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산에 안 간다” 리얼 생고생 여정
‘대체’ 관찰·연애·두뇌 예능과의 차별화
나영석 사단이 제시한 ‘최신형 고생 예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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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 [넷플릭스 제공] |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취업 사기를 당한 기분이었습니다.”(도운)등산의 ‘등’자도 모르고 살아온 네 남자가 모여 산을 오른다.
아니나 다를까, 평생 겪어본 적 없는 고생길이 펼쳐졌다.
그 끝엔 선물 같은 절경이 그들을 기다렸다.
그럼에도 그때의 생고생을 떠올리면 여전히 울화가 치민다.
오는 18일 넷플릭스가 새 예능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를 공개한다. 평생 산에 관심이 없던 네 사람, 카더가든과 그룹 데이식스의 도운, 배우 이채민, 올데이 프로젝트 타잔의 설산 정복기를 따라가는 예능이다. ‘케냐 간 세끼’, ‘이서진의 달라달라’에 이어 나영석 사단과 넷플릭스의 세 번째 협업으로, ‘신서유기’와 ‘뿅뿅 지구오락실’의 박현용 PD가 연출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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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 [넷플릭스 제공] |
박현용 PD는 12일 오전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에서 진행된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이하 대등왜) 제작발표회에서 “등산을 싫어하는 이들이 힘들게 산을 오르다 보면 끈끈해지고 친해지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라면서 “(출연진들을) 섭외할 땐 등산 이야기는 안 했다. 아마 막상 와서 원치 않던 등산을 하게 돼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얼떨결에 ‘하산악회’가 된 네 사람을 한겨울 설산으로 떠미는 이 프로그램은, 최근 예능가에서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몸으로 부딪치는 고생 예능’의 귀환을 알린다. 극한의 상황에서, 각기 다른 네 명의 캐릭터가 가장 날것의 감정들을 공유하며 오르는 여정은 ‘고생 예능’의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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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카더가든, 데이식스 도운, 박현용 PD, 나영석 PD, 배우 이채민, 올데이프로젝트 타잔이 12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 |
남이 고생하는 모습을 집에서 편안하게 지켜보는 것만큼 재미있는 것이 있을까. ‘고생 예능’이라는 말의 공식적인 정의는 없지만, 업계와 시청자 모두가 대략적으로 떠올리는 그림은 비슷하다. 연예인이 세트가 아닌 실제 자연·오지 환경에 던져져 몸으로 버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안전한 스튜디오를 대신하는 것은 진짜 추위와 배고픔, 고된 피로가 그 자리를 채운다. 쉽게 말하자면 대놓고 출연진들을 ‘고생시키는’ 예능이다.
이 장르의 원형으로 언급되는 것은 지난 2007년 첫 방송한 KBS ‘1박2일’이다. 프로그램은 눈 내리는 산간벽지에 텐트 하나만 던져주고 출연진들을 재우거나, 말도 안 되는 곳에 혼자 낙오시키는 등 다양한 ‘고생’들이 주는 원초적 웃음을 선사하며 남녀노소 모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실제 이명한·나영석 PD가 이끌었던 2010년대 초반까지, ‘1박2일’은 20% 이상의 평균 시청률을 기록하며 ‘고생 예능’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비슷한 시기 SBS에서도 2011년 시작한 ‘김병만의 정글의 법칙’을 통해 해외 정글, 무인도, 극지방까지 나가 원시적인 방식으로 생존하는 예능을 선보였다. 10년간 방송되며 국내 예능 사상 가장 많은 해외 오지 촬영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생존’과 ‘자급자족’이라는 독보적인 콘셉트로, 프로그램은 전성기 시청률 15~17%대를 오가며 한때 금요일 예능 시청률 1위 자리를 꾸준히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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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1박2일’ [KBS] |
극한의 상황에 출연진을 밀어 넣는다는 점에서 ‘대등왜’는 ‘고생 예능’의 문법을 그대로 따른다. 심지어 가뜩이나 험준한 ‘악산’을 ‘겨울’에 오르며 난이도를 한계치까지 끌어올린다.
