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 태극기’ 3건 승격후보…첫 번째 ‘국보 태극기’ 탄생할까 [독립의 상징, 진관사 태극기]

진관사 태극기, 강한 항일 의지 담아
데니 태극기, 현존 가장 오래된 국기
김구 서명문, 광복군 지원 호소 친필
일부 태극기 전시중…결론 내년으로


데니 태극기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김구 서명문 태극기 [독립기념관 제공]


한민족의 정체성을 담은 태극기가 보물을 넘어 국보로 승격될까. 국가유산청이 보물 태극기 3건을 대상으로 지정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그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국가유산청은 ‘서울 진관사 태극기’를 포함해 ‘데니 태극기’(국립중앙박물관 소장)와 ‘김구 서명문 태극기’(독립기념관 소장) 등 역사적 의미가 담긴 태극기 3건을 대상으로 국보 지정 조사를 진행 중이다. 세 유물은 모두 2021년 10월 25일 보물로 지정됐다.

3건의 태극기에 대한 국보 지정 논의는 “독립 열망의 상징인 태극기의 가치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문화유산계 안팎의 요구로 시작됐다. 이와 관련 국가유산청은 지난 1월과 3월 두 차례 관계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국보 지정 추진의 적정성을 검토했다. 당시 회의에서는 태극기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고려할 때 국보 지정을 위한 공식 조사가 필요하다고 의견이 모아졌다.

현재 3건의 국보 지정 절차는 이제 막 첫걸음을 뗀 상태다. 국가유산위원회 동산문화유산분과는 지난 6월 제1차 회의에서 3건을 공식 조사 대상 유물로 확정하고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 들어갔다.

이번 조사는 태극기의 국가유산적 위상을 처음으로 국보 기준에서 검토하는 절차다. 국보 지정은 현지조사와 보고서 작성, 동산문화유산분과 심의, 30일 이상의 지정 예고 및 의견 수렴 등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조사 대상 유물들은 제작 시기와 역사적 배경에 따라 고유한 학술·독립운동사적 가치를 지닌다. 1890년 이전 제작으로 추정되는 데니 태극기는 가로 262㎝, 세로 182.5㎝로, 국내 옛 태극기 중 가장 크다. 고종의 외교 고문이었던 오언 니커슨 데니가 소장했던 유물로, 국기 제정 초창기 역사를 보여주는 현존 최고(最古)의 태극기다.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2009년 사찰 칠성각 해체 과정에서 발견됐으며, 1919년 3·1운동 직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장기 위에 먹으로 태극과 4괘를 덧칠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져 강한 항일 의지를 드러낸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1941년 김구 대한민국임시정부 주석이 샤를 메우스 신부에게 건넨 유물로, 광복군 지원을 호소하는 친필이 적혀 있다. 김구 주석의 광복을 향한 염원이 생생히 담겨 있으며, 19~20세기 초 제작 태극기 중 정확한 제작 시기와 전래 경위가 확인된 유일한 유물이다.

당초 국가유산청은 올해 ▷7~9월 현지조사 ▷9~11월 조사보고서 작성 ▷12월 동산문화유산분과 심의 등을 거쳐 연내 승격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었다. 특히 진관사 태극기는 지난달 30일 현장 조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데니 태극기와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현재 각 기관에서 전시 중이다 보니 현장 조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유산청은 소장처의 전시 일정을 고려해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따라서 태극기의 최종 국보 지정 절차는 해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진관사 태극기 외 다른 두 태극기는 전시가 끝나는 12월과 내년 1월에 실사를 진행한다”며 “보물 3건에 대한 조사가 모두 끝난 후 일괄 검토를 거쳐 보고서를 작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유산이 국보로 승격하기 위해서는 ▷역사적·학술적·예술적 가치가 높거나 ▷제작 연대가 오래되고 시대를 대표하는 경우 ▷조형미나 제작 기술이 우수한 경우 ▷저명한 인물과 관련이 깊은 경우 등의 법정 기준 중 하나 이상을 충족해야 한다.

세 태극기는 각각 대한제국의 국기 제정 초기, 항일 불교 유산, 임시정부의 독립 열망 등을 대표하는 유물로 평가된다. 모두가 한국 근현대사의 결정적 순간들을 서로 다른 방식으로 증언하며 그 가치를 높게 인정받고 있다.

다만 회화나 도자기와 달리 기존에 국보로 지정된 태극기가 없다 보니 비교할 기준이 부재한 것이 심사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같은 보물이라도 유물 간 절대적 가치 평가는 다르기 때문에 최종 결과는 3건 모두 승격, 일부 지정, 전체 탈락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게 유산청 측 설명이다.

국가유산청 관계자는 “국보 승격은 객관적인 조사 결과와 위원회의 정식 심의를 거쳐야 해 현재 지정 가능성을 예상하기 어렵다”면서도 “태극기가 지닌 역사적·독립운동사적 의미가 큰 만큼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명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