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마누스 인수 무산…미중 AI경쟁 속 중국 당국 제동

중국 거래 철회 명령 넉달만…마누스 “세계 일부 지역의 규제 준수”
중국, 해외이전 기업까지 압박…텐센트, 최대주주 논의설

지난 2024년 1월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워싱턴DC에서 열린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 청문회 ‘빅테크와 온라인 아동 성착취 위기’에 무거운 표정으로 참석한 모습.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미국 메타의 중국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마누스 인수 거래가 중국 당국의 제동으로 결국 백지화됐다. 중국 기업이 싱가포르로 이전한 뒤 성사된 20억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인수 딜에 대해 중국 정부가 나서 거래 철회를 명령한 지 약 넉달 만이다.

11일(현지시간) 마누스는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마누스가 조만간 독립 회사로 운영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누스 측은 “이는 메타와 분리 과정의 일부”라면서 “세계 일부 지역의 규제 요건을 준수하기 위해 우리는 이 조치를 취해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에 따라 지난해 12월 29일 이후 생성된 데이터 일부가 삭제될 예정”이라면서 영향을 받는 이용자들에게 데이터 백업을 당부했다. 이는 마누스 측이 사실상 중국 당국의 제동으로 인수 거래가 무산됐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기업 버터플라이 이펙트가 개발한 범용 AI 에이전트인 마누스는 명령어를 입력하면 스스로 작업을 수행하는 데모 영상으로 주목받으며 ‘제2의 딥시크’로 불렸다. 중국에서 창업한 뒤 지난해 7월 싱가포르로 본사를 이전했지만, 핵심 기술과 인력 기반은 여전히 중국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 운영사인 메타는 지난해 12월 마누스를 전격 인수했으며 거래 규모는 약 20억달러로 알려졌다.

당시 메타 측은 “마누스가 메타에 합류해 수십억 명의 사람들에게 선도적인 에이전트를 제공하고, 우리 제품 전반에서 기업들을 위한 기회를 열어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메타의 마누스 인수는 중국 정부가 자국 기술 기업들의 탈(脫)중국 흐름 억제 기조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귀추가 주목됐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해당 거래가 기술 수출 관리 대상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며 제동을 걸었다. 외신 보도를 통해 마누스의 샤오훙 최고경영자(CEO)와 지이차오 최고과학책임자(CSO)가 베이징으로 소환됐다가 출국이 금지됐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4월 공식적으로 거래를 철회할 것을 명령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외국인투자안전심사판공실은 지난 4월 27일 “법과 규정에 따라 외국 자본의 마누스 인수에 대해 투자 금지 결정을 내렸다”며 “당사자들에게 거래 철회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때만 해도 이미 완료된 거래를 원상복구하는 것이 어렵다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됐다. 메타 측은 마누스를 인수한 것이 적용할 수 있는 법률을 완전히 준수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나 양사는 결국 중국 정부의 강한 압박을 결국 이기지 못했다. 인수 철회 명령이 내려진 지 넉달도 안 돼 거래가 무산된 것이다. 메타가 마누스 인수를 발표한 뒤 약 8개월 만이다. 반도체와 AI를 중심으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대한 전환점으로 평가받던 사안에서 결국 미국의 메타가 두 손을 들게 된 것이다.

이번 거래 무산이 중국의 기술 통제가 해외로 이전한 기업에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AI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메타의 입지 강화 움직임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메타의 마크 저버커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 발표한 장문의 에세이를 통해 폐쇄형 AI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소수 기업이 주도하는 현재의 발전 방향을 비판했다. 그는 “초인공지능을 중앙집중화하기보다 널리 배포해 모든 사람이 이를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마누스의 이전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20억달러로 평가해 다시 지분을 취득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보도한 바 있다. 최대주주가 되기 위해 논의 중인 투자자에는 중국의 대표적인 빅테크인 텐센트홀딩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