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딸 두고 삶을 등진 싱글맘…연 6083% 사채업자 2심서 형량 줄었다 [세상&]

채무자 가족·지인까지 협박성 추심
재판부 “범행 수법 불량·죄질 무거워”
피해자 추가 합의 등 고려 징역 3년 6개월로 감형


고금리 대출과 불법 추심에 따라 피해자들이 극심한 고통을 받은 모습. [AI 생성 이미지]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고금리 대출과 불법 추심으로 30대 한 부모 여성을 죽음으로 내몬 사채업자가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14일 서울북부지법 제3형사부 허명산 부장판사는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33)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무죄로 판단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770만여원의 추징도 명령했다.

김씨는 2024년 7월부터 11월까지 대부업 등록 없이 돈을 빌려주고 법정 제한 이자율을 크게 웃도는 고금리를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채무자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들에게 협박성 메시지를 보내는 등 불법 추심을 한 혐의도 받았다. 이 과정에서 유치원생 딸을 홀로 키우던 30대 여성이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2024년 9월 유서를 남기고 숨졌다.

재판부는 이날 김씨가 무등록 대부업을 하면서 연 1233%에서 최대 6083%에 달하는 고율의 이자를 받은 점을 지적했다. 허 부장판사는 “급전이 필요한 긴박한 상태의 서민들로부터 과도한 이자를 받는 것은 경제력이 미약한 채무자들에게 재산적·정신적으로 상당한 고통을 가하고 금융거래 질서를 저해하는 등 사회적 폐단이 매우 크다”고 밝혔다.

불법 추심 방식에 대해서도 “채무자와 그 가족, 지인들에게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든 인신공격성 표현과 욕설을 하며 공포심과 수치심을 유발했다”며 “범행 기간과 횟수, 제한이자율 위반 정도와 협박 내용 등에 비춰 범행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죄질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채무자뿐 아니라 가족과 지인들을 상대로 범행해 피해자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과 재산적 피해가 극심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피고인이 지급한 합의금만으로 그동안 피해자들이 받은 고통이 회복될 정도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다만 재판부는 김씨가 범행 일부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과 항소심에서 추가로 피해자들과 합의해 이들이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등을 정상 참작했다.

김씨는 지난 4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었다. 이후 김씨와 검찰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양측이 제기한 대부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다만 검찰이 항소심에서 공소장을 변경한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부분을 추가로 유죄로 판단하면서 원심을 파기하고 형을 다시 정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8일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8년을 구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