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숨에 159엔으로 복귀…미·일 공조 무색
미, 협의없는 유로화 매각 ‘반쪽 공조’ 발목
“금리인상 없이 어려워”…내달 BOJ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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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일 일본 도쿄에서 행인들이 환율을 표시한 전광판을 지나가고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과 일본 정부가 개입한 이후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5엔까지 올라갔으나, 10일(현지시간) 159엔까지 떨어지면서 개입 효과가 무색해졌다. [EPA] |
미국과 일본의 공동 외환시장 개입 이후 반등했던 엔화가 한 주 만에 상승분의 절반가량을 반납했다. 기존 미·일 공동 개입 때에는 필수 코스로 거쳤던 주요국 중앙은행들과의 협력이 이번에는 전무했다고 알려지면서, 엔화 방어를 위한 주요국들의 공동 대응이라는 신호가 충분치 않았다는 점이 실패의 원인으로 꼽힌다. 미·일 정부의 공동 개입만으로는 엔화 약세를 막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일본은행(BOJ)에 대한 금리 인상 압박도 커지고 있다.
10일 기준으로 엔화는 달러당 159엔대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말 달러당 164엔 안팎까지 떨어지며 40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던 엔화는 미·일 정부의 시장 개입에 힘입어 한때 달러당 155엔에 근접할 정도로 반등했으나 다시 약세로 돌아섰다.
미·일 정부의 개입 효과가 금세 떨어진 것은 국제적인 정책 공조 없는 ‘반쪽 공조’였다는 점이 원인으로 꼽힌다. 지난달 31일 미국은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유로화를 매도해 엔화를 사들였다. 당시 미국은 유로화 매도에 앞서 유럽중앙은행(ECB)과 협의는커녕 사전 통보조차 하지 않았다. ECB는 뒤늦게 사안을 전달받고 당혹스러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일 정부가 개입한 것은 지난달 31일이었는데,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이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에게 이를 통보한 시점은 1일이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유럽 당국자들은 이를 두고 미국에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서방 중앙은행과 재무 당국은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상호 신뢰와 협의를 바탕으로 협력해 온 게 관행이었다. 과거 외환 시장 개입도 서방 주요국들이 미리 협의해 조율된 방식으로 이뤄졌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 엔화의 급격한 강세를 막기 위해 일본이 개입을 요청했던 당시에는 미국·영국·캐나다·ECB가 일본과 함께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이는 주요 7개국(G7) 차원의 공동 개입이었다.
미국이 ECB를 사실상 배제하고 일본과 공조해 엔화 가치 방어에 개입한 것을 두고, 시장은 주요국 중앙은행이 협의를 통해 엔화를 방어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보험사 취리히의 가이 밀러 수석 시장전략가는 “ECB가 참여하지 않은 것은 (엔화 가치 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며 중앙은행 간 공조는 “시장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고 말했다. 이례적인 양국 정부의 개입으로도 방어 효과를 충분히 보지 못한 엔화는 향후 더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FT에 따르면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 자료상 선물·옵션 시장 투자자들은 여전히 엔화 가치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러셀인베스트먼츠의 반 루 글로벌 설루션 전략 책임자는 “시장 개입의 효과가 사라지고 있다”며 엔화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나타내려면 “더 많은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의 관심은 자연히 다음달 열리는 BOJ의 금융정책결정회의로 쏠리고 있다.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BOJ가 금리 인상에 나설지가 관심이다. 투자자들은 BOJ의 금리 인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정부의 시장 개입만으로 엔화를 장기간 지지하기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 엔화는 정부 지출 확대에 대한 우려와 유가 상승을 비롯한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으로 큰 타격을 받아왔다. 일본 재무성이 지난 4월과 5월 실시한 시장 개입 역시 엔화에 단기적인 반등 효과만 냈을 뿐, 이후 엔화는 속수무책으로 가치가 하락해왔다.
시장에서는 BOJ가 다음달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을 약 50%로 점치고 있다. 씨티그룹은 “BOJ 정책의 체제 전환”을 예상하면서, 다음달을 시작으로 금리 인상 속도가 더욱 빨라져 다음해 말에는 기준금리가 2%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BOJ가 금리 인상 속도를 높이더라도 저리의 엔화를 빌려 고금리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목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