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 수량계측 시스템 구축 합의…자료 공유로 물 분쟁 줄이기
기후변화에 강 유량 감소…상·하류 국가 이해관계 충돌 반복
세계은행 “수자원 비효율로 연 6조4000억원 경제손실”
빙하 36% 사라져…물 부족, 안보·식량·에너지 위기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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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앙아시아 |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만성적인 물 부족에 시달리는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역내 핵심 수자원인 시르다리야강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자동 수량계측 시스템을 공동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기후변화로 강 유량이 감소하는 가운데 국가 간 갈등 대신 협력을 선택했다는 점에서 중앙아시아 수자원 외교의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된다.
11일 중앙아시아 전문매체 타임스오브센트럴아시아(TCA)에 따르면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앙아시아 5개국 대표들은 최근 카자흐스탄 남부 투르키스탄주에서 열린 회의에서 시르다리야강 자동 수량계측 시스템 구축에 합의했다.
시스템 구축을 위한 공동 실무진은 다음 달 말까지 구성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옛 소련 시절 설립된 국가간수자원조정위원회(ICWC) 회의에서 이뤄졌다. 시르다리야강의 수량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상황에서 관련국들이 공동 계측과 데이터 공유 체계를 마련하기로 하면서 물 관리 협력이 한 단계 진전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길이 약 2200㎞의 시르다리야강은 키르기스스탄에서 발원한 나린강과 카라다리야강이 합류해 형성되며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을 거쳐 북아랄해로 흘러든다. 강물은 농업용수와 수력발전의 핵심 자원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강을 공유하는 국가들의 이해관계는 오랫동안 충돌해왔다. 상류 국가들은 겨울철 수력발전을 위해 물을 저장하거나 방류하는 반면 하류 국가들은 여름철 농업용수 확보를 우선시해 왔다. 특히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은 목화와 밀 등 대규모 농업에 필요한 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여름철 방류를 요구해왔고, 상류국들은 전력 생산을 이유로 다른 운영 방식을 선호하면서 갈등이 반복됐다.
이 때문에 정확한 유량 측정과 실시간 자료 공유는 국가 간 물 배분 갈등을 줄이고 수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혀왔다.
세계은행은 시르다리야강과 아무다리야강의 비효율적인 관리로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매년 45억달러(약 6조4000억원)가 넘는 경제적 손실을 입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현재 카자흐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은 각각 자국 내 시르다리야강 유역에 자동 수량계측소 5곳씩을 설치하고 있다. 양국은 이번 회의에서 계측 시스템 구축을 위한 국제 무상원조 자금 확보에 공동으로 나서고, 이를 유역 전체로 확대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앞서 카자흐스탄과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은 타지키스탄의 바흐리 토지크 저수지의 여름철 운영 일정에도 합의했다. 상류국인 타지키스탄이 여름철 저수지를 적절히 방류하면 하류 국가들은 가뭄 피해를 줄이고 농업용수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아시아의 물 문제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르다리야강과 아무다리야강은 톈산산맥과 파미르고원의 빙하 융해수에 대부분 의존하는데, 해당 빙하는 옛 소련 시절과 비교해 약 36%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빙하 감소가 가속화되면서 물 부족은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식량안보와 에너지 공급, 국가 경제를 좌우하는 핵심 안보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합의가 중앙아시아 국가들의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