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의 ‘우주쇼’…유럽 ‘세기의 일식’에 수백만명 몰려

스페인 시골 언덕부터 그린란드 앞바다 크루즈선까지 ‘흥분’
영국·프랑스도 최대 99% 가려져…특수안경 품귀

12일(현지시간) 스페인 팔렌시아에서 개기일식 동안 달이 태양을 가리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12일(현지시간) 저녁 유럽 곳곳에서 달이 해를 가리는 일식 ‘천체 쇼’가 펼쳐지면서 이를 보기 위해 모인 시민과 관광객들이 탄성을 쏟아냈다.

개기일식이 관측된 스페인과 아이슬란드는 물론, 태양의 95% 이상이 가려지는 부분일식이 나타난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시야가 트인 지역마다 방문객이 몰렸다. 일식을 안전하게 관측하기 위한 특수안경도 곳곳에서 품귀 현상을 빚었다.

12일(현지시간) 스위스 북서부에서 한 천문 애호가가 부분일식을 관측하고 있다. [AFP]


전문 관측장비를 챙긴 천체 관측 애호가들부터 특수안경을 쓴 시민들, 종이상자와 은박지 등으로 직접 만든 간이 장비를 들고 나온 어린이들까지 일식을 볼 수 있는 장소마다 인파가 몰려들었다.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면서 일대가 몇 분간 어둠에 잠기자 곳곳에서는 박수와 환호가 터져 나왔다고 로이터·AP통신과 BBC 방송 등이 전했다.

캠핑카를 타고 가족과 함께 스페인 북부 아리하까지 달려왔다는 이탈리아인 세르조(60) 씨는 로이터에 “이런 일식을 볼 기회가 내 인생에 다시는 없을 것 같아 감정이 북받친다”고 말했다.

스페인 북동부 언덕 마을 메디나셀리도 몇 분간 이어질 개기 일식을 제대로 볼 ‘명당’에 자리를 잡기 위해 몇 시간 전부터 대기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철학과 교수로 일하는 아카타 봉크 씨는 일식을 제대로 보기 위해 마드리드에서 이 마을까지 왔다면서 “갑자기 어둠이 닥치고 해가 사라지는 모습을 보는 건 짜릿한 일”이라고 AP 통신에 말했다.

이베리아 반도에서 개기 일식이 보이는 것은 1912년 이후 처음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2027년 8월 2일에도 개기 일식이 한 차례 관측될 예정이고, 2028년 1월엔 태양 가장자리에 밝은 고리가 보이는 ‘금환 일식’이 나타나 ‘이베리아 일식 트리오’를 완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스페인을 찾은 관광객은 800만명, 인구 40만명의 아이슬란드에는 8만명이 몰릴 걸로 예상됐다.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 호텔 케플라비크의 스테인소르 욘손 매니저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몰렸다”며 이 호텔이 개업하고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과 소련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레이캬비크에서 정상회담을 열었던 1986년 이후로 이런 광경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바다에서 일식을 지켜본 사람들도 있었다.

그린란드 동쪽 리페피요르드에 있는 크루즈선 MS 스피츠베르겐호는 북극권 중심 경로를 항해하다 126명 승객들에게 일식의 장관을 보여주기 위해 바다 한복판에 자리를 잡았다.

이 크루즈선의 스베레 뤼드 선장은 “하루 종일 승객들이 와서 좋은 곳에 자리를 잡아달라고 부탁했다”며 “모두 엄청나게 신나 있다. 크리스마스 이브 같은 분위기”라고 AP에 말했다.

12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루브르 피라미드 뒤로 부분일식이 관측되고 있다. [AFP]


영국과 프랑스에서도 개기 일식은 아니지만 달이 해를 가리는 비율이 각각 최대 96%, 99%에 이르렀다. 영국에서 이같은 일은 1999년 이후 처음이고 향후 50년간 보지 못할 대형 이벤트라고 BBC 방송은 전했다.

런던에선 왕립관측소가 있는 그리니치에 사람들이 몰려 함께 지켜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