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저히 못 견뎌” 바다 뛰어든다는 미 항공모함 승조원…이란전쟁 장기화에 ‘한계’

에이브러햄 링컨함 파병 9개월째…당초 5월 종료서 수차례 연장
현대 미국 항모 최장 ‘무기항’ 작전…승조원 약 5000명 탑승
가족들 “지쳐 바다로 뛰어들려 한 사례도”
곰팡이 샤워실·고장난 화장실…미 해군 “자살 시도 증가 확인 안돼”

에이브러햄 링컨 항공모함이 중동 해역을 순항하는 모습[AFP]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이란 전쟁에 투입된 미국 핵추진 항공모함 에이브러햄 링컨함이 250일 동안 단 한 차례도 항구에 기항하지 않은 채 작전을 이어가면서 승조원들의 피로가 한계에 이르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당초 지난 5월 끝날 예정이었던 파병이 전쟁 장기화로 수차례 연장된 데다 함내 생활환경 악화와 생필품 부족까지 겹치면서 일부 승조원이 바다로 뛰어들려 했다는 가족들의 증언도 나왔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해군 수뇌부와 링컨함 승조원 가족 간 간담회에서 장기 파병에 따른 승조원들의 정신건강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한 승조원의 아내는 남편이 계속되는 파병 연장으로 극심한 피로를 호소하다 바다로 뛰어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그는 남편이 이 일로 불명예 제대를 당할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면서 “너무 지쳤다는 이유로 13년간의 군 경력이 한순간에 끝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승조원의 아내는 자신의 남편이 바다로 뛰어들려 한 동료 승조원을 갑판으로 끌어올린 적이 있다고 전했다.

승조원 약 5000명이 탑승한 링컨함은 현재 9개월째 파병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21일 모항인 샌디에이고를 떠났으며 당초 작전은 지난 5월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파병 기간도 여러 차례 연장됐다. 특히 링컨함은 250일 연속 한 차례도 항구에 기항하지 않고 해상에서 작전을 수행하면서 현대 미 항공모함 가운데 최장 ‘무기항’ 작전 기록을 세웠다.

통상 항모가 장기간 작전에 나서더라도 중간에 항구에 기항해 승조원들이 휴식을 취하고 함정을 정비하거나 물자를 보급한다. 그러나 링컨함 승조원들은 8개월 넘게 육지를 밟지 못한 채 해상 생활을 이어온 셈이다.

장기간의 고립된 생활에 함내 시설 문제까지 겹치면서 승조원들의 피로가 가중되고 있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가족들은 샤워실에 곰팡이가 생기고 화장실이 고장 나는 등 위생시설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세탁시설 운영과 온수 공급이 중단된 사례가 있었으며 식량과 각종 생필품도 부족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소속 마이크 레빈 캘리포니아주 하원의원도 승조원들의 처우 개선을 촉구했다.

레빈 의원은 “나라를 위해 복무하는 장병들에게 최소한 따뜻한 물과 제대로 작동하는 화장실, 정상적인 식사를 제공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미 해군은 장기 파병이 승조원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함내 환경이 심각하게 악화했다는 주장에는 선을 그었다.

해군 관계자는 “장기 파병이 장병과 가족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면서도 현재 링컨함에는 깨끗한 물과 냉방시설, 정상적인 음식이 제공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승조원들의 정신건강 악화와 관련해서는 링컨함에서 자살 충동이나 자살 시도가 증가했다는 사실이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다만 당초 6개월가량으로 예정됐던 임무가 9개월째 이어지고 기항 없는 해상 작전이 250일을 넘어선 만큼 승조원과 가족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군사적 부담이 전력과 비용을 넘어 일선 장병들의 피로 누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