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태원 회장 결단 없으면 투쟁”…SK하이닉스 노조마저 거리로 나서나

지난해 PS 상한 폐지 합의 1년 만에 재충돌
2021·2025년 성과급 갈등 당시도 거리투쟁
올해 장외전 재현 가능성에 재계 촉각
세계 메모리 투톱 동시에 노조 리스크 고조


지난해 8월 SK하이닉스 노조는 성과급 상한 폐지를 주장하며 창사 이래 처음으로 청주캠퍼스에서 ‘조합원 총력 투쟁 1차 결의대회’를 진행했고, 12일 이천캠퍼스에서 연 2차 결의대회에는 조합원 9500명 중에 7000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노조 제공]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SK하이닉스 노조가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사측의 제안에 크게 반발하며 “최고 경영층인 최태원 회장의 직접적인 결단이 필요하다. 만약 사측에서 결단을 회피한다면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투쟁 방식은 아직 공식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삼성전자에 이어 SK하이닉스 노조까지 성과급을 이유로 거리로 나설 경우 세계 메모리 투톱이 장외투쟁을 벌이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1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 3개 노조(이천·청주·기술사무직)는 지난 13일 이러한 내용을 담은 입장문을 게시했다. 하이닉스 노조는 “지난 6월 24일부터 사측과 치열한 협상을 해왔지만, 사측은 끝내 조합원이 기대할만한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사측의 무책임한 태도에 강한 분노를 표한다”고 말했다.

이어 “노조는 최고경영층인 최태원 회장의 직접적인 결단이 필요하다고 느꼈다”며 “만약 사측에서 결단을 회피할 시 3개 노조는 투쟁으로 심판하겠다”고 했다. 노조 측은 광복절 연휴(15~17일)에도 추가 교섭이 가능하다며 “마지막 배려”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SK하이닉스 노사는 임금·단체협약 4차 본교섭을 진행했다. 앞선 본교섭에서 사측은 성과급의 절반을 상회하는 수준을 현금 대신 주식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해달라고 제안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적자 발생 시 임금을 일시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참조: [단독] SK하이닉스, 노조에 성과급 절반 이상 주식 지급 제안…“적자 땐 임금 조정” 제안도)

당시 사측은 “회사와 노조, 구성원이 함께 다양한 사회적 요구를 슬기롭게 헤쳐가고 이해관계자들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이 절실하며, 지속가능한 제도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동조합의 이해와 결단을 요청한다”며 이같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노조는 “지난해 성과급에 대한 노사 합의의 취지를 훼손하게 되는 제안은 결코 수용할 수 없으며, 특히 조합원이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부담하는 방식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 적자를 이유로 임금을 일시적으로 조정하는 방안 역시 노동조합의 기본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크게 반발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1년 2월 SK하이닉스 이천캠퍼스에서 열린 M16 준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의 성과급 지급 갈등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1년 사측이 초과이익분배금(PS)을 연봉의 20% 수준으로 책정하자 직원들은 “삼성전자(당시 연봉의 47% 수준)와 비교했을 때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라고 반발했다.

한 4년차 직원은 경영진에 “성과급 지급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혀달라”고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SK하이닉스 노조원 약 20명은 최태원 회장이 M16팹 준공식에 참석한 당일 ‘임원은 성과급잔치, 노동자는 빈털터리’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서 사태는 악화됐다.

당시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작년 연봉(약 30억원 가량)을 전부 반납해 임직원들과 나누겠다”며 “PS 문제에 대해 더욱 공감과 소통이 필요했다. (연봉 반납이) 문제가 잘 해결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언급했다.

이후 노사는 PS 산정 기준 지표를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에서 영업이익 연동으로 바꾸고, 영업이익의 약 10%를 PS 재원으로 확정했다.

그러나 지난해 성과급 상한선을 두고 노사 갈등이 다시 고조됐다. 노조는 2021년 노사가 마련한 ‘영업이익 10% 성과급 재원’ 원칙에도 기본급 1000%의 지급 상한이 유지돼 실적에 따른 보상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성과급 상한 폐지를 요구했다.

지난해 8월 노조원 약 250여명은 최 회장 등 그룹 경영진 약 200여명이 참석하는 ‘SK 이천포럼’ 마지막 날에 맞춰 서울 중구 SK서린빌딩 앞에서 피켓시위를 벌이는 등 거리 투쟁에 나섰다.

이후 청주캠퍼스에서 창사 이래 처음으로 ‘조합원 총력 투쟁 1차 결의대회’를 진행했고, 12일 이천캠퍼스에서 연 2차 결의대회에는 조합원 9500명 중 7000명이 참석하기도 했다.

결국 노사는 지난해 교섭에서 PS 상한을 폐지하고, 해당 제도를 향후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PS 지급액의 80%는 당해 현금으로 지급하고, 나머지 20%(매년 10%씩)는 2년에 걸쳐 이연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8월 SK하이닉스 노조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청주캠퍼스에서 ‘조합원 총력 투쟁 1차 결의대회’를 진행했고, 12일 이천캠퍼스에서 연 2차 결의대회에는 조합원 9500명 중에 7000명이 참여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 노조 제공]


앞선 투쟁 당시엔 노조가 주장을 관철시키며 제도 변화를 이끌어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는 의견이 나온다. 특히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노사의 극한 대립으로 대기업 성과급 제도에 대한 국민 반감이 커진 것이 변수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SK하이닉스 노조 간부는 공식석상에서 “지금까지 노조와 사측의 1대 1 협의였다면, 지금은 여론과 국민, 더 나아가 정부의 눈치까지 보고 있어 교섭이 상당히 힘들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직원들 간 갈등도 벌어지고 있다. 기존 노조가 직원의 권리를 위해 제대로 싸우고 있지 않다며 전임직(생산직)과 기술 사무직을 아우르는 ‘통합노동조합’가 새롭게 출범했다.

기존 노조가 합의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전체 조합원이 아닌 일부 대의원을 중심으로 주요 안건을 결정해온 방식에 대한 불만도 통합노조 출범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출범 일주일도 안 돼 조합원 수는 2400명을 넘어 기존 기술 사무직 노조 가입자 수를 앞질렀다.

재계에서는 SK하이닉스 노조까지 거리로 나오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합산 시가총액이 2조달러를 넘는데, 우리나라 GDP보다도 더 큰 규모”라며 “이미 국가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더 이상 기업에게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사회가 다같이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영업이익의 N% 성과급이 쟁의행위 대상이 되는지 여전히 혼란이 있는 만큼 이 부분부터 먼저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