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유럽 농업 ‘비상’…곡물 생산 전망 900만t 줄었다

생산 감소분 21억유로 추산…작년 생산액의 약 5%

유럽 전역에 지난 5월부터 폭염이 시작한 데다 비도 유독 적게 내리는 건조한 여름이 이어지면서 라인강이 말라가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올여름 유럽을 덮친 잇단 폭염과 가뭄으로 농작물 생산량이 급감하고 품질까지 떨어지면서 농업 부문 피해가 커지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옥수수 생산량이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됐다.

1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올해 초여름부터 이어진 폭염으로 유럽 각지에서 농작물 생산 차질이 본격화하고 있다.

유럽 농민협회(COCERAL)는 지난달 6월 폭염 이후 4주 동안 유럽연합(EU)과 영국의 곡물 생산량 전망치를 약 900만t 하향 조정했다.

영국 비영리 연구조직 에너지기후정보부는 이 같은 생산 감소분의 가치가 약 21억유로(약 3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생산액의 약 5%에 해당하는 규모다.

특히 지난 6월 폭염은 프랑스 중남부와 독일 남부, 오스트리아, 폴란드, 헝가리 등에서 밀알이 여무는 시기와 겹치면서 밀 작황에 큰 영향을 줬다. 프랑스와 헝가리에서는 가축 사료용 옥수수의 수분 기간과 겹쳐 피해가 컸다.

7월과 8월에도 폭염이 여러 차례 이어지면서 연간 전체 손실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 농무부는 지난 7일 올해 옥수수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35% 감소해 198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탈리아 최대 농민조합 콜디레티도 일부 농가에서 생산량이 최대 20%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폭염이 장기화하면서 농민들의 작업 방식도 바뀌고 있다.

영국의 한 가족농장에서는 유채씨의 상품성을 유지하기 위해 밤이슬이 맺히는 새벽 2시에 수확 작업을 시작하고 있다. 남은 오전에는 밀을 수확하고 기온이 가장 높은 한낮에는 잠을 청한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농민들은 뜨거워진 흙 속에서 감자가 상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해가 진 뒤에야 수확에 나서고 있다. 프랑스령 코르시카에서는 더위로 식욕이 떨어진 가축들에게 밤이 된 뒤 사료를 먹이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이탈리아 아풀리아의 농부 피에트로 치파렐리 씨는 “오전 11시부터 저녁 7시까지는 일을 일절 할 수 없다”며 콩과 채소 등도 밤새 열기가 식은 뒤 수확해야 바스러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폭염과 가뭄뿐만이 아니다. 이탈리아 남부는 폭염과 산불에 시달리는 반면 북부에서는 우박과 폭우가 이어지는 등 지역별로 서로 다른 기상 이변이 농업 생산을 압박하고 있다.

보험 중개업체 하우던이 유럽투자은행(EIB)을 위해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EU 농업 부문에서 기후 영향으로 발생하는 손실은 연간 약 280억유로(약 45조7000억원)로 추산된다.

하우던은 기후변화가 농작물 생산량뿐 아니라 품질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연평균 피해액이 2050년까지 400억유로(약 65조3000억원)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