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극동서 나토·일본 동시 비판…“러시아 위협 커져”

日 방위백서·대러 제재 비판…쿠릴열도 영유권 주장도 일축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게티이미지닷컴]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진출이 러시아에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에 대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과 대러 제재, 쿠릴열도 문제 등을 거론하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12일(현지시간)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극동 유즈노사할린스크를 찾아 “불행히도 이 지역에서 분쟁 가능성이 커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며 “나토가 이곳에 침투하고 있고 새로운 군사·정치 블록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무기체계가 이곳에 배치되고 있고 추가 배치 계획도 세워지고 있는데 이는 우리나라에 위협이 된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어떤 나토 무기체계를 지칭하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푸틴 대통령은 나토의 인도·태평양 파트너 국가인 일본에도 날을 세웠다. 그는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러시아에 일방적인 제재를 가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일본 내각이 이달 초 내놓은 방위백서에서 러시아와 북한, 중국의 군사적 밀착을 지적하고 우크라이나 전쟁과 유사한 사태가 동아시아에서 발생할 가능성을 언급한 점을 문제 삼았다.

푸틴 대통령은 “우리는 일본을 위협하지 않는다”며 “일본에 대해 어떤 영유권 주장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러시아가 실효 지배하고 일본이 ‘북방영토’라고 부르는 쿠릴열도 4개 섬을 둘러싼 영유권 문제에 대해서는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발생한 현실이며 국제 문서에 명시된 사항”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를 거론하며 “우리는 비극적으로 서거한 아베 전 총리를 비롯해 여러 일본 지도자들과 건설적인 관계를 발전시켜왔다”며 “아베 전 총리는 양국을 더 가깝게 만들고 입장을 조율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양국 입장에 변화가 생긴 것은 우리 행동으로 유발된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현 다카이치 내각의 대러 정책에 대한 불만을 거듭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푸틴 대통령은 북극 지역의 긴장 고조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북극항로(NSR) 이용을 둘러싸고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도 “우리와 협력하기를 원하는 나라들, 특히 우방인 중국과 인도 등은 이런 문제를 우리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의 이른바 ‘그림자 선단’에 속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을 나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했다.

푸틴 대통령은 “일부 국가가 국제해사법을 위반해 우리 선박들의 평화로운 운항을 제한하려고 한다”며 “이는 명백한 해적 행위이자 강도 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유럽연합(EU) 국가가 러시아 선박을 나포하고 압수품을 매각하기로 한 결정을 실제로 시행한다면 우리 역시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대응 조치가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판단되는 곳이라면 어디든, 태평양함대 작전 책임 구역을 포함한 모든 곳에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푸틴 대통령에게 보고한 빅토르 리이나 러시아군 태평양함대 사령관도 “우리는 적대적인 국가의 비밀 함대에 속한 선박을 억류할 역량을 갖췄다”며 “도전에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