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판사, 남가주 이민단속 '영장 없는 체포' 제동 예고

"도주 가능성 판단 없이 체포 안돼"…LA·OC 등 7개 카운티 대상

체포 기록 80%가량 '도주 위험 평가 없거나 판에 박힌 문구'

[AP=연합 자료]


[AP=연합 자료]

남가주에서 영장 없이 이민자를 체포하는 연방 이민당국의 관행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은 이민단속 요원들이 체포영장 없이 이민자를 체포하기 전에 해당 인물이 도주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하도록 명령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연방 캘리포니아 중부지법의 마메 에우시-멘사 프림퐁 판사는 13일 열린 심리에서 국토안보부(DHS)의 영장없는 대규모 체포 관행을 제한해 달라는 원고 측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는 쪽으로 잠정 판단을 내렸다고 LA타임스가 전했다.최종 결정이 언제 나올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이번 소송은 남가주 미국시민자유연맹(ACLU)과 퍼블릭 카운슬 등이 지난해 제기했다. 원고 측은 이민당국이 불법적인 검문과 체포를 중단하고, 구금된 이민자들의 적법절차와 변호인 조력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행 연방법은 영장을 발부받기 전에 대상자가 도주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등에 이민당국의 무(無)영장 체포를 허용한다. 그러나 원고 측은 이민단속 요원들이 이러한 '도주 위험(escape risk)'을 제대로 평가하지 않은 채 체포를 계속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가처분 명령이 내려지면 LA와 오렌지, 벤추라, 리버사이드, 샌버나디노, 샌타바버라, 샌루이스오비스포 등 캘리포니아 중부 연방지법 관할 7개 카운티에서 이민당국의 체포 방식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ACLU 남가주 지부의 메이라 호아친 변호사는 "정부의 정책은 사실상 아무런 질문도 하지 않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체포하는 것"이라며 "적절한 도주 위험 평가가 이뤄지면 이 지역에서 체포되는 사람의 수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제출한 체포 기록을 분석한 원고측의 결과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총 113건 가운데 최소 89건, 약 79%는 도주 위험에 대한 평가가 전혀 없거나 정형화된 문구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원고 측은 주장했다. 일부 기록에 '도주 위험'에 대한 언급이 있더라도 대부분 판에 박힌 표현에 그쳤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이에 반박했다. 대니얼 멈몰로 법무부 변호사는 "서면이든 비공식적 형태든 무영장 체포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법원에 잠정 결정을 번복하고 가처분 신청을 기각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가처분 명령이 내려질 경우 제9연방항소법원에 항소할지를 검토할 수 있도록 명령 집행을 14일간 유예해 달라고 요구했다.

원고 측은 단순히 현장에서 대상자가 떠날 가능성뿐 아니라, 다른 확인 가능한 장소에서 다시 찾을 수 있는지와 지역사회 연고 등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오리건주 포틀랜드와 콜로라도, 워싱턴DC, 캘리포니아 동부 연방지법에서도 이민당국의 무영장 체포 관행을 제한하는 유사한 법원 결정이 나온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