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방 기대 꺾이자 국제유가는 급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군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기뢰를 모두 제거했으며, 해협은 개방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발언 직후 해협은 사실살 폐쇄된 상태라는 보도가 나왔고, 시장에서도 미국과 이란이 해협 재개방을 두고 조속한 합의를 도출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란과 트럼프 대통령은 서로 공습, 폭탄테러로 인한 피해 배상을 요구하며 해협 재개방 합의를 더 어렵게 하고 있다. 풀리지 않는 대화에 대한 실망감으로 인해 국제유가는 5% 가량 급등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그것은 지금 열려있다”며 “현재 호르무즈 해협을 통제하는 유일한 곳은 미 해군”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리는 지금까지 틀림없이 작동한 철벽 봉쇄선을 갖고 있다”며 “우리는 들여보내고 싶은 사람들은 들여보낸다. 그들은 들어오고 있고, 또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금 복잡한 것은 그들(이란)이 가끔 기뢰를 (해협에) 떨어트리기 때문”이라면서도 “우리는 기뢰를 찾아내고 있다. 해협 모든 곳을 소해(掃海·기뢰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호르무즈 해협에 대한 이란의 통제권을 반박하는 말이다. 해협을 통제하는 유일한 주체가 미국이라는 점을 강조해, 해협 재개방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의 심각성을 축소하려는 명백한 의도에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돼있다고 또다시 허위 주장을 펼쳤다”며 “실제로 이 해협은 전쟁 발발 이래 사실상 폐쇄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란을 상대로 확전 능력이 있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실행 방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이란의 경제 위기 상황을 부각했다. 지난 9일에도 이란의 경제난을 부각했는데, 이는 이란에 대해 경제적 압박을 가중하겠다는 전략을 내비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이란)이 문제를 일으킬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은 파산했다. 군인들에게 급여도 주지 못한다. 어젯밤 기준으로 물가상승률이 309%라고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이란과의 대규모 확전이 여전히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우리가 원한다면 그럴 능력은 충분히 있다. 곧 알게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공격 방안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전쟁 피해 배상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이란이야말로 과거 저지른 테러와 자국 내 시위대 살해 등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우리의 어떠한 협상이나 회담에서도 그것(배상 요구)은 언급된 바 없다”면서도 “하지만 흥미로운 생각이다. 왜냐면 이제 나도 마찬가지로 이란에 배상을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게시했다.
그는 “이란이 도로변 폭탄과 악명높은 분쟁으로 죽이거나 다치게 한 모든 사람에 대한 배상”을 들며 “이는 처음에는 (2020년 미군에 살해된) 솔레이마니 장군이 이끌었다”고 말했다. 또 “여기에는 USS 콜에서 사망한 사람들의 유가족, 그리고 전투에서 사망한 수천 명의 다른 사람들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USS 콜’ 사망 사건은 미 해군 함정 콜(Cole)호가 지난 2000년 예멘에서 ‘폭탄 보트’ 테러를 당해 장병 17명이 숨진 것을 말한다. 당시 알카에다 공격에 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더해 지난 50년 동안 이란이 살해한 수십만명의 무고한 시위대의 유가족에게도 배상금이 지급돼야 한다”며 “지난 5개월 동안 사망한 (이란 시위대) 5만2000명은 말할 것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내 (협상) 대표들에게 앞으로의 모든 협상에서 이 문제를 확고하게 제기하도록 지시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작다. 이는 미국이 실제로 이란에 배상을 받아내겠다는 것보다, 이란의 배상 요구를 거절하겠다는 맥락으로 읽힌다. 이란과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협상의 선결 조건으로 배상을 내세우면서, 협상은 더 난망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이란의 공방에 해협 재개방 가능성이 더 낮게 점쳐지면서 이날 국제유가는 5% 급등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7.7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5.0% 상승한 가격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5.1% 상승하며 82.13달러로 올라갔다.
도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