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DX 노조, 초유의 적자에도 “11조 달라”…주주가치 훼손 우려

DX노조, 21일 서초사옥 앞 집회 예고
기존 협약 백지화, 자사주 1000주 요구
DX부문 사상 첫 적자 속 무리한 주장


삼성전자 완제품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노동조합이 오는 2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를 예고하면서 성과급을 둘러싼 노사 리스크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삼성전자 DX부문은 메모리를 비롯한 부품가격 급등과 수요 둔화로 2분기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연간 적자 전환까지 우려되는 비상 국면에 처했다. 그러나 노조는 약 11조원에 달하는 자사주 지급을 요구하고 있어 경영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주장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X부문 직원들로 구성된 삼성전자 노동조합 동행(이하 동행노조)은 오는 21일 오후 3시 30분부터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에 나선다. 이날 오전 8시 기준 동행노조에는 3만408명이 가입했다.

지난 5월 성과급 제도 개편안을 두고 노사 합의안이 타결된 이후 반도체 부문과의 격차로 불만을 품은 DX부문 직원들이 대거 동행노조에 가입하고 있다.

동행노조는 2026년 임금협상을 전면 백지화하고 1인당 자사주 1000주 수준의 보상안을 마련할 것을 사측에 촉구하고 있다.

동행노조의 주장대로 DX부문 임직원 약 4만9345명에게 자사주 1000주를 지급하려면 총 4934만5000주가 필요하다. 이는 약 11조4000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다.

DX부문의 실적 부진이 가속화하고 있지만 회사는 이미 지난달 8일 직원들에게 선제적으로 1인당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총 108만3434주) 보상을 단행했다. 전체 규모만 약 3445억원에 달한다.

아울러 임금 6.2% 인상, 사내 주택대부 제도 신설, 자녀출산 경조금 상향 등 전사 공통의 처우 개선안도 이미 적용 중이다.

노조는 이미 자사주 지급이 끝난 상황에서 재협상을 요구하는 등 기존 임금협약의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어 회사 안팎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실적 악화 속에 과도한 보상을 하는 것은 회사의 재무 건전성 악화는 물론 주주의 잔여청구권을 침해하는 ‘선배당’ 성격을 띠고 있어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가 적자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노조가 상식 밖의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명분 없는 실력 행사보다 실적 회복이라는 본연의 과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또한, 동행노조가 주장하는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에서 얻은 재원을 부문 실적과 무관하게 배분하라는 요구여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2017년부터 DX·DS를 재무·인사까지 분리해 사실상 별도 회사처럼 운영하고 있다. 성과급 재원도 분리하고 있다. 반도체 사업이 불황에 시달렸던 2024년 DS부문은 성과급을 받지 못한 반면, 모바일경험(MX)사업부가 연봉의 50%를 받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6년 임금협상을 전면에서 주도한 초기업노조 삼성전자 지부는 향후 임금·단체협약부터 DX부문과 분리 교섭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동행노조는 ‘2027년 전체 직원을 위한 전사 재원의 사전 확보와 투명한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교섭은 부문별로 나눠 따로 하면서 재원은 합치자는 주장이어서 양립 불가능한 논리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부문별로 따로 교섭한다면 재원도 부문별로 귀속돼야 한다. 공통 재원을 원한다면 전사가 단일 교섭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성과가 좋을 때에는 ‘분리’를 주장하고, 불리할 때는 ‘통합’을 말하는 것은 선택적 요구”라고 지적했다. 김현일·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