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이야” 쿠릴열도 방문한 푸틴에 日 ‘발칵’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13일 쿠릴열도를 방문, 태평양함대 소속 미사일 순양함인 ‘바랴그’호를 찾아 장교와 사병들을 격려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본과의 영유권 분쟁 지역인 쿠릴열도를 사상 처음 방문하자 일본 정부가 즉각 강한 항의 메시지를 발표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은 13일 푸틴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 직후 엑스(X·옛 트위터)에 글을 올려 “에토로후섬을 포함한 북방영토는 역사적으로도 국제법상으로도 일본의 고유한 영토로, 일본은 이번 방문을 강하게 항의한다”고 규탄했다.

일본은 홋카이도 북쪽이자 러시아 쿠릴열도 남단에 있는 쿠나시리·에토로후·시코탄·하보마이 등 4개 섬을 북방영토라고 부르며 자국의 영토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 이들 섬이 러시아 영토로 편입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련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일본에 선전포고한 뒤 쿠릴열도를 점령했다. 이후 이 지역의 일본인 주민들을 추방하고 군사력을 배치하면서 실효 지배를 이어왔다.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시베리아·극동 지방을 순방 중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쿠릴열도를 직접 방문해 러시아 태평양 함대의 기함을 시찰하고 훈련 보고를 받았다. 이어 발레리 리마렌코 사할린주 주지사와 회의를 한 뒤 에토로후섬에 있는 수산물 가공공장과 병원, 학교 등을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이 쿠릴열도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이전 대통령을 지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대통령으로 재임 중이던 2010년 러시아 정상으로서는 처음으로 중 쿠릴열도를 방문한 바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무상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모테기 외무상은 13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쿠릴열도 방문에 대해 “일본의 고유한 영토”라며 규탄했다. [게티이미지]


푸틴 대통령은 전날 일본과 근접한 러시아 극동 지방 유즈노사할린스크를 방문한 자리에서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러시아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이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의지의 연합’ 정상 간 회의에 지원 메시지를 보내 국제사회와 연계한 우크라이나 지원과 대러시아 제재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을 지적한 말로 분석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쿠릴열도에서 살다 소련에 의해 추방된 전 거주자 후손들과 만나 “북방영토의 귀속 문제를 해결하고 평화조약을 체결하겠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기도 했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날 요미우리신문에 “푸틴 대통령의 (북방영토 방문) 진의를 파악하면서 향후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쿠릴열도 방문은 러·우 전쟁이 4년 반 가까이 치러지는 가운데 영토 분쟁과 관련해서는 러시아가 타협하지 않는다는 의지를 국내외에 드러내려는 의도로 보인다.

쿠릴열도는 현재 인구가 2만명에 불과한 곳이지만, 금·은 등 광물자원과 주변 해역의 수산 자원이 풍부하다고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