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보다 ‘보상→착공’ 속도…주민갈등 해결 여부도 성패 관건 [8·13 공급대책 이후]

남양주 등 2.7만호 공급…전문가 평가·전망
착공기간 사업장별 일괄 적용 신중해야
PF·이주비·정비사업 인센티브 긍정적
단기 입주·전월세 안정 효과는 제한적


정부의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에 총 10만 가구의 우수입지 신규 공공주택 지정 계획이 담기면서 토지보상과 주민갈등을 어떻게 해결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정부 입장에선 속도전을 강조하지만, 실제 착공에 들어갈 때까지 처리해야 할 문제들이 사업의 발목을 잡아왔기 때문이다. 사진은 2만1700호를 짓겠다고 정부가 밝힌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일대의 모습. 남양주=임세준 기자



정부가 공공택지 착공 조기화, 신규 택지 지정 등 ‘공급 속도’에 방점을 찍은 8·13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행정절차 단축과 사업지연 요소 해결과 같은 정책 실행력이 대책의 성패 여부를 가를 것이란 관측이다. 특히 강서 염창공원, 남양주 도심 등 이번에 새롭게 지정된 2만7000가구 규모 공공주택지구는 이제 막 첫발을 뗀 단계인 만큼, 향후 토지 보상 문제나 주민 갈등 등이 사업 속도를 좌우할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1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전날 정부는 ▷공공택지 최단기 착공모델 구축(발표 후 68→37개월 내) ▷연내 총 10만가구 규모 우수입지 신규 공공주택지구 지정(강서 염창공원·남양주 도심·경기광주역세권2 등 2만7000가구 포함) ▷태릉CC·과천경마장 및 방첩사·용산국제업무지구 등 1·29 대책 부지 조기 착공 ▷학교용지·노후청사 복합개발 등을 담은 주택공급 조기화 방안을 발표했다.

▶신규 택지, 입주까지 시차有…보상→착공 전환 속도가 성패 갈라=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에 대해 공급시계를 앞당긴 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주민 반발과 행정절차 지연 가능성이 남아있어 현장에서의 실질적인 실행력이 확보되지 않으면 정부가 목표로 한 공급 속도전을 체감하기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3기 신도시 등의 착공을 1~2년 앞당기는 건 신규 후보지를 추가 지정하는 것보다 시장 체감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대책은 단순히 신규 공급물량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금융·정비사업 이주비·사업성 개선·용도규제 완화 등 실제 착공을 지연시켜 온 병목요인을 함께 손보려 했다는 점에서 이전 공급대책보다 실행 측면이 강화된 대책”이라고 설명했다.

착공까지 소요기간을 절반 수준으로 단축한 공공택지 최단기 착공 모델이 공급 확대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의견과 더불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시된 단축기간이 상당하다”며 “전체 사업장에 일반화하기보다는 일부 적용가능한 사업장을 중심으로 추진될 것이라고 보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과천 경마장과 같은 기존 사업지들은 사업시설 이전 사안이 얽혀 있기 때문에 (최단기 모델이) 그대로 적용될 지에 대해선 향후 추이를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대책 내용 중 시장 주목도가 높은 강서 염창공원, 남양주 도심 등의 경우 실제 입주 시점까지 시차가 큰 데다 향후 토지 보상과 주민 설득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아 실질적인 공급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강서 염창공원(1000가구)는 발표 후 33개월 만인 2029년, 남양주 도심(2만1700가구)·경기광주역세권2(4500가구)는 2030년 상반기 내 착공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토지 수용·보상, 주민 및 지자체 등 관계기관간 갈등, 기반시설 조성 등 난제가 적지 않아 이를 얼마나 신속히 풀어내느냐가 공급 방안의 핵심과제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10만가구라는 순증 물량 그 자체보다 ‘보상→착공’ 전환 속도가 정책 실효성을 좌우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양 전문위원은 “신규택지 10만가구 발표는 중장기적인 수도권 공급기반을 확보한다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가장 큰 변수는 입지보다 토지 수용·보상과 주민 갈등을 어떻게 빠르게 해결하느냐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리풀이나 광명시흥 사례처럼 지구지정 이후에도 보상과 주민 협의에 수년이 걸릴 수 있다”며 “정부가 보상 기본조사를 앞당기는 제도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제 사업기간 단축으로 이어지는지는 확인이 필요하다”고 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 또한 “서울 접근성이 좋은 입지에 공급을 집중해 수도권 주택수요를 흡수하려 한다는 점은 장점”이라며 “정부가 최단기 착공 모델을 적용해도 신규 후보지가 실제 입주물량으로 전환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PF금융 지원·정비사업 속도 제고 긍정적…세부 기준 구체화 필요”=이 같은 공공택지 착공 조기화, 신규 지구 지정 등의 방안은 중장기적 성격이 강해 집값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단기 안정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민간 정비사업 속도 제고와 PF 금융 지원 등 현장의 걸림돌을 손본 점은 긍정적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2030년까지 재개발·재건축 약 23만4000가구의 정상 착공을 지원하기 위해 신속 사업장에 대한 세제·금융 인센티브, 재개발 동의율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민간공급 활성화를 목표로 앵커리츠, 본PF 대출 지원 확대, 기반시설 기부채납 완화, 이주비 대출 개선, 개발부담금 감면 등 실질적 인센티브 방안도 대책에 담았다.

양 전문위원은 “이번 공급 목표의 상당 부분이 ‘입주’가 아닌 ‘착공’ 기준이기 때문에 당장 2026~2027년 부족한 입주물량을 채우거나 전월세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면서도 “결국 이번 대책은 단기 가격안정 대책이라기보다 2027년 이후 민간과 정비사업의 착공 회복을 유도하고 비아파트를 포함한 공급 기반을 정상화하는 대책의 성격이 강하다”고 짚었다. 이어 “PF 보증과 금리 지원 역시 인허가를 받고도 자금조달 문제로 착공하지 못했던 사업장의 사업 재개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주비 대출, PF 지원, 소규모 정비사업 사업자금, 공공기여와 분담금 부담 등은 현장에서 실제 작동할 수 있도록 세부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