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日과 영유권 분쟁 쿠릴열도 첫 방문…일본 코앞서 ‘러시아 땅’ 쐐기

태평양함대 기함 시찰·군사훈련 보고 받아
집권 26년 만에 첫 방문…메드베데프는 2010년 찾아
전날엔 “日, 러시아에 일방적 제재” 공개 비판
AFP “러·일 관계 더욱 악화할 가능성”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게티이미지닷컴]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쿠릴열도를 집권 이후 처음으로 방문했다. 일본이 ‘북방영토’라고 주장하는 쿠릴열도를 직접 찾아 군사시설까지 둘러보면서 러시아의 실효 지배를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13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시베리아와 극동 지역을 순방 중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쿠릴열도를 방문해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기함을 시찰하고 군사훈련 상황을 보고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이어 발레리 리마렌코 사할린주 주지사와 업무회의를 갖고 지역 수산물 가공공장과 병원, 학교 등도 방문했다.

푸틴 대통령이 쿠릴열도를 직접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0년 처음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26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전직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부의장은 대통령 재임 중이던 2010년 러시아 지도자로서는 처음으로 쿠릴열도를 방문했다. 당시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그동안 이 지역을 직접 방문하지 않았다.

이번 방문은 러시아와 일본의 관계가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크게 악화한 가운데 이뤄졌다.

푸틴 대통령은 전날 일본과 가까운 극동 지역 유즈노사할린스크를 찾아 일본의 대러시아 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일본은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러시아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일본을 위협하지 않고 일본에 대해 어떤 영유권 주장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가 일본 영토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지 않는 것과 달리 일본이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는 쿠릴열도 일부의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한 발언으로 해석된다.

일본은 홋카이도 북쪽이자 쿠릴열도 남단에 있는 쿠나시리·에토로후·시코탄·하보마이 등 4개 섬을 ‘북방영토’라고 부르며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러시아는 제2차 세계대전의 결과 이들 섬이 러시아 영토로 편입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소련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 일본에 선전포고한 뒤 쿠릴열도를 점령했다. 이후 이 지역의 일본인 주민들을 추방하고 군사력을 배치하면서 실효 지배를 이어왔다.

양국은 이 같은 영유권 문제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지 80년이 넘도록 공식적인 평화조약도 체결하지 못했다. 과거에는 영토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이어갔지만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일본이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하면서 관계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쿠릴열도는 현재 인구가 약 2만명에 불과하지만 금과 은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고 주변 해역은 수산자원의 보고로 꼽힌다.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활동 지역과도 맞닿아 있어 군사·전략적 가치도 크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이번 방문에서 태평양함대 기함을 직접 시찰하고 군사훈련 보고까지 받은 것은 쿠릴열도에 대한 러시아의 지배권을 강조하는 메시지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AFP는 푸틴 대통령의 이번 행보가 쿠릴열도 일부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일본을 자극해 양국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