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우리 편에서 흘러” 하영 부친 언론 기고글 재조명

안병문 전 인천 성문병원 원장 글 확산


배우 하영이 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열린 넷플릭스 새 시리즈 ‘이런 엿같은 사랑’ 제작발표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넷플릭스 제공]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배우 하영이 방송에서 ‘4대째 의사 집안’을 공개한 뒤 하영의 증조부의 친일 행적이 낱낱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하영 친부가 과거 중앙 일간지에 기고한 가족 관련 글이 재조명되고 있다.

11일 더 쿠 등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우 하영의 아버지가 딸에게 쓴 편지’라는 제목으로 부친인 정형외과 전문의 안병문씨가 2002년 4월 중앙일보에 실은 기고문 중 일부가 확산하고 있다.

글은 안 씨가 선천성 단지(短指·손가락이나 발가락이 병적으로 짧은 기형)를 갖고 태어난 큰 딸이 미국에서 유학하던 중 한국에 잠시 귀국해 피아노 독주회를 가진 것을 기뻐하며 큰 딸에게 건네는 편지 형식을 띄고 있다.

안 씨는 “우리 집안은 몇 안되는 의료 명문”이라며 증조부 안상호가 초대 한성의사회장(의협회장)을 지냈고, 조부 안부호도 전 성심병원장을 역임했다고 언급하며 “그 덕에 애비는 고교와 대학을 세칭 명문이란 데를 거쳐 가업을 잇게 됐다”고 했다. 그는 “1976년 대학을 마친 뒤 할아버지가 계시던 병원에서 수련의를 거쳐 서른한살에 수련부장을 할 정도로 잘 나갔다”라고 조부 덕에 순조롭게 경력을 쌓은 과정을 털어놨다.

특히 “따지고 보면 지금 내가 너에게 이런 얘기를 거리낌없이 할 수 있는 것도 세월이 우리 편에 서서 고맙게 흘렀기 때문”이란 문장이 누리꾼들을 자극했다.

해당 문장은 문맥상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점차 변화하고 있는 시대를 맞아 감사하다는 취지로 쓰인 것으로 추론되지만, 누리꾼들은 이를 증조부 안상호의 친일 행적과 연계지어 친일파 후손이 할법한 말로 이해했다.

누리꾼들은 “세월이 본인들 쪽으로 유리하게 흘러갔다는 말이 소름이다” “매국으로 번 돈으로 떵떵거리며 잘 살았네” “이승만 아니었으면 진작 척결 당했을텐데” “토착왜구인데 자부심이 쩐다” “친일파 집안이라 장애아도 미국 유학가고 부모 배경 덕에 의사” “친일 행적은 빠지고 의사로서의 이력만 대대로 자랑해온 것 아니냐”, “친일파를 제대로 청산했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 등 비판적인 반응을 쏟아냈다.

한편 안상호는 1902년 일본 동경자혜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해 한국인 최초 일본 의사자격증을 취득한 인물이다. 1904년 귀국한 그는 순종 전의(典醫)와 이왕직 촉탁의 등을 지냈고, 한국 최초 양의원을 개원했다.

그는 조선총독부 기관지인 매일신보에 ‘내선일체의 모범사례’로 소개됐으며, 친일단체 대정실업친목회에도 몸담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대정친목회는 1916년 11월 친일반민족행위자 민영기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총재가 회장을 맡아 설립한 실업인 단체로, 이완용과 조중응, 송병준, 이윤용 등 당대 친일반민족행위자 상당수가 회원으로 참여했다.

하영 소속사 비스터스 엔터테인먼트는 이날 “하영의 증조부는 안상호, 조부는 고(故) 안부호 가톨릭대 의과대학 주임교수가 맞다”며 “안상호가 1916년 결성된 대정친목회 평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기록이 존재한다”고 밝혔다.

앞서 하영은 지난 7일 방송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에 출연해 증조할아버지가 일본 유학을 마친 뒤 한양에 최초로 서양식 병원을 개설하고 고종 황제의 진료를 맡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할아버지와 아버지, 언니로 이어지는 4대 의사 집안이라는 사실을 공개해 화제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