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아, 北도움으로 만든 ‘더티밤’ 내준다…“美·IAEA 처분 합의”

악시오스 보도…시리아 새 정부, 北과 연결된 비밀 핵시설 처분 합의
親이란 아사드 정권 잔재…트럼프, 국제고립 탈출·재건 원하는 시리아 설득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과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시리아의 비밀 시설에 숨겨진 핵물질을 조만간 제거할 예정이라고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와 IAEA는 시리아 정부와 막후 협상을 벌인 끝에 ‘99번 부지’(Site 99)로 불려온 비밀 핵시설을 처분하기로 약 3주 전 합의했다.

이 시설은 과거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이끌던 시리아 정권이 알키바르 원자로의 핵 프로그램 잔재를 보관해온 곳이다.

알키바르 원자로는 북한 영변의 5MW 흑연감속로와 유사한 설계 방식으로 지어졌다. 미 정보당국은 아사드 정권 당시 북한과 시리아의 핵 협력에 따라 북한의 지원을 받아 건설된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미국군축협회(ACA)도 2024년 보고서에서 “북한은 시리아가 영변 원자로를 토대로 알키바르에 미신고 원자로를 건설하는 것을 지원했다”며 “북한이 2012년 시리아에 흑연봉을 판매하려 했다는 의혹도 있다”고 밝혔다.

시리아 핵 프로그램과 연계된 알키바르 원자로가 2007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되자 아사드 정권은 남은 방사성 물질과 연구·개발 장비를 99번 부지에 숨긴 것으로 전해졌다.

이곳에는 원자폭탄을 제조에 사용되는 기초 원료인 우라늄 정광 ‘옐로케이크’(yellowcake)가 포함돼 있다.

옐로케이크는 바로 핵분열 무기로 쓸 수는 없지만, 재래식 폭탄에 섞어 방사능으로 넓은 지역을 오염시키는 ‘더티밤’(dirty bomb)으로 쓸 위험이 있다.

시리아 내 비밀 핵시설의 존재는 핵물질의 위험성과 추가 핵 프로그램 추진 가능성 때문에 역내 갈등을 부채질하는 요인이었다.

악시오스는 핵물질을 제거하기로 한 이번 합의에 따라 시리아와 이스라엘의 군사적 충돌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사드 정권은 이란이 주도하는 중동 내 반이스라엘 연대인 ‘저항의 축’ 일원이었으나 내전 중이던 2024년 말 반군의 공세에 무너졌다.

이스라엘은 반군이 이끄는 새 시리아 정권이 핵물질을 확보할 가능성을 경계했고, 특히 역내 주도권을 다투는 튀르키예의 개입 가능성을 우려했다.

시리아의 권력 공백을 틈타 적대세력이 핵물질을 장악할 수 있다고 우려한 이스라엘은 아사드 정권의 붕괴 직후 99번 부지의 출입구를 폭격해 봉쇄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이스라엘은 시리아 새 정권이나 튀르키예 같은 제3국이 핵물질에 접근할 조짐이 보이면 시설을 다시 폭격하겠다고 경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스라엘의 독자적 군사행동을 자제시키고 시리아 새 정부, IAEA와 접촉해 외교적 해결책을 모색해왔다.

아메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이 이끄는 시리아 새 정부는 과거 이슬람 극단주의와 선을 긋고 온건하고 실용적인 외교 정책을 펴고 있다.

시리아 과도정부는 국제적 고립을 벗어나 국가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아사드 정권과 완전히 다른 태도로 미국에 협조했다.

핵무기뿐만 아니라 아사드 정권이 남긴 중대 위협인 화학무기 문제까지도 서둘러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며 미국과 국제기구의 개입을 수용했다.

시리아 새 정권은 애초 미국이 99번 부지에 문제를 제기했을 때 아사드 정권의 핵물질 은닉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한 당국자는 “미국, 이스라엘, 시리아 내에서 이 문제를 인지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현안을 논의할 때 시리아는 좋은 파트너”라며 시리아 새 정권과 생산적인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