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무효 판결 후 ‘환급금은 누구 몫’ 분쟁
도요타·유니클로·닌텐도·소니 등 일본기업 잇따라 피소
“가격에 관세 전가해놓고 기업이 환급받으면 이중이득” 주장
일본기업들 “관세 반영 근거 없어”…소송 기각 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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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요타 로고 [게티이미지닷컴]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관세 때문에 가격을 올렸다면 돌려받은 관세도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부과했던 상호관세가 위법이라는 미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예상치 못한 ‘관세 환급금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이 관세 부담이 제품 가격에 전가됐다며 관세를 환급받는 기업을 상대로 자신들도 돈을 돌려받아야 한다는 소송을 잇달아 제기하면서다.
13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도요타자동차와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패스트리테일링, 닌텐도, 소니 등 일본 주요 기업의 미국 현지 법인이 관세 환급금 일부를 소비자에게 돌려달라는 내용의 소송에 휘말렸다.
소송의 발단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가 무효화되면서 시작됐다.
미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해 4월 이른바 ‘해방의 날’에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주요 교역국에 부과한 고율 관세가 대통령의 권한을 벗어났다며 무효라고 판결했다.
이에 따라 연방국제무역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에 수입업체들이 납부한 관세를 돌려주는 절차를 진행하도록 명령했다. 현재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급 절차가 진행 중인 관세만 약 1660억달러(약 235조원)에 달한다.
문제는 기업들이 관세를 납부하는 과정에서 비용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제품 가격에 반영했을 경우다. 소비자들은 자신들이 이미 높아진 가격을 통해 관세 부담을 떠안은 만큼 기업이 관세를 환급받아 모두 가져가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도요타를 상대로 제기된 소송이 대표적이다.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신차를 구매한 한 소비자는 차량에 사용된 여러 부품이 상호관세 대상국에서 수입됐고 관세 부담이 자동차 가격에 반영됐다며 도요타가 돌려받는 관세 중 일부를 자신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소비자는 도요타가 관세를 이유로 높아진 가격을 소비자에게 받은 뒤 정부로부터 관세까지 돌려받으면 사실상 ‘이중으로 돈을 받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은 자동차뿐 아니라 의류와 게임기, 전자제품 등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니클로 운영사 패스트리테일링도 비슷한 소송을 당했다. 소비자 측은 관세가 제품 가격에 포함됐다고 주장하지만 회사는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의 가격과 실제 납부된 관세 사이의 관계가 원고 측 추측에 불과하다며 법원에 소송 기각을 요청하고 있다.
닌텐도 역시 소비자들과 법정 다툼에 나설 방침이다. 닌텐도 측은 소비자가 구매 당시 제시된 판매가격을 충분히 이해하고 제품을 구매했다는 입장이다. 관세 환급 여부와 이미 성립된 소비자와의 거래는 별개라는 논리다.
소니그룹도 소송 청구를 기각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소니가 미국 정부로부터 돌려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관세는 약 800억엔(약 710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소송의 쟁점은 결국 관세의 ‘실질적인 부담자’를 누구로 볼 것이냐에 모인다. 법적으로 관세를 납부한 주체는 수입업체지만 기업이 관세 비용을 제품 가격에 얹었다면 경제적 부담은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됐다고 볼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기업 입장에서는 특정 제품의 가격이 관세 때문에 정확히 얼마만큼 올랐는지를 소비자가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제품 가격은 관세뿐 아니라 환율과 원재료비, 인건비, 물류비, 시장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을 반영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무효화에 따른 환급 규모가 1660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일본 기업뿐 아니라 미국 시장에서 제품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 전반으로 유사 소송이 확산할 가능성도 주목된다.
관세를 실제 납부한 기업에 정부가 돈을 돌려주는 것에서 끝날 것으로 보였던 ‘트럼프 관세 환급전’이 이제는 기업과 소비자 사이에서 환급금의 최종 주인을 가리는 새로운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