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아래 동굴, 해변 위 타오르는 불…‘색다른 괌’을 만나다

등산 대신 정글 내려가 동굴에서 수영
석양속 관객 참여형 전통춤 공연 감상
‘쉬는 휴양지’ 넘어 문화·체험 품은 섬


괌 북동부 파갓(Pågat) 케이브 트레킹을 위해 하산하는 모습.


산을 오르는 줄 알았는데 시작부터 내려간다. 한 사람이 겨우 지날 만큼 좁은 정글 길 사이를 지나 나무뿌리와 울퉁불퉁한 바위를 피해 한참을 내려갔다. 괌의 뜨거운 공기와 높은 습도에 옷은 금세 땀으로 젖었다. 풀숲에서는 이름 모를 벌레들이 달라붙었다.

“이 길을 다시 올라와야 한다고?”

괌 북동부 파갓(Pågat) 케이브 트레킹은 흔히 생각하는 ‘휴양지 트레킹’과는 거리가 있었다. 투어업체에서는 초등학생부터 70대까지 다녀갔고 고령자도 충분히 도전할 수 있는 코스라고 설명했지만, 한여름 직접 걸어보니 결코 만만치 않았다.

한국인에게 괌은 대개 에메랄드빛 바다와 리조트 수영장, 쇼핑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바다에서 등을 돌려 정글 안으로 몇 걸음 들어가면 전혀 다른 섬이 모습을 드러낸다. 숲을 걷고 절벽 끝에서 태평양을 내려다본 뒤 땅속 동굴로 들어가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근다. 괌 정부관광청이 최근 괌을 ‘쉬는 휴양지’에서 스포츠와 자연·문화가 어우러진 ‘웰니스 아일랜드’로 확장하려는 이유를 몸으로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장소가 파갓이었다. 괌 정부관광청은 올해 웰니스 관광의 액티브 체험 분야를 하이킹과 러닝·사이클링·야외 어드벤처 등으로 확대했다.

정글 끝 태평양, 동굴 수영까지 ‘거꾸로 트레킹’

파갓 케이브 트레킹의 특징은 일반적인 등산과 동선이 반대라는 점이다. 정상으로 올라가는 대신 정글 속 가파른 길을 따라 해안 절벽과 동굴 방향으로 내려간다. 동굴에서 수영을 즐긴 뒤에는 다시 같은 길을 올라 출발점으로 돌아와야 한다.

정글 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다 보면 숲이 열리면서 파갓 포인트의 탁 트인 태평양 풍경이 나타난다. 투몬 해변의 잔잔한 에메랄드빛 바다와 달리 거대한 절벽 아래로 푸른 바다가 펼쳐지고, 파도가 절벽에 거칠게 부딪히며 장관을 만든다. 자동차에서 내려 바로 볼 수 있는 전망대와 달라 보이는 것은 직접 걸어 내려온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괌의 풍경이기 때문이리라.

트레킹의 하이라이트는 동굴 수영이다. 좁은 입구를 지나 동굴 안으로 들어서면 뜨거운 정글과 달리 서늘한 공기가 감돈다. 내부에는 맑은 담수가 고여 있어 땀에 젖은 몸을 식히며 수영을 즐길 수 있다. 어두운 동굴 속에서 물 위에 몸을 띄우면 바깥의 햇빛과 파도 대신 동굴 벽을 울리는 목소리와 물소리만 남는다.

수영을 마친 뒤에는 다시 오르막길이 기다린다. 내려올 때보다 체력 소모가 크지만 숲을 빠져나와 출발점에 도착했을 때의 성취감도 그만큼 크다. ‘괜히 왔다’가 아니라 ‘그래도 해냈다’는 느낌에 가깝다. 정글 트레킹과 태평양 절경, 동굴 수영을 한 코스에서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파갓 케이브 트레킹의 가장 큰 매력이다.

석양 보며 불춤까지…밤에는 ‘체험형 괌’

낮 동안 정글과 동굴을 누볐다면 저녁에는 투몬 북쪽 건비치(Gun Beach)에서 괌의 또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다. 해변 바로 앞에 자리한 ‘타오타오 타시(TaoTao Tasi)’ 공연장에서는 석양을 바라보며 뷔페식 저녁을 즐긴 뒤 야외 공연을 관람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해가 지기 시작하면 무대 뒤편으로 괌의 바다가 주황빛으로 물든다. 식사를 마칠 즈음 어둠이 내려앉고 북소리와 함께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된다. 타오타오 타시는 괌의 차모로 문화와 이야기를 중심으로 타히티 춤, 사모아식 파이어 댄스 등 태평양 섬 지역의 다양한 공연 요소를 결합한 대형 야외 쇼다. 차모로 전사를 형상화한 퍼포먼스와 전통춤, 라이브 음악, 불 등을 활용한 공연 등이 이어진다.

공연은 관객이 단순히 무대만 쳐다보게 두지 않는다. 공연자들이 객석으로 내려와 호응을 유도하고 관객을 무대로 불러 함께 춤추는 참여형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석양 감상과 식사, 공연, 관객 참여 등이 한 자리에서 이어져 괌의 자연과 문화를 동시에 체험할 수 있다.

괌 정부관광청이 올해 내세운 ‘웰니스 아일랜드’ 역시 단순히 스파나 마사지가 많은 휴양지를 의미하지 않는다. 하이킹과 러닝·사이클링 같은 신체 활동, 자연 체험과 문화적 몰입까지 여행의 영역을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관광청은 웰니스 프로그램에 야외 어드벤처와 문화 체험, 전통적 치유 등을 함께 포함시켰다. 괌은 그렇게 ‘쉬어서 회복하는 섬’에서 ‘움직이면서 나아지는 섬’으로 진화하고 있다.

투몬=김용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