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콘 대신 책 들고 입장”…영화관, 서점을 품다

영화관에서 즐기는 새로운 독서 경험
‘텍스트힙’ 타고 문화공간으로 변신
CGV·롯데시네마, ‘책 관람’ 행사 개최


지난 1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CGV 북클럽 with 오디세이아’ 현장 [CGV 제공]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상영관의 문이 닫히면 숨 가쁜 일상과 짧은 이별이 시작된다. 편안한 객석에 몸을 맡기자,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편안한 음악이 공간을 가득 메운다. 스크린에 펼쳐진 넓은 바다 앞에서 관객들은 손에 든 책과 함께 ‘오디세우스’의 모험에 몸을 싣는다. 공간(Space), 스크린(Screen), 좌석(Seat) 등 3S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특별한 서재. 그 안에서 30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대서사시는 느리고도 깊게 펼쳐진다.

영화관이 거대한 서재로 변신하고 있다. 관객들이 팝콘이 아닌 책을 들고 객석에 앉아, 영화 관람 대신 영화와 관련한 ‘독서’를 위한 시간을 즐기는, 이른바 ‘책 관람’이 색다른 극장 경험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극장가는 온전히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상영 환경에 착안,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텍스트힙’(Text-Hip, 독서가 멋지고 세련된 것으로 여겨지는 트렌드) 트렌드를 반영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확장 중이다.

CGV는 올 들어 프리미엄 상영관에서 고객들이 자유롭게 독서를 즐길 수 있는 ‘북클럽’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영화 ‘프로젝트 헤일메리’ 개봉 시기에 맞춘 ‘CGV 북클럽 with 프로젝트 헤일메리’를, 이달 10일에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디세이’ 원작 고전을 읽을 수 있는 ‘CGV 북클럽 with 오디세이아’를 열었다.

지난 10일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CGV 북클럽 with 오디세이아’에서 한 참가자가 책을 읽고 있다. [CGV]


북클럽 참가 고객에게는 전원 도서가 제공된다. 고객들은 편안한 리클라이너가 마련된 스트레스리스 시네마에서 몰입감 있는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약 2시간 동안 진행되는 북클럽은 책을 읽으며 즐길 수 있는 커피와 다과까지 준비된다. 심신의 안정을 주는 스크린, 상영관의 고음질 사운드가 선사하는 음악까지 더해지면 상영관은 독서를 위한 완벽한 공간으로 탈바꿈한다.

‘북클럽’이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진행한 오디세이아 행사는 예매 전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영화관에서 독서하는 경험에 대한 고객들의 호응은 높았던 것이다. 북클럽에 참가한 조희정 씨는 “자리가 편해서 책 읽기 좋은 환경이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오랜만에 아무런 방해 없이 온전히 책에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영화와 독서, 극장이 결합한 새로운 경험이 인기를 끄는 데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텍스트힙’ 열풍과 영화를 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독서·여행 등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최근의 문화 소비 트렌드가 맞물린 결과다. 아울러 올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개봉, 흥행에 성공하면서 원작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이 커졌다는 점도 극장가까지 점령한 ‘텍스트힙’ 흐름의 배경으로 꼽힌다.

성호경 CJ CGV IMC팀장은 “소설 원작 영화의 세계관을 보다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도록 원작 독서와 극장 환경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롯데시네마·교보문고가 협업해 선보이는 시네마틱 클래스 포스터 [롯데시네마]


지난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 역대 최대 기록인 16만명의 관람객이 몰리고,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에 브이로그 등 독서 관련 콘텐츠가 늘고 있는 점은 ‘텍스트’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보여준다.

이러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CGV는 지난해 만우절에 아예 극장을 ‘책방’으로 만들어버리는 이색 시도를 선보이기도 했다. 출판사 ‘문학동네’와 협업해 CGV용산아이파크몰 7층을 300여 권의 도서를 만날 수 있는 ‘씨집책방’으로 꾸몄고, 상영관에서 자유롭게 독서할 수 있는 ‘독서 전용관’도 선보였다.

책 읽는 경험에서 나아가 영화관을 인문·문화 콘텐츠 체험의 장으로 확장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롯데시네마는 교보문고와 손잡고 극장 공간을 활용한 다양한 문화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극장 특유의 쾌적함과 집중도를 십분 살려, 상영관을 다양한 연사와 책에 대한 밀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으로 꾸민다는 아이디어다.

지난해 만우절 CGV가 문학동네와 협업해 용산아이파크몰점에 연 ‘씨집책방’ [CGV]


이와 관련 롯데시네마는 다음 달 김미경 강사의 강연을 시작으로 교보문고의 도서 강연 커뮤니티 ‘보라(VORA)’를 선보인다. 지난 8일 첫 강연을 진행한 교보문고의 ‘시네마틱 클래스’의 경우 극장 공간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한 프로그램으로 주목받으며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

아울러 지난 11일부터는 이서준 도슨트의 ‘만찬처럼 즐기는 프랑스 이야기’ 시리즈가 진행되고 있고, 9월에도 세계적인 명작을 극장에서 만나는 강연들이 준비돼 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교보문고와의 협업은 텍스트 기반의 지식 콘텐츠와 극장의 몰입감 높은 공간이 결합해 고객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안겨줄 것”이라며 “앞으로도 극장 공간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