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칠성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장

“재난 징후 AI로 잡는다”…안전관리 ‘예방형’ 전환
기후위기 대응 방재기준 강화…침수·지반침하 선제 대응
구로 주거환경 정비·생활 인프라 확충에도 속도


박칠성 도시안전건설위원장이 지난 12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예방형 안전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헤럴드경제=양정원 기자] 기후위기로 극한호우와 폭염 등 이상기후가 일상화되고 도시기반시설의 노후화도 빨라지면서 서울의 안전관리 패러다임이 사후 수습에서 ‘선제 예방’으로 바뀌고 있다.

박칠성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장(더불어민주당, 구로4)은 12대 전반기 상임위 운영의 핵심에 ‘예방형 안전관리’를 두고 있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각종 계측장비를 활용해 재난 위험을 조기에 감지하고 도로·교량·터널·지하차도 등 주요 시설물은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천만 서울시민의 안전을 책임지는 도시안전건설위원장이라는 자리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 2년간 사고가 난 뒤 수습하는 서울이 아니라 위험을 먼저 발견하고 대비하는 ‘시민이 안전한 친환경도시 서울’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했다.

극한호우 일상화…AI 기반 재난 대응체계 구축


박 위원장은 기후위기에 대응하려면 서울의 방재 기준을 최근 기상환경에 맞춰 재정비하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고 했다. 과거 강우량과 기상 통계를 토대로 마련된 기존 기준만으로는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는 집중호우와 폭염·폭설 등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강남역, 광화문, 신림동 등 침수 위험이 높은 지역에서 진행되는 대용량 빗물저류배수시설과 하수관로 정비사업의 추진 상황을 면밀히 살피는 동시에 첨단기술을 접목한 재난 예측 기능도 강화할 방침이다.

특히 AI와 센서 네트워크를 이용해 반지하 주택, 지하차도, 도심 하천 등의 수위와 현장 상황을 상시 파악하고 위험 수치가 포착되면 주민과 관계기관에 신속하게 알리는 예·경보 시스템을 확대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축적된 기상·시설 데이터를 분석해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지역을 사전에 특정하고 대응 시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재난에 상대적으로 취약한 시민을 위한 보호책도 보완한다. 반지하 거주자, 독거어르신, 노숙인 등에 대한 침수·폭염 대책을 강화하고 건설현장 야외근로자의 휴식권 보장과 무더위쉼터 운영 등 기상 상황에 따른 현장 대응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살피겠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재난 대응의 성패는 사고가 발생한 뒤 얼마나 빨리 복구하느냐보다 위험을 얼마나 일찍 찾아 피해를 막느냐에 달려 있다”며 “AI와 IoT를 활용해 침수와 지반침하 등 시민 생활을 위협하는 요소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도록 서울의 안전관리 체계를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노후 인프라 ‘고장 나면 보수’ 탈피…위험도 따라 투자


서울의 주요 기반시설이 본격적인 노후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유지관리 방식도 달라져야 한다는 게 박 위원장의 판단이다. 정해진 주기에 따라 실시하는 법정 점검에 머물지 않고 시설별 상태, 이용량, 위험 수준을 지속적으로 분석해 이상 여부를 조기에 발견하는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성수대교와 동작대교 진입램프에서 단차가 확인된 사례와 관련해서도 시민이 매일 이용하는 시설에서 나타나는 미세한 변화까지 점검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도시안전건설위원회는 서울시에 교량시설물 전반에 대한 조사와 함께 점검 결과를 시민에게 공개하는 방안을 요구하고 있다.

노후 토목구조물 철거 과정의 제도적 공백을 보완하는 작업에도 나섰다.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공사 붕괴사고를 계기로 건축물과는 구조적 특성이 다른 교량·고가차도 등 토목시설물에 적합한 해체설계와 감리체계를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도시안전건설위원회는 12대 의회 출범과 함께 ‘노후 토목구조물 해체공사 안전 확보를 위한 법령 및 제도 정비 촉구 건의안’을 채택했다. 토목구조물에 적용할 세부 해체설계 기준과 표준품셈을 마련하고 전문성을 갖춘 전담 감리의 자격요건을 신설하도록 정부에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건설현장 관리도 사고 이후 책임 소재를 가리는 데 그치지 않고 설계부터 시공, 철거에 이르는 모든 단계에서 위험요인을 걸러낼 수 있도록 제도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도심 지반침하에 대한 대응도 주요 점검 대상이다. 박 위원장은 연희동과 명일동 사고 현장을 직접 살펴본 경험을 바탕으로 지하개발사업 주변 도로의 공동(空洞) 조사, 노후 하수관 교체, 굴착공사 때 토질·지질 분야 전문가 참여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지표투과레이더(GPR)를 이용한 지하 공동 탐사, 지하 지킴이 관측망, 신기술 계측장비 등의 활용 범위도 넓힌다. 서울시가 구축하고 있는 지반특성분석지도에는 현장과 전문가 의견이 충실하게 반영되는지 확인하고 관련 자료가 시민에게 충분히 제공되는지도 점검할 예정이다.

노후 시설에 투입되는 재정 부담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에서는 ‘자산관리형 예방보수’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단순히 시설이 오래됐다는 이유로 보수 순서를 정하기보다 구조적 위험성과 이용 규모, 사고가 발생했을 때 예상되는 인명·경제적 피해 등을 종합해 예산 투입 순서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AI와 각종 센서를 통해 확보한 안전진단 자료를 장기간 축적하고 내구성이 높은 신기술·신공법을 적용해 시설의 전체 생애주기비용(LCC)을 낮추는 방안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박 위원장이 AI와 IoT 등 첨단기술을 활용한 재난 예측과 노후 도시기반시설의 선제적 관리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양정원 기자


구로 노후 주거지 정비…교통·안전 생활환경 개선


지역구인 구로구에서는 노후 주거지역 정비와 주민 생활에 밀접한 기반시설 개선에 의정 역량을 집중한다.

가리봉동, 구로3·4동 일대 정비사업의 추진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사업성을 저해하는 규제를 살펴보고 필요한 제도 개선을 서울시에 건의할 예정이다. 개발사업 자체에만 초점을 두지 않고 주차, 보행, 교통, 안전 등 주변 생활환경을 함께 개선하는 데 무게를 둔다.

대림역과 남구로역의 이동편의시설 보완을 비롯해 노후 도로·보도 정비, 스마트 보안등과 CCTV 확충,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한 방재시설 보강 등 주민들이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사업도 지속적으로 챙길 방침이다.

가리봉 구시장 부지 복합화 사업은 지역의 주차 문제와 전통시장 활성화를 함께 풀어갈 과제로 보고 있다. 재원 확보 등의 문제로 사업에 어려움이 있는 만큼 서울시와 자치구 등 관계기관 사이의 협의를 통해 실행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다.

박 위원장은 “서울의 안전은 대규모 시설 하나를 새로 짓는 것만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며 “시민이 매일 지나는 도로와 교량, 골목과 주거지 곳곳의 작은 위험까지 먼저 찾아내 개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어 “현장에서 시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이를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해 안전한 서울을 만드는 데 의회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박 위원장은 현장 중심의 안전점검과 제도 개선을 통해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한 서울을 만드는 데 의정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양정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