박 PD는 “겨울은 산악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그만큼 멋진 설경을 볼 수 있어서다”면서 “극한의 환경을 네 청년이 마주했을 때의 리얼함과, 고생을 하면서 끈끈해지는 날것의 케미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고생 예능이 하락세로 접어든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 유일하게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1박2일’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고생 예능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현재 방영 중인 ‘1박2일’ 시즌4는 가장 최근 방송분 기준 전국 시청률 7%대로, 전성기에 크게 못 미치는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에 반해 연예인의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과 로맨스와 갈등 중심의 ‘연애 예능’, 그리고 ‘데블스 플랜’, ‘피의 게임’ 시리즈 등으로 이어지는 서바이벌·두뇌 예능 등이 주요 예능 장르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올해 예능 판도도 비슷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솔로지옥’, 채널A ‘하트시그널’, 티빙 ‘환승연애’ 등 검증된 ‘연프’(연애 프로그램) 브랜드들의 물량 공세가 거셌고, 디즈니+ ‘머더클럽’과 웨이브 ‘피의 게임X’, KBS 토론 서바이벌 ‘더 로직’ 등 추리·두뇌 서바이벌이 강세 장르의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여전히 ‘고생 예능’의 자리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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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 ‘대체 등산을 왜 하는 건데?’ [넷플릭스 제공] |
한 방송가 관계자는 “팬데믹을 지나면서 출연진들이 어디 가서 단체로 고생하는 포맷이 직격탄을 맞은 부분이 있다”면서 “로케이션 예능이 생각보다 제작비도 많이 들고, 고생이 반복되면 시청자들도 피로감이 쌓인다. (고생 예능이 자취를 감춘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등왜’는 등산이라는 육체적 고생을 웃음의 재료로 다루는 ‘고생 예능’의 정석적인 문법 위에 신선한 출연진을 조합해 ‘고생 예능’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예능 환경 속에서 프로그램은 과거 ‘고생 예능’과는 다른 이 시대만의 트렌드를 가감 없이 녹여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나영석 PD가 “10년을 이끌어갈 차세대 예능 그룹을 구상”하며 만들었다는 출연진들은, 고생 끝에 감동과 눈물로 마무리됐던 10~20년 전 ‘고생 예능’의 클리셰를 완전히 부순다.
나 PD는 “옛날 예능에서는 (힘들게 산을 올라서) 일출 보면 무조건 울어야 했다. 당시는 정석이 멤버들을 고생시켜서 재미와 감동을 얻는 것이었다”면서 “그런데 2026년 여름에, 예능 경험이 적은 이들은 일출도 막 ‘힘드니까 꼴도 보기 싫다’고 하더라. 나는 그게 진짜 리액션이고, 요즘 코드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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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영석 PD가 12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대체 등산을 왜 하는건데?’ 제작발표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
그는 이어 “오늘의 예능에서 ‘고생’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이 이 프로그램에 들어있다. 옛날과는 다른 고생 예능을 보여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등왜’는 관찰과 연애, 두뇌 서바이벌 사이에서 유일하게 비어 있던 ‘몸고생’이라는 칸을 조금은 ‘엇나간’ 방식으로 채운다. 프로그램이 잘 되면 또 산을 올라야 하니, 보지 말아 달라는 출연진의 간절한 부탁부터가 단단히 엇나가 있다.
카더가든은 “주변 사람들에게 ‘대등왜’를 보지 말라고 한다. 인기가 많아지면 또 산을 타야 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여러분들이 재밌게 봐주신다면 어쩔 수 없다. 방 안에 편하게 누워 남이 고생하는 걸 깔깔대며 보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타잔은 “솔직하고 투명한 남자 네 명이 설산을 오르는 것이 정말 재밌다”면서 “(다만) 다음에는 등산을 하지 않게끔 책임지고 막아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