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생명 품는 한투…보험사 M&A 판도 바뀐다

한투지주, KDB생명 우선협상 선정
카디프생명 인수 포기 가능성 높아
교보생명, AXA손보 인수 본격화
롯데손보 공개경쟁입찰 매각 전환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투지주)가 KDB생명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보험 인수·합병(M&A) 판도가 바뀔 전망이다.

이번 거래는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이 어떤 형태로 자금을 지원하느냐에 따라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KDB생명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한투지주를 선정했다. 7일 마감된 본입찰에는 한투지주와 흥국생명, 한화생명이 참여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인수전을 완주하지 않았다.

한투지주의 자체 이익 창출력만으로는 KDB생명 이후 자본확충, 추가 보험사 인수후통합(PMI)까지 진행하기는 다소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가 상당하다. 이에 산업은행과 한투지주가 어떤 방식으로 KDB생명 지원 구조를 설계할지가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 과정에서 인수자 측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함께 검토해왔던 바 있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이 한투지주에 직접 지원하고, 한투지주가 이를 다시 KDB생명 유상증자에 투입하는 방안을 시나리오 중 하나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예컨대 산업은행이 KDB생명 인수 지원 자금을 한투지주에 보통주 등 형태로 직접 투입하고, 한투지주가 이를 재원 삼아 KDB생명 자본확충과 추가 M&A 등에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한투지주는 턱끝까지 차오른 이중 레버리지비율을 크게 해소할 수 있어 추가 M&A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이중레버리지비율은 지주회사가 자회사에 출자한 금액을 지주사 자기자본으로 나눈 수치로, 금융당국 권고 기준은 130% 이하다.

한투지주의 이 비율은 현재 한계선에 근접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추가적인 자회사 출자는 재무 구조를 더욱 압박하는 요인이 된다. 5월 별도기준 한투지주의 이중레버리지비율은 122%다.

다만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직접 유상증자를 진행하는 방안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이 KDB생명 지분을 직접 보유할 경우, 향후 협상력과 통제권을 유지할 수 있다. 또 산업은행으로서는 지원 자금이 KDB생명의 재무건전성 제고에 직접 귀결되는 경로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거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직접출자하는 방식이 논란이 되었던 전례 또한 무시하기 어렵다. 이에 더해 한투지주가 KDB생명에 집중하기 위해 BNP파리바 카디프생명 인수를 포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업계에선 이번 우협 선정 이후 보험사 M&A 지형도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특히 태광그룹의 행보가 주목된다. 태광그룹 계열 흥국생명은 이지스자산운용에 이어 KDB생명 인수전에서도 고배를 마셨지만 그룹사의 금융업 확장 기조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10월 사옥을 매각해 7000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해 보험, 증권, 자산운용 등 다양한 매물을 찾을 여지가 있다.

롯데손해보험 매각 역시 KDB생명 매각 결과로 인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투지주는 롯데손해보험 실사도 완료한 상태로, 유력 원매자 중 하나로 분류됐다. 최대주주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는 롯데손해보험 매각을 위해 신한금융지주와 독자적 협상을 이어왔지만, 몸값에 대한 이견 및 원매자 풀 확대 등의 이유로 공개경쟁입찰(옥션딜)으로 전환할 예정이다. 매각주관사 삼정KPMG 등은 이를 위한 사전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 경쟁입찰이 시작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일련의 상황 변화로 인해 신한금융지주의 롯데손보 인수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진단을 조심스레 내놓기도 한다. 신한금융지주는 2022년 BNP파리바카디프손해보험을 인수해 신한EZ손해보험을 출범시켰지만 총자산 3400억원 수준으로 규모가 작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외에 KDB생명 인수전에서 이탈한 교보생명은 AXA손해보험으로 방향을 틀었다. 교보생명은 최근 프랑스 AXA그룹의 AXA손해보험 인수 자문사 선정을 위해 글로벌 IB를 대상으로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보생명은 2020년에도 AXA손해보험 인수를 시도했지만 가격 눈높이 차로 무산된 바 있다.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