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개정, 관건은 ‘감독의 연속성’ [딜레터]


8월 더불어민주당 K자본시장특별위원회가 ‘국민연금 스튜어드십코드 이행점검 간담회’를 열었다. 열흘 전 발표된 개정 스튜어드십코드의 후속 조치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대형 자산운용사들은 대기업·금융지주 계열사라는 이유로 관여 활동에 나설 유인이 없다고 토로했고, 이행 평가를 누가 어떻게 맡을지를 두고도 의견이 갈렸다. 코드를 고치는 일보다 그 코드를 흔들림 없이 지켜볼 감독의 문제가 더 어렵다는 사실이 드러난 자리였다.

이 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된 이후 10년간 본문 개정이 없었다. 스튜어드십코드 발전위원회는 지난 6월 공청회를 거쳐 7월 개정안을 의결하고 같은달 발표했다.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그 사이 영국은 세 차례 코드를 손봤고, 일본도 2025년 개정을 마쳤다. 상법 개정으로 인한 변화를 투자자의 행동으로 이어줄 규범은 10년 전 그대로 머물러 있었다.

개정 코드는 적용 자산군과 대상을 확대하고, 그동안 제약을 받아온 협력적 관여활동의 근거를 마련했다. 참여 기관투자자에게 매년 수탁자 책임 활동 보고서를 한국ESG기준원에 제출하도록 해 이행점검도 명문화했다.

그러나 이 코드는 여전히 강제력 없는 자율 지침이다. 현재 265개 기관이 서명했지만 이행보고서를 실제로 충실하게 작성하는 기관의 비율은 낮다. 원칙에 서명만 하고 관여 활동은 거의 하지 않는 이른바 ‘합리적 무관심’이 10년간 굳어졌다. 금융감독원이 개정 코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도록 준비해달라고 거듭 당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코드에 실효성을 불어넣을 열쇠는 결국 국민연금이 쥐고 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7월 2일 위탁운용사의 수탁자 책임활동을 100점 만점의 본배점에 편입하고, 평가 결과를 위탁자금의 추가 배정과 회수에 연계하는 방안을 의결했다. 종전 2점 가점에 그쳤던 평가가 질적 심사로 전환되는 것이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하는 599개사 가운데 약 43%인 257개사를 위탁운용사가 대신 행사한다는 점에서 이 변화의 무게는 가볍지 않다.

그런데 8월 간담회는 이 열쇠조차 아직 하나로 모이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김남근 의원은 대형 운용사들이 조직을 꾸리고 수십억원을 투자하려면 국민연금 평가가 위탁 규모에 확실히 반영된다는 신호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개정 코드는 발전위원회가 점검하고 한국ESG기준원이 실무를 맡도록 했지만, 발전위원회에는 평가 대상인 자산운용사들이 참여하고 있고 한국ESG기준원은 의결권 자문 업무까지 겸하고 있어 이해상충 우려가 제기됐다.

영국이 이 문제에 대응해 온 방식은 기관의 명칭보다 기능의 연속성에 있다. 재무보고위원회(FRC)는 1991년 설립 이후 회계·감사 기준과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 스튜어드십코드를 함께 심사해 왔다. 서명기관도 매년 같은 기준으로 심사해 기준에 미달하면 대형 글로벌 투자자도 예외 없이 탈락시켰다. 핵심은 감독 주체가 인사 교체나 정치 일정과 무관하게 일관된 기준으로 장기간 감독을 지속할 수 있는지 여부다.

한국의 이행점검 체계는 아직 이 지점에 이르지 못했다. 발전위원회는 3년마다 코드를 재검토하게 돼 있지만 상설 사무국 없이 위원 구성에 따라 논의의 결이 달라지고, 실무를 맡은 한국ESG기준원 역시 이해상충 우려에서 자유롭지 않다. 8월 말 토론회에서 정말 결정해야 할 것은 이행 평가를 어느 기관이 맡느냐만이 아니다. 코드를 고치는 일과 감독을 지속하는 일은 다르다. 10년 만의 개정이 또 다른 10년의 공백으로 이어지지 않으려면, 그 답을 지금 만들어야 한다.

문성 율촌 기업지배구조센터 부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