 건지지 못하는 참담한 현실을 견디고 있다”며 “생계 유지가 불가능해진 8월 계약 만료 예정 점주들은 재계약을 포기하고 퇴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내몰렸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만약 9월 4일 회생인가가 무산되고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원상복구를 마친 점주들은 보증금조차 돌려받지 못한 채 원상복구비라는 불필요한 추가 금전 손실까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며 “위험 요소를 미리 알고 있으면서도 원상복구를 강제하는 것은 소상공인들의 마지막 남은 고혈을 짜내는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실제 홈플러스 67개점 입점점주들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와 노조에 따르면 영업 재개 첫날인 13일 67개점 입점 소상공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한 17억200만원에 그쳤다. 홈플러스 온·오프라인 매출은 1.2% 늘어난 106억2800만원을 기록했다.

입점점주들은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의 중재를 요구하고 있다. 공정위는 홈플러스 37개점 폐점을 앞두고 본사와 점주 간 갈등 중재에 나선 바 있다.

지난 7월 10일 대구시청 산격청사 앞에서 홈플러스 성서점 입점 점주들이 지속 영업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