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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차인표가 11일 서울 종로구 놀씨어터대학로에서 열린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 |
[헤럴드경제=이명수 기자] “(진정한) 배우가 되려면 연극을 진작에 해야 했구나. 조금 더 일찍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요즘 이런 후회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서울 대학로 NOL(놀)씨어터 우리카드홀에서 개막한 연극 ‘죽은 시인의 사회’를 통해 데뷔 33년 만에 처음 연극 무대에 오른 차인표(59)는 뒤늦은 연극 데뷔에 대한 안타까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차인표는 11일 서울 대학로 NOL씨어터 연습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환갑을 1년여 앞두고 연극에 도전하게 된 배경과 준비 과정, 연극을 통해 얻은 깨달음과 앞으로의 계획을 진솔하게 털어놨다.
오랜 시간 대중 연예인으로 사랑받아 온 차인표에게 연극 무대는 늘 마음 한켠에 남아 있던 미지의 영역이었다고 한다.
그는 “(이전에도) 연극 대본을 많이 받았지만, 연습 기간이 길고 대우가 (상대적으로) 적어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던 중) 대중 연예인으로서의 삶에 안주해왔던 자신을 돌아봤고, 한 가지 틀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는 것이 인생의 본질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 4월 출연을 제의받은 뒤 실제 무대에 오르기까지 차인표는 두 달간의 혹독한 연습 과정을 거쳤다. 매주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후 1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진 연습은 체력적으로도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특히 젊은 배우들이 먼 거리에서 대중교통으로 이동해 일찍부터 연습에 임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도 팀의 일원으로서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연극은 한 사람만 잘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팀이 되어야 한다”며 “연습 과정에서 동료 배우들과 서로 자극을 주고받으며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연출가와 선배 배우는 물론 후배 배우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조언을 구하며 무대 연기에 필요한 성량, 호흡, 동선 등 새로운 기술을 익혔다고 한다.
차인표는 “드라마나 영화와 달리, 연극은 대사를 수백 번 반복하며 팀플레이를 완성해야 하는 장르임을 몸소 체험했다”며 “실수나 대사 누락이 있을 때 동료 배우들이 자연스럽게 도와주는 경험을 통해, 무대 위의 앙상블과 관객과의 에너지 교류의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차인표는 연극을 준비하며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겪었다. 홍보부터 관객 동원까지 배우가 직접 챙겨야 하는 부분이 많았고,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관객 반응을 마주하는 긴장감과 부담도 컸다.
그는 “연극은 연기만 열심히 하면 되는 줄 알았는데, 모든 것을 직접 챙겨야 한다는 점이 힘들었다”며 “특히 연극은 흥행의 결과를 직접 눈앞에서 마주하며 연기를 해야 한다는 점도 적응하기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차인표는 이런 어려움에도 향후 좋은 작품이 있다면 연극 무대에 계속 도전할 의향을 내비쳤다.
그는 “연극을 일찍 시작하지 못한 것이 가장 아쉽다”며 “동료 배우들도 연극을 통해 자기 성장을 경험해보길 바란다”고 권했다.
소설가이기도 한 차인표는 2022년 작 ‘인어 사냥’이 현재 희곡 작업 중인 사실도 처음 공개했다.
차인표는 2009년 ‘잘가요 언덕’으로 소설가로 데뷔했고, 이후 ‘오늘 예보’, ‘인어 사냥’, ‘그들의 하루’, ‘우리동네 도서관’ 등 총 5편의 소설을 냈다. 데뷔작 ‘잘가요 언덕’의 개정판 ‘언젠가 우리가 같은 별을 바라본다면’은 영국 옥스퍼드대 한국학 필수 교재로 선정됐고, 지난해 8월에는 ‘인어 사냥’으로 제14회 황순원문학상 신진상을 받기도 했다.
그는 “전문 연극·뮤지컬 작가들이 희곡의 원작 사용을 요청해서 허락했다”며 “연극 무대에서 제 소설이 새로운 생명을 얻는 경험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신을 연극으로 이끈 작품인 ‘죽은 시인의 사회’에 대한 애정도 감추지 않았다. 이 연극은 1950년대 미국 명문 기숙학교를 배경으로, 엄격한 규율 속에서 입시와 성공만을 강요받는 학생들에게 진정한 삶의 태도를 깨닫게 해주는 영어 교사 존 키팅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차인표는 주인공 키팅 역을 맡아 학생들에게 ‘현재를 살아라’(카르페 디엠)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교육이란 정답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질문을 던져주고 스스로 답을 찾게 해주는 것”이라며 “제도 안에서 살아가는 개인에게 ‘무엇을 선택할 것인지’ 묻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작품이 단순히 과거의 감성팔이나 교훈을 전달하는 내용만은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차인표는 “인간은 누구나 태어난 틀이 있지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본질”이라며 “이 작품을 통해 관객이 삶의 방향과 용기를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죽은 시인의 사회’ 공연은 다음 달 13일까지 이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