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친일파, 이완용 통역관 후손이었다”…보컬 전범선 “사실 알고 큰 충격 받아” 고백

밴드 ‘양반들’ 보컬 전범선이 13일 유튜브채널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자신이 한국 최초의 신소설 ‘혈의 누’ 작가이자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인직(1862~1916)의 후손이라고 고백하면서 충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유튜브 ‘최욱의 매불쇼’]


[헤럴드경제=장연주 기자] 배우 하영(33)의 증조부 안성호의 ‘친일 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자신을 ‘친일파의 후손’이라고 고백했던 밴드 ‘양반들’ 보컬 전범선(35)이 이 같은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고 당시 심경을 솔직히 밝혀 눈길을 끈다.

14일 가요계에 따르면, 전범선은 전날 유튜브채널 ‘최욱의 매불쇼’에 출연해 “친일파의 후손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 트라우마를 갖게 됐다”고 밝혔다.

앞서 그는 올 4월 유튜브채널 ‘뮤지엄피’에 출연해 자신이 한국 최초의 신소설인 ‘혈의 누’의 작가이자 언론인, 친일반민족행위자인 이인직의 5대손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인직은 대한제국 시기 일본 유학을 한 뒤 러일전쟁 당시 일본 해군 통역관을 맡았고, 이후 경술국치(1910년)를 전후해 이완용(1858~1926)의 통역관을 맡은 것을 시작으로 친일 행적을 이어갔다.

전범선은 대학 때까지 자신이 친일파 후손임을 몰랐으며, 고등학생 때부터 역사에 관심이 많아 강원 횡성군 소재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미국 아이비리그 중 한 곳인 다트머스대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데 이어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역사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다트머스대 재학 시절 대한제국 시기와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선교사와 독립운동가, 외교관 등으로 활동했던 호머 헐버트 박사에 대해 알게 됐고, 이후 귀국해 헐버트 박사 관련 활동을 하던 중 어머니로부터 가문의 내력을 알게 됐다고 그는 설명했다.

전범선은 “어머니가 ‘역사 공부하는건 알겠는데, 네 출신 성분을 알고나 해라’라며 ‘네 조상은 이인직’이라고 하셨다”며 “이인직은 ‘혈의 누’ 작가로 알고 있었는데, 친일파인 것까지는 몰랐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어머니가 ‘그냥 친일파가 아니라 대단한 친일파였다. 이완용의 통역관이었다’라고 하셨다”며 “나라를 팔아먹는 그 행위에서 통역을 했던 사람이 내 5대 조부, 외할머니의 증조부였다”라고 밝혔다.

전범선은 “어머니는 그때까지 그런 이야기를 나에게 안하셨다. 부끄러웠던 것”이라며 “어머니의 말씀에 큰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배우 하영. [연합뉴스·넷플릭스 제공]


다만, 그는 친일파 후손으로서 부유하게 살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인직은 조선인 아내를 버리고 일본인 여성과 재혼해 살다 1916년 경성(서울)에서 사망했는데, 조선인 아내의 후손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이인직은 대단한 친일파라 일본 여성에게 새 장가를 들었다. 일본 종교로 개종도 했다. 나라뿐만 아니라 가족도 버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범선은 “우리 어머니는 평생 이걸 입 밖으로 못 꺼내셨다더라. 부끄러움에 평생 사셨던 것”이라면서 “내겐 큰 트라우마이자 충격이었다. 그때부터 이인직이라는 양반이 쓴 책을 다 찾아봤다. 왜 집안과 나라를 버렸을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편, 홍대 인디신에서 활동하던 전범선은 다트머스대 졸업 후 귀국해 2014년 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을 결성했다. 2016년 ‘녹두장군’ 전봉준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앨범 ‘혁명가’가 호평을 받았고, 이듬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수록곡 ‘아래로부터의 혁명’이 ‘최우수 록 노래’ 부문을 수상했다. 현재는 밴드를 ‘양반들’로 재정비하고 활발히 활동중이다.

자신의 전공을 살려 역사서(전범선의 한국사 테라피)도 저술했는데, 친일파 후손으로서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한 활동이었다고 그는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