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고객 원하면 美에 전공정 팹도”…SK하이닉스 추가 투자 가능성 시사

美 CNBC 인터뷰서 “전공정 팹 추진” 밝혀
“한달 넘게 美 포함 전 세계 공장 후보지 조사”
용수·전력 탓에 “적합한 장소 찾기 쉽지 않아”
“메모리 확보 전쟁 벌어지는 중” 수요 건재 강조
공급과잉 리스크 우려에 “JV, 칩 대여도 검토”


13일(현지시간)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미국 CNBC와 인터뷰를 통해 메모리 부족 현상이 내년 가장 극심할 것이며, 메모리를 구하기 위해 일종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CNBC 캡처]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한달 넘게 미국을 포함해 메모리 공장을 짓기 위해 여러 지역을 다각도로 조사하고 있다”면서도 “모든 국가가 자국 영토 내에 메모리 팹을 짓고 싶어하지만 용수·전력·부지 뿐 아니라 생태계 조성이 핵심”이라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특히 “미국 고객은 미국 내 팹 건설을 원하고 있다”며 “고객이 원한다면 이런 기회를 함께 추진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은 13일(현지시간)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메모리 부족 현상이 내년에 가장 극심할 것이며, 메모리를 구하기 위해 일종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짚었다.

메모리 공급병목 해소를 위해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팹 건설을 검토하고 있지만 용수·전력·부지·생태계를 만족하는 곳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도 털어놨다. CNBC는 이날 SK하이닉스의 핵심 생산거점인 이천 사업장과 용인에 구축 중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소개했다.

최 회장은 인터뷰에서 “지금 수요는 폭발적이고, 작년부터 이런 현상이 본격화됐다. 모든 고객들이 내년 물량을 거의 두 배로 늘려달라고 요청하지만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메모리 칩을 확보하기 위한 일종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사업장 인근에는 빅테크 고객사 관계자들이 메모리를 구하기 위해 숙박하면서 호텔 예약이 꽉 차기도 했다.

최 회장은 “내년은 메모리 부족 현상이 가장 심각한 해”라며 “메모리 칩이 AI의 병목이 되고 있고 이 때문에 칩플레이션(Chiplation)이 발생하고 있다.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원치 않는 일이다. 그래서 5년 내에 생산능력을 2배로 늘리는 등 팹 확장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호남권에 전공정 팹 2기 신설을 발표한 데 이어 추가로 전공정 팹을 지을 부지를 물색하고 있는 사실도 언급했다.

최 회장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대상으로 확장을 검토하고 있지만, 적합한 장소를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황민성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연구원은 미국 투자의 최대 난관으로 높은 인프라 비용과 까다로운 규제를 꼽았다. 그는 “한국에 팹 하나를 짓는 비용은 미국의 절반 수준”이라며 “미국은 토지와 전력, 용수가 모두 비싸고 규제도 까다롭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반도체 후공정에 해당하는 패키징 팹을 건설 중이지만 메모리를 직접 생산하는 전공정 팹 건설 계획은 아직 내놓지 않았다.

미국 매체 세마포가 지난달 인텔의 오하이오주 반도체 팹 운영 파트너로 SK하이닉스가 검토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SK하이닉스의 추가 대미투자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도 지난달 미국 마이크론의 뉴욕주 클레이 팹 콘크리트 타설 행사에서 “삼성과 SK하이닉스를 미국으로 데려와 (반도체 팹을) 짓게 하고 싶다”며 전공정 팹 추가 신설을 압박하기도 했다.

최 회장은 “미국 고객들은 미국 내 팹 건설을 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와는 아직 직접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면서도 “고객이 원한다면 당연히 이런 기회를 함께 추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신규 팹 건설에 따른 메모리 공급과잉 우려에는 “이번에 대규모 확장 계획을 발표했지만, 확실한 수요가 존재하는 조건 하에서 추진되는 것”이라며 “확장을 진행할 때마다 수요를 계속 점검할 것이고, 고객들과 장기 공급계약(LTA)을 체결하고 있다. 또한 이런 리스크를 분담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가령 합작법인(Joint Venture)을 설립할 수도 있고, 서비스로서의 메모리(Memory as a Service) 방식을 도입할 수 있다. 또 칩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대여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설명했다. 리스크를 나누는 다양한 방안을 수립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빅테크와의 협력 방식을 단순 칩 판매에서 ‘고객 맞춤형(Custom) HBM’ 중심의 장기 파트너십으로 재편하고 있다. 최 회장은 엔비디아를 가장 중요한 고객으로 꼽는 한편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메타도 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또 HBM 베이스다이로 엮인 TSMC와의 끈끈한 관계도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과거 메모리 사이클은 인구수, 즉 하드웨어 기기의 개수에 의존했지만 AI 시대는 다르다. 사이클이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한 사람이 10개의 AI 에이전트를 가질 수 있는 등 시장 확장성 때문에 과거보다 훨씬 더 긴 호황 사이클을 보일 것”이라며 “당분간 강력한 수요 상승세가 지속될 것임은 확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