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패배 이후 회담 노릴 가능성…싱가포르 공동성명 재확인”
“트럼프 노벨평화상 욕구 활용해 평화조약·훈련중단 논의할 수도”
韓은 건너뛰고 美·日과 직접 접촉…“北에 가장 매력적인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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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위법하다 판결하면, 한미 무역협정에 더 큰 불확실성이 닥칠 것이라 전망했다.[연합]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추진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핵화 협상의 실질적 진전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대한 관심을 활용해 평화조약과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을 논의하면서 미국으로부터 사실상의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 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13일(현지시간) CSIS 홈페이지에 게재한 ‘이란 이후: 트럼프-김정은 정상회담 재개 시나리오’라는 제목의 분석에서 김 위원장이 기존 통념에서 벗어난 ‘수정주의적’ 전략을 선택할 경우 북미 정상회담이 다시 열릴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차 석좌는 “김정은이 수정주의적 입장을 취한다면 2018년 첫 북미 정상회담에서 채택된 싱가포르 공동성명의 기본 원칙을 재확인하기 위해 트럼프와의 회담을 목표로 삼을 수 있다”고 밝혔다.
회담 시점으로는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를 지목했다. 특히 집권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을 추진할 유인이 커질 수 있다고 봤다.
차 석좌는 정상회담이 성사되더라도 두 정상이 세부적인 비핵화 협상에 들어가기보다는 큰 틀의 원칙에 합의한 뒤 향후 6개월 동안 양측 실무 협상팀에 구체적인 내용을 맡길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싱가포르 공동성명에는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 전쟁포로 및 실종자 유해 수습 등 4개 항목이 담겼다.
현재 북한의 대외 행보만 놓고 보면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을 계기로 러시아와 군사·경제 관계를 크게 강화했고 중국과도 무역 협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차 석좌는 오히려 김 위원장이 과거에도 통념과 다른 선택을 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코로나19 이후 북한이 중국과의 무역 정상화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급격히 밀착한 것이 대표적이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최우선 목표가 북한의 핵무기 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는 데 있다면 이를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의 직접 외교라는 기회 역시 활용할 수 있다고 차 석좌는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인식에도 김 위원장이 파고들 여지가 있다고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미국의 정책 목표로 유지하면서도 북한을 ‘핵보유국’이라고 표현하는 등 북한의 핵 지위를 놓고 유동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차 석좌는 “김정은은 트럼프와의 관계 재개에서 기회를 포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 역시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협상 방식을 학습하는 계기가 됐을 것으로 분석했다.
차 석좌는 “미국의 ‘포스트 외교(post-diplomacy)’ 세계에서 주요 결과물은 웅장한 형태를 띠지만 실제 합의 전망 없이 후속 협상에 대한 약속만 덧붙여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북한은 예측 불가능하고 군사력 사용을 선호하는 트럼프를 관리하는 최선의 방법이 접촉을 유지하는 것이라는 또 다른 교훈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기보다는 정상 간 직접 접촉을 이어가는 것이 오히려 군사적 충돌 위험을 관리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북한이 판단할 수 있다는 의미다.
차 석좌는 북미 정상회담이 실제로 열린다면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노벨평화상에 대한 관심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그는 “김정은은 트럼프의 노벨평화상을 위한 이력 쌓기에 호소하면서 평화조약 체결과 미군 훈련 중단, 적대 관계 종식 등의 주제로 대화를 끌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정상회담에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북한에는 상당한 전략적 이득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대통령과 핵군축이나 평화체제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북한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미국의 사실상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목표에 가까워지는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수정주의 외교’가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북일 정상회담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거론됐다. 북한이 미국뿐 아니라 일본과도 직접 정상외교에 나서 한미일 3국 협력 체계를 흔드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북미 정상회담이 남북 대화 재개로 이어질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차 석좌는 이재명 정부가 제안한 ‘평화 공존’에 호응하는 것보다 “서울을 우회해 워싱턴과 도쿄에 접근하는 수정주의적 외교 전략이 북한에 가장 매력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역시 북미 정상외교 재개를 반대하기보다 이를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차 석좌는 중국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는 동시에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견제하려는 목적에서 트럼프-김정은 외교 재개를 추진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