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는 여행·휴가 계획까지 변경
![]() 미국 워싱턴DC에서 더위 속에 손부채질을 하고 있는 관광객들<AP=연합> |
미국을 덮치는 극심한 폭염이 단순한 날씨 문제를 넘어 전기료부터 여행, 수면, 자녀들의 야외활동까지 미국인들의 일상을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서부와 중서부 지역 주민들이 체감하는 폭염의 영향이 커지면서 냉방비 부담과 생활 패턴 변화가 새로운 '폭염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AP통신과 NORC 공공문제연구센터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들은 여행과 휴가 계획, 전기료, 수면, 가족 야외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극심한 더위가 생활에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대부분 항목에서 폭염이 '큰 영향' 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은 2년전 7월의 조사보다 증가했다.
■ 10명 중 8명 "폭염에 전기료 영향"
가장 직접적인 부담은 전기료였다.
미국인 10명 중 약 8명은 지난 1년 동안 극심한 더위가 가정의 전기료에 '큰 영향' 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2024년 7월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69%였다.
중서부 지역에서는 변화가 더욱 컸다. 폭염이 전기료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이 44%로 2년 전의 29%에서 15%포인트나 상승했다.
극심한 날씨만이 전기료 상승의 원인은 아니지만 폭염이 심해질수록 에어컨 사용 시간이 늘어나면서 가계의 전력 소비량 자체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 휴가·여행 계획도 바꾼 폭염
폭염은 미국인들의 여름 휴가와 여행 계획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인 10명 중 약 4명은 극심한 더위가 여행이나 휴가 계획에 크든 작든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2024년 조사 당시 약 4명 중 1명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증가했다.
가족들의 야외활동에 미치는 영향도 커졌다.
미국인 10명 중 약 7명은 극심한 더위가 가족의 야외활동에 '큰 영향' 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2024년에는 약 10명 중 6명 수준이었다.
■ 오전 5시에 일어나 운동…수면시간까지 줄어
폭염은 하루 생활시간 자체도 변화시키고 있다.
애리조나의 브라카몬테는 더위를 피하기 위해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 전에 걷기 운동을 시작한다고 말했다. 오전 7시만 돼도 기온이 화씨 80도대로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는 이 때문에 매일 잠을 몇 시간 덜 자게 된다며 "물을 계속 마시지 않고서는 몸이 아프지 않은 상태로 밖에 오래 있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텍사스주 웨이코에 사는 범죄현장 조사관 존 헤이즐(33) 역시 어린 시절과 비교해 여름 날씨가 크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어렸을 때 화씨 100도가 되면 아주 드문 일이라 모두 놀랐지만 지금은 거의 매일 그런 것처럼 느껴진다"며 "예전에는 계절이 좀 더 균형 잡혀 있었는데 지금은 여름이 더 일찍 시작해 더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출하면 곧바로 땀이 나기 때문에 야외활동 도중 더 자주 휴식을 취하고 샤워 횟수도 늘어나는 등 폭염을 고려해 일상을 계획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 폭염에 차가운 음료수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AP=연합> |
■ "폭염 더 자주, 강하고 오래 지속"
전문가들은 미국인들이 체감하는 이 같은 변화가 최근 기후 상황과 일치한다고 설명한다.
우드웰 기후연구센터의 기후과학자 제니퍼 프랜시스는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극심한 폭염이 세계 여러 지역에서 더욱 빈번하고 강력하며 오래 지속되고 있다"며 미국 서부와 중서부 역시 대표적인 지역이라고 지적했다.
폭염과 장기간의 건조한 날씨가 겹치면서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가계에도 경제적 부담을 주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수년간 미국에서는 강력한 '열돔(heat dome)' 현상으로 위험한 수준의 폭염이 반복됐으며 연초부터 이례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과학자들의 분석에 따르면 2025년 지구 평균기온은 2023년, 2024년과 함께 관측 사상 가장 더운 3개 연도 가운데 하나로 기록됐다.
폭염은 미국에서 매년 수천명의 온열 관련 사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 위험을 높이고 전력망 등 공공 인프라에 부담을 주는 것은 물론 농업과 스포츠 등 야외 행사에도 광범위한 영향을 미친다.
■ 폭염 체감 커졌지만 기후변화 인식은 제자리
다만 극심한 더위의 영향을 직접 경험하는 미국인이 늘었다고 해서 기후변화를 믿는 사람의 비율까지 증가한 것은 아니었다.
이번 조사에서 미국인의 66%는 기후변화가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고 답했다. 이는 2025년 9월 조사 당시 73%보다 7%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17%는 기후변화가 발생하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답했으며 약 15%는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지 않다고 응답했다.
폭염이 전기료나 건강 문제를 넘어 미국인들이 언제 운동하고, 어디로 여행하며, 아이들이 언제 밖에서 놀 수 있는지까지 결정하는 생활의 변수가 되고 있는 셈이다. AP종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