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만들 줄 아는 북한 여성 노동자”?…러시아 인력업체 ‘수상한 광고’ 논란

[타스/연합]

[헤럴드경제=김주리 기자] 러시아에서 북한 여성 노동자들을 식당과 공장 등에 공급하겠다는 인력업체 광고가 등장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로 북한 노동자의 해외 고용이 금지된 상황에서, 러시아 내 북한 인력 유입이 계속되고 있다는 정황으로 해석된다.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12일(현지시간) 러시아 온라인 거래 플랫폼 아비토에 북한 여성 노동자 공급 광고가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해당 광고에서 한 인력업체는 북한 여성 노동자 40명을 모스크바 지역 사업장에 배치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업체는 이들이 김밥을 만드는 데 능숙하다며 식당은 물론 생산라인, 섬유공장, 농업 분야 등에서도 근무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조건도 붙었다. 북한 여성 노동자 40명은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하며, 여러 사업장에 나눠 배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 당국이 노동자들의 이동과 근무지를 통제하기 위한 방식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온다.

근무 조건도 열악했다. 광고에는 한 달에 26~28일 일하고, 하루 11시간 근무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실상 장시간 노동이 전제된 셈이다.

업체가 제시한 임금은 시간당 480루블, 한화 약 8200원 수준이다.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노동자 1명이 한 달에 받을 수 있는 임금은 최대 14만7840루블, 약 253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실제 북한 노동자들에게 이 금액이 온전히 지급되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종연구소의 북한 경제 전문가 피터 워드는 “중개업자와 당국자, 북한 정부가 임금의 75∼90%를 챙길 것”이라고 추정했다.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이후 노동력 부족이 심화하면서 북한 노동자 유입이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에는 모스크바 인근 만두공장에서 다수의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일하는 모습이 확인되기도 했다.

러시아 서부 지역의 섬유공장과 농업시설, 물류센터 등에서도 북한 여성 노동자들이 대거 고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구인 사이트에는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이나 건설 현장에 투입할 한국어 통역사를 모집하는 광고도 늘고 있다.

NK뉴스는 러시아가 지난해 북한 주민들에게 약 3만6000건의 교육 비자를 발급했다고 전했다. 이는 북한 노동자 고용을 금지한 유엔 안보리 제재를 피하기 위해 노동자들을 학생 신분으로 입국시킨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다.

북한 해외 노동자 문제는 단순한 인력 수급을 넘어 제재 회피와 임금 착취, 노동권 침해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러시아 내 북한 노동자 활동이 식당과 공장, 농업시설 등으로 확산하는 정황이 잇따르면서 국제사회의 감시와 대응 필요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