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 집 살 때 3.6억 빌려준다” 대출 막힌 신혼부부한테 ‘희소식’…근데 서울에서 가능해? [머니뭐니]

보금자리론 결혼 페널티 해소의 두 얼굴
합산 1억5000만원 부부, 한쪽이 5000만원이면 가능
부부 둘 다 7500만원 이상이면 적용 못 받아
자격은 넓혔는데 살 집이 없다…6억 보금자리론의 딜레마


[게티이미지뱅크]


[헤럴드경제=정호원 기자] 결혼 전 각자 소득이 4500만원인 부부가 결혼하면 부부 합산 소득이 9000만원으로, 정책대출 기준을 초과하여 자격을 잃게 된다. 이런 현상을 두고 오히려 결혼하면 대출이 막힌다고 해서 ‘결혼 페널티’라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오는 10월이 되면 결혼 후 오히려 정책대출 문이 닫히던 ‘결혼 페널티’가 사라진다. 정부가 8·13 부동산 대책 중 하나로 신혼부부 정책대출 소득요건을 완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현재 보금자리론은 미혼자는 연소득 7000만원 이하, 혼인신고일로부터 7년 이내인 신혼부부는 부부 합산 연소득 8500만원 이하일 때 이용할 수 있다.

반면 8·13 부동산 대책으로 10월부터는 기존 합산 기준(8500만원 이하)에 더해, 부부 중 한 명의 연소득이 7000만원 이하이면 보금자리론을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보금자리론은 6억원 이하 주택을 살 때 이용하는 정책모기지다. 한도는 최대 3억6000만원(생애최초 4억2000만원, 다자녀·전세사기피해자 4억원)이다. 만기는 10~50년 중 선택할 수 있다.

그러나 새로 짜인 기준이 이번에는 소득을 엇비슷하게 나눠 버는 맞벌이 가구를 밀어내는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가구 전체가 얼마를 버느냐가 아니라, 부부가 소득을 어떻게 나눠 벌고 있느냐가 자격을 가르게 되기 때문이다.

▶같은 부부 합산 1억5000만원이어도 자격 여부 갈려 = 문제는 배우자 소득에 별도 상한이 없다는 점이다. 한 사람의 소득이 7000만원 이하이기만 하면, 나머지 한 사람이 얼마를 벌든 자격요건을 통과한다.

가령 부부 합산 소득이 똑같이 1억5000만원이라도, 1억원과 5000만원으로 나눠 버는 부부는 대상이 되지만 각각 7500만원씩 버는 부부는 탈락한다. 이론상 한쪽이 3억원을 벌어도 배우자가 6000만원이면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8·13 부동산 대책으로 결혼 패널티를 해소하게 되면서 부부 합산 기준(8500만원)을 근소하게 넘겨 탈락했던 사회초년생 맞벌이가 구제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부합한다. 다만 부부 중 한 사람이 초고소득자일지라도 나머지 한 명만 연소득 7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대상에 포함되는 것은 ‘서민·실수요자 지원’이라는 정책모기지의 원래 목적과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쪽 배우자가 무직이거나 휴직 중인 경우에도 요건을 충족할 수 있어, 자산은 많지만 배우자 소득이 없는 외벌이 가구가 유입될 여지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부부가 각각 비슷한 수준의 고소득을 올리는 맞벌이 가구는 정책대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부부 중 한 사람만 연소득 7000만원 이하 조건을 충족한다면 누구에게든 보금자리론을 받을 수 있는 문이 열리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자격은 늘어도 살 집이 없다 = 시장 안정을 이유로 6억원 이하 주택이라는 가격 문턱은 그대로 두면서, 소득 문턱은 사실상 상한 없이 연 셈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비대칭이 정책 효과를 스스로 깎아 먹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6억원 이하 주택은 서울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6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이 0%대인 곳은 4곳에 이른다. 성동구(0.1%). 송파구(0.4%), 동작구(0.7%), 광진구(0.7%) 등이다. 평균 매매가 기준으로는 6억원 이하인 서울 자치구는 한 곳도 없다.

결국 대상자를 늘려도 서울에서 쓸 수 있는 매물이 없어, 수요가 경기·인천과 지방으로 밀리거나 6억원 언저리의 물건에 수요가 집중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해당 가격대 매물값이 오르면서 보금자리론 문턱 밖으로 밀려나는 역설도 반복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