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열려요”…호르무즈 ‘공회전’에 국제유가 5%↑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두고 미국과 이란이 조속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10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다시 5% 가량 상승했다. [EPA]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에 대해 조속한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10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5% 급등했다.

이날 ICE선물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7.72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대비 5.0% 상승한 가격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전 거래일 대비 5.1% 상승한 배럴당 82.13달러로 올라갔다.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를 둘러싸고 서로 추가적인 요구 사항을 내거는 등 합의 도출에 걸림돌이 많아지면서 해협 재개방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빠르게 식고 있다.

이란은 지난 8일 호르무즈 해협 개방의 선결 조건으로 지난 6월 양국이 체결한 종전 업무협약(MOU) 내용을 넘어서는 수준의 6개 요구사항을 내걸었다. 여기에는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부터 영구적인 공격 중단, 이란 주변 지역에서의 미군 병력 철수, 이번 공습에 대한 피해 보상, 대(對) 이란 제재 해제, 이란 동결 자산 해제 등이 들어갔다. 전제 조건 없이 무조건적으로 동결 자산을 해제하는 등의 내용은 기존 6월 MOU보다 더 강화된 수준의 요구사항이라는게 전반적인 평이다.

이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이란이야말로 과거 저지른 테러와 자국 내 시위대 살해 등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날만 해도 ‘로키(low-key·대중의 이목을 끌지 않고 조용하고 차분하게 나서는 자세)’로 협상중이라며 맞대응을 자제하다 하루만에 이란의 주장을 전면 반박하는 모습으로 돌아섰다.

중동 지역의 추가적인 공급 차질 우려도 유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했다. 친(親)이란 성향의 예멘 후티 반군은 전날 사우디아라비아 지잔 지역에 있는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정유공장을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공격도 이어지면서, 유가 상승 압력을 더했다. BOK파이낸셜의 데니스 키슬러 수석부사장은 “미국과 이란의 합의가 지연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과 흑해 유조선에 추가 공격을 가하면서 원유 선물이 상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란이 추가 요구사항을 제시하면서 대부분의 트레이더들은 단기적으로 공급 부족 상황이 더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주 기준 미국 전략비축유(SPR)는 610만배럴가량 감소한 2억9870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1983년 1월 이후 4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