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품마켓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살피고 있다.[heraldk.com자료]](https://www.heraldk.com//cms/2026/08/12/www/2026081211203422273.jpg)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한 식품마켓에서 소비자가 물건을 살피고 있다.[heraldk.com자료]
미국의 물가 상승세가 2개월 연속 둔화했다. 휘발유와 식료품 가격이 하락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소 완화됐지만 이란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고유가와 관세, 인공지능(AI) 투자 확대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 등이 새로운 물가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어 향후 전망은 불투명하다는 분석이다.
연방 노동부는 12일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월 대비 3.4% 상승했다고 발표했다. 6월의 3.5%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전월 대비 상승률도 0.1%에 그쳤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이란 전쟁 이전 2.4%까지 떨어졌지만,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 급등으로 지난 5월에는 4.2%까지 치솟으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두 달 연속 하락한 것이다.다만 물가는 여전히 평균 임금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어 미국 가계가 체감하는 부담은 크다는 지적이다.
식료품과 휘발유, 의료비 등 생활과 밀접한 비용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항공료와 컴퓨터, 중고차 등 일부 품목 가격도 상승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7월 전년 동월 대비 2.5% 올라 6월의 2.6%에서 낮아졌다. 이는 이란 전쟁 이전인 올해 1~2월 기록했던 팬데믹 이후 최저 수준과 같다. 전월 대비 근원 물가는 0.2% 상승했다.
물가 상승세 둔화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금리 인상 부담도 덜어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준 내부에서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놓고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다. 금리 결정에 참여하는 위원 가운데 약 절반은 올해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나머지는 현 금리 수준으로도 물가를 장기적으로 2% 목표까지 낮출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휘발유 한 달 새 2.9%↓…그래도 1년 전보다 25% 비싸
품목별로 보면 7월 휘발유 가격은 전월 대비 2.9% 하락했고 식료품 가격도 0.1% 떨어졌다. 그러나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1년 전보다 25% 높은 수준이며 식료품도 전년 동월 대비 2.7% 비싸다.
호텔 객실료는 전월보다 2.8% 하락했다. 월드컵 종료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의류 가격은 전월 대비 0.1%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1년 전보다는 3.9% 올랐다.
반면 컴퓨터 가격은 한 달 만에 3.5% 급등했다. AI 인프라 투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한 데다 애플이 컴퓨터와 태블릿 가격을 큰 폭으로 인상한 영향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스마트폰 가격도 전월보다 1.1% 상승했다.
항공료 역시 국제유가 상승으로 항공유 가격이 오르면서 전월 대비 2.2% 뛰었다.
문제는 최근 국제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12일 기준 미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04달러로 한 달 전보다 16센트 상승했다. 이에 따라 다음 달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관세·이란 전쟁·AI 투자 '3중 물가 압력'
최근 미국 물가에는 여러 요인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봄 부과한 관세와 미국의 이란 공격 이후 급등한 에너지 가격, AI 인프라 투자 붐에 따른 반도체 가격 상승 등이 대표적이다.
연준이 주목하는 핵심은 이 같은 요인들이 일회성 충격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지속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인지다.
특히 일부 기업들은 관세 부담을 견디지 못하고 제품 가격을 올리고 있다.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비상관세를 무효화했지만 실제 환급된 금액은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전기요금과 연료비, 운송비까지 상승하면서 기업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기업들의 가격 인상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다. 페인트 업체 셔윈-윌리엄스는 원자재 가격 상승을 이유로 오는 9월 제품 가격을 8% 인상할 계획이다.
●서비스 물가 3% 상승…연준 고민 깊어져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5년 넘게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웃돌고 있다. 이는 최근의 고유가나 AI 투자 같은 일시적인 요인만으로 현재의 인플레이션을 설명하기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고 AP는 분석했다.
의료와 외식, 자동차 정비 등 서비스 가격은 7월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했다. 이들 분야는 휘발유 가격이나 AI 투자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크지 않다.
서비스 가격 상승은 통상 임금 상승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제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최근 소득 증가 속도가 높은 인플레이션을 장기간 떠받칠 정도로 빠르지는 않다고 지적한다.
수년간 이어진 식료품 가격 상승에 소비자들도 대응하고 있다. 가격 비교와 쿠폰 사용을 늘리고 좋아하던 식품의 구매를 줄이는 등 소비 행태를 바꾸고 있다.
월마트를 비롯한 일부 대형 유통업체들은 식품 가격 인하에 나섰고, 이는 7월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일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7월 물가지표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을 지나 완화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보여줬지만, 이란 전쟁에 따른 고유가와 관세 부담, AI 투자 붐 등 새로운 물가 상승 요인이 겹치면서 미국 경제가 '고물가 터널'을 완전히 빠져나왔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분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