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글 먼저 보려면 월 10만달러”…‘정보 장사’ 논란에 결국 피소

트루스소셜, 월 최대 10만달러 ‘트루스 API’ 출시
언론단체 “시장 움직이는 정부 정보 돈 받고 먼저 제공”
관세·이란 정책 SNS로 발표…“동등한 접근권 침해” 주장
트럼프 지분 41% 보유…법원에 유료서비스 금지 요청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아동 대상 백신 종류를 축소하는 포고문에 서명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이 대통령의 게시물을 일반 이용자보다 빠르게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를 월 최대 10만달러(약 1억4000만원)에 판매하자 미국 언론단체들이 이를 금지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관세와 통상, 외교·안보 등 금융시장을 움직일 수 있는 대통령의 정책 발표를 돈을 낸 투자자에게 사실상 먼저 제공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AFP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온라인매체 디인터셉트 미디어와 비영리단체 언론자유재단은 이날 뉴욕 남부 연방지방법원에 트루스소셜 운영사인 트럼프 미디어 & 테크놀로지 그룹(TMTG)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TMTG가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일반 이용자보다 빠르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돈을 받고 판매하는 것이 “이례적이고 부패했으며 위헌적”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의 중심에는 TMTG가 이달 초 시작한 유료 서비스 ‘트루스 API’가 있다. 월 최대 10만달러의 구독료를 내면 트럼프 대통령 등의 트루스소셜 게시물을 1000분의 1초 단위로 빠르게 받아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다.

특히 주식·채권·외환·원자재 등을 초단위 이하로 거래하는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정책 발표를 몇 밀리초라도 먼저 확보하는 것이 실제 수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루스소셜 게시물 자체가 고가의 금융정보 상품으로 판매되는 셈이다.

원고 측은 소장에서 “대통령은 ‘시장을 움직이는’ 정부 정보를 자신의 개인 회사에 돈을 지불할 의사와 능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제공함으로써 금전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사실상 주요 정책 발표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약 1300만명의 팔로워를 보유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와 통상정책은 물론 외교·안보와 관련한 주요 결정을 트루스소셜을 통해 직접 공개해왔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를 움직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른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 및 협상과 관련한 입장도 상당 부분 트루스소셜을 통해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게시물이 올라오는 즉시 금융시장이 움직이는 경우가 반복되면서 게시물을 얼마나 빨리 확보하느냐 자체가 투자자들에게 중요한 정보가 됐다. 트루스 API는 바로 이 같은 수요를 겨냥한 서비스다.

원고 측은 대통령이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부 정보를 특정 민간 플랫폼을 통해 발표하면서 돈을 낸 이용자가 이를 먼저 확인하도록 하는 구조가 수정헌법이 보장하는 대통령의 공개 발언에 대한 동등한 접근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법원에 정부 정보를 트루스소셜에 독점적으로 게시하는 행위가 위헌임을 선언하고, 유료 이용자가 대통령의 게시물에 우선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금지해달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TMTG의 이해관계도 소송의 핵심 쟁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TMTG의 최대 주주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유한 회사 지분은 약 41%로, 가치가 약 1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당 지분은 현재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가 관리하는 신탁에 맡겨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생산하는 정책 정보가 자신이 최대 주주인 기업의 유료 상품 가치를 높이고, 이것이 다시 자신의 경제적 이익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게 원고 측의 주장이다.

이번 소송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을 핵심 정책 발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지속적으로 제기돼온 이해충돌 논란을 ‘정보 접근 속도’ 문제로 확장시켰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대통령의 정책 발표가 금융시장을 즉각 움직이는 상황에서 정부 정보에 접근하는 몇 밀리초의 차이를 사기업이 돈을 받고 판매할 수 있는지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