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엔비디아 AI칩에 5000억달러 베팅…“‘투자자산’ 될 것”

“GPU 가치 오래간다” 기대…기술 발전 따른 가치 급락은 변수

엔비디아 로고 [로이터]


[헤러드경제=정목희 기자] 인공지능(AI) 시대의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와 월가가 AI 반도체의 장기적인 가치에 거액을 베팅하고 있다. 기술 발전 속도가 빠른 만큼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반도체의 특성을 넘어, 엔비디아의 AI 칩이 장기간 가치를 유지하는 새로운 투자자산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12일(현지시간) 엔비디아가 월가 금융사들과 손잡고 5000억달러(약 710조원) 규모의 AI 인프라 자금조달 플랫폼을 구축하는 계획과 관련해, 여기에 참여하는 월가 투자자들이 엔비디아 AI 칩의 가치가 시간이 지나도 급격히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베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지난 10일 아폴로글로벌·블랙록·블랙스톤·브룩필드자산운용·골드만삭스·KKR 등 6개 금융사와 각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AI 인프라 구축에 투입할 대규모 전용 자금 풀을 조성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계약에 참여한 금융사 관계자들은 이 같은 구상이 AI 열풍을 이끄는 핵심 부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지속되면서 엔비디아 칩 가격도 당초 예상보다 오랫동안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기대에 기반하고 있다고 FT에 설명했다.

이들에 따르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계약을 통해 AI 칩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자산군이 만들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22조달러 규모의 사모펀드 시장이 투자하기에 적합한 새로운 자산이 될 수 있다는 구상이다.

블랙스톤의 존 그레이와 블랙록의 래리 핑크 등 투자업계 거물들도 최신 AI 모델을 학습하고 구동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센터에 자본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런 자금 조달 모델에는 리스크도 따른다. 핵심 담보인 엔비디아 칩의 미래 수요와 가치를 제대로 판단했는지에 관한 문제다.

실리콘밸리 소재 컨설팅 업체인 크리에이티브 스트래티지스의 기술 분석가 벤 바자린은 “이 모든 것은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한지에 달려 있다”면서 “과잉 생산이나, 수요 감소, 모델 개선 등으로 컴퓨팅 자원이 많이 필요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렌터카나 상업용 항공기는 고객이 채무 불이행 상태에 처하더라도 실물 자산이 남아있기 때문에 새로운 고객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AI 칩은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수요가 변동하기 때문에 장기적 가치가 불확실하다.

칩 리스를 담보로 한 부채에선 돈을 빌려준 금융사가 기초 자산의 가치가 앞으로 미미해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3~5년 이내에 대출금 전액 상환을 요구하는 경우가 잦다. 이 경우 엔비디아 하드웨어가 얼마나 현금 창출력을 보여 줄 수 있을지가 핵심 관건이 된다.

이에 대해 젠슨 황 CEO는 컴퓨팅 성능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덕분에 엔비디아의 구형 H100 칩조차도 예상보다 오랫동안 가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칩의 임대료가 인상됐고, 6년 된 A100 칩조차도 초기 예상 수명보다 오래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엔비디아 자금조달 플랫폼에 참여하는 사모펀드 한 임원은 FT 인터뷰에서 “GPU(엔비디아의 AI 연산 칩)에는 내재적 가치가 있다. 엔비디아는 GPU 임대에 10년 이상의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펀드 관계자도 “사모펀드는 이 분야에서 독특한 역할을 한다”면서 GPU 임대가 가격을 표준화하고 AI 그룹